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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받기 힘든 칩셋이라서? 기업들이 칩셋 직접 설계를 검토하는 이유는 2021.12.28

칩셋 대란이다. 그런데 일부 기업들은 그 틈바구니 속에서 칩셋 생산이라는 활로를 모색했고, 거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맛보기 시작했다. 리스크가 높고 비용도 많이 드는 투자인데도 칩셋을 직접 설계하겠다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포드, GM 등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기존 반도체 회사들로부터 주문을 하지 않고, 직접 칩셋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배급사인 스미스(Smith)의 글로벌 사업부 책임자인 마키 볼링어(Mark Bollinger)는 “올 한 해 많은 기업들이 반도체 부품을 공급받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앞으로도 재난과 재해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스로 칩셋을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이미지 = utoimage]


하지만 기업들이 칩셋을 스스로 만들기로 결정한 건 코로나나 공급망 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감’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꽤나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많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새롭게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경쟁사들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흔한 제품을 가지고서는 이런 ‘균형감’을 제대로 시장에 선보일 수 없다는 것도요.”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인 캡제미니 엔지니어링(Capgemini Engineering)의 글로벌 수장인 쉬브 태스커(Shiv Tasker)의 설명이다.

“칩을 직접 생산하고 칩 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함으로써, 기존에 생산해 내던 제품들도 더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이용성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이건 브랜드의 차별화로 이어지고요. 공급망 걱정을 더는 건 덤이지요. 칩셋을 이전처럼 공급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시장 내에서 돋보일 기회로 전환된 것이죠.”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반도체는 반도체 전문 제조사가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시장도 그렇게 편성됐었다. 그렇기에 누구나 지금 상황에서 반도체의 직접 생산 체제를 가동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디지털 혁신을 어느 조직이나 고민했지만, 그렇다고 칩셋마저 스스로 제작한다는 생각까지 한 기업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몇몇 기업들이 이 어려운 걸 해냈고, 그러면서 시장에서의 평가가 달라졌죠. 불가침 영역과 같았던 칩셋이 사실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는 걸 기업들이 보게 된 겁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궁합이 뛰어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각종 운임 비용을 빼 가격이 낮아진 제품을 시장에 내놓게 되니 경쟁력이 강화될 수밖에요.” 태스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지난 1년 동안 칩셋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할 수 있었던 건 가전제품 업체들과 통신사, 게임 업체들 정도뿐이었다. “칩셋 설계라는 작업은 수천만 달러가 들어가는 일입니다. 게다가 18~30개월의 작업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죠. 대단히 높은 전문성과, 전문 도구들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칩셋 수준에서의 혁신이 가지는 가치를 깨달았다고 해도, 누구나 쉽게 칩셋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특히 지금처럼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생산한 물품들을 제대로 시장에 내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운 때에는 더 그렇습니다.”

칩셋, 스스로 생산하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그런 어려움과 난관들에도 칩셋을 스스로 만들기로 결정한 기업들은, 왜 그런 걸까? 제일 먼저는 보다 자유롭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자급자족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체 생산에 성공할 경우 기술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여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좋죠. 소비자들도 그런 소식을 기다리고 있고요.” 볼링어의 설명이다.

자급자족이 좋은 이유는, 기업들이 보다 더 고유한 ‘맞춤 기능’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설계한 기능을, 자신들이 제작한 칩셋을 통해 더 강력하고 더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건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굉장한 이점이다. 기술 기업 액센추어(Accenture)의 글로벌 반도체 수석인 사이드 알람(Syed Alam)은 “제품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보다 세세하게 제어할 수 있기도 하고, 에너지도 보다 효과적으로 절약할 수 있게 된다”고 추가로 설명한다.

볼링어는 칩셋에 대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예상 비용과 실제 출시일을 최대한 정확히 예측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물론 생산 수량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볼링어는 “장기적으로 칩을 생산할 결단이 섰을 때만 뛰어드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칩셋 직접 설계로 얻는 이득을 잠깐 누리다가 빠질 생각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칩셋 설계를 고민하지 않는 게 현명합니다. 잠시의 유행으로 건드리기에는 들어가는 돈과 시간의 규모가 너무나 큽니다.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의 변화이기 때문에 가장 길게 보는 안목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3줄 요약
1.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균형 있게 생산하면 시장성 높아지더라.
2.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가격도 낮아지니 그럴 수밖에.
3. 하지만 투자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높아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진행해야 함.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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