보안 제품정보


허술한 보안체계, 산업스파이 만들어낸다 2006.06.09

“끝없는 유혹 산업스파이”

 

 

“산업스파이? 그거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거 아니야?” 누군가 이렇게 말을 한다면 우리는 그에게 엄청난 재앙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해줘야 한다. 실제 현실에서 산업스파이들은 영화보다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존하는 산업스파이들은 영화와는 달리 순간적인 호기심이나 충동에 의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채 산업스파이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다. 즉, 누구나 산업스파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에 국내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산업기밀 유출사건을 픽션으로 재구성해 그들의 범죄동기와 기밀유출 유형, 그리고 얻어야할 교훈 등에 대해서 살펴본다.      

                                                                    

김길수(가명, 31)는 포부가 큰 사람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친구들에게 항상 “쥐꼬리만한 월급 받아가면서 생활하는 것은 남자로 태어나 죄를 짓는 것”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해왔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분명 괴리가 있었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사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자본금과 경험 부족을 절감한 그는 ‘작선상 후퇴’라는 생각으로 A사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입사하게 된다.


“산업스파이란 게 별거 아니네”


A사에 입사한 김길수는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 퇴사할 준비가 돼 있었다. 경험과 자본금만 갖춘다면 언제든지 창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가 입사한 A사의 높은 성장가능성에 매료돼 차츰 흔들리게 된다. 입사한 A사는 생명공학분야의 기반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업체로 미생물발효장비, 동·식물세포배양기, 자동공정 시스템, 정제 시스템 등 다양한 시스템과 배양기를 개발하는 업체였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김길수가 이 회사에서 맡은 업무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사내전산망을 관리하거나 직원들의 컴퓨터를 수리해주는 일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바이오 분야와는 크게 상관없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고 했던가. 그가 이 회사에 근무한지 2년이 넘어서자 이제 어지간한 기술 자료는 스스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식견을 갖추게 됐다. 사실 김길수가 이런 지식을 갖추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업무의 영향이 컸다.

하루는 핵심연구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그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어제 오늘 컴퓨터가 자주 다운되고 이상해요.” 김길수는 그 직원의 컴퓨터를 사무실로 가져와 포맷을 하기 전 컴퓨터 안에 들어있던 자료를 백업받던 중 회사에서 설계하는 장비제작 도면을 발견했다. 이렇게 백업을 받아 모아 놓은 핵심자료가 고스란히 그의 컴퓨터에 저장됐으며, 이와는 별도로 사내전산망을 관리하면서 회사의 중요기밀서류, 공정도 등도 제한 없이 접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의 숨겨졌던 야망이 꿈틀거렸다.

“이 자료들만 잘만 이용하면 내가 원하던 꿈을 이룰 수 있겠는데….”


자료유출로 이뤄낸 꿈


김길수는 2년 동안 모아온 A사의 핵심자료를 이용해 회사를 창업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라고 판단해 A/S를 담당하던 이규섭(가명, 28)과 A사의 연구원 출신인 차영호(가명, 31)에게 접근해 상황을 설명하고 포섭에 성공한다.


결국 이들은 차례로 회사를 퇴사한 후, 회사 창립 및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체발효기 제작업체인 B사에 그동안 입수한 설계도면과 공정도 등을 이용, 사업설명을 하고 투자유치에 성공해 C사를 설립하게 된다.

  

김길수는 연구원 출신이었던 차영호와 이규섭에게 새로 창업한 C사 직원들의 기술 지도를 전담시킨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회사를 운영해갈 수 없고, 결정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만한 기술을 차영호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추가로 핵심인력 스카우트에 나선다.

“아마 A사의 나영일 연구원이라면 보다 중요한 기술과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텐데….” 차영호의 말에 힌트를 얻은 김길수는 또 다시 A사의 나영일(가명, 29) 연구원에게 접근해 설득을 시도한다.


네트워크 보안망 부재가 더 큰 범죄 일으켜


처음에는 완강히 거절하던 나영일 연구원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김길수에게 포섭될 수밖에 없었다. “좋소, 당신의 조건을 수락하겠소. 단 내가 지금 당장 A사를 퇴사하는 것은 만에 하나라도 발각될 소지가 있으니 핵심자료와 기술들을 A사의 전산망에 올려놓겠소. 당신이 우리 회사의 전산망을 구축한 사람이니 전산망을 공유하는 것쯤은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울 것 아니오?”

김길수는 A사의 전산망을 구축할 때 보안 프로그램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었던 회사경영진의 행동이 떠올랐다. 만약 그때 경영진들이 전산망 보안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더라면 전산망을 통한 공유는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귀찮아서 보안 프로그래밍 작업을 차일피일 미뤄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군.” 이렇듯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나영일 연구원의 포섭에 성공한 김길수는 A사의 전산망을 이용해 제조원가계산서와 제품설계도면 등 중요자료를 입수하게 된다.


하지만 술술 풀릴 것만 같았던 그의 계획은 제품개발이 지지부진해지면서 B사의 투자유보로 이어졌고, 결국 B사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그가 설립했던 C사를 스스로 퇴사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중요자료가 너무나 쉽게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김길수는 자신이 갖고 있던 핵심자료를 중국의 한 회사에 판매할 생각으로 접선을 시도하다 발각돼 구속되고 말았다. 중국으로의 산업기밀 유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의 특별단속에 의해서였다. 결국 모든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고, 주범 김길수에 동조했던 연구원들과 직원들도 함께 구속되고 말았다.

한 회사의 형편없는 보안의식이 한 남자를 산업스파이로 변모시켰고, 모두의 파멸로 치닫게 된 이번 사건의 결말은 이렇듯 참담하게 끝을 맺었다.  

[김용석 기자(sw@infothe.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