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매핑 통한 디지털 트윈, 스키장 문을 열다 | 2022.01.31 |
스키장 사업은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듯한 해에는 수익이 줄고, 적당히 추워야 수익성이 높아진다. 이런 불안정성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거대 스키 리조트는 각종 기술들을 도입했다. 그리고 개장 신기록을 세웠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은 일 년 내내 겨울을 기다린다. 그들에게는 첫 눈 소식과, 가까운 지역에서 고드름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남다른 설렘을 가져다 준다. 반대로 평년보다 기온이 높다거나 눈이 제대로 내리지 않을 때의 실망감도 크다. 날씨가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그만큼 언덕에 설 수 있는 날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 [이미지 = utoimage] 손님은 실망으로만 끝나지, 이런 손님들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점점 짧아지는 숙박 업체나 스키 리조트 사장님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미래 예측’이다. 이미 스키 리조트들은 좋은 날씨만 기다리는 것을 넘어, 사업 연속성을 보장해줄 만한 기술들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인공 눈을 뿌려 인공 언덕을 만드는 오래된 기술을 넘어, 그 기술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스키 시즌도 안정적으로 앞당기게 됐다. 하지만 인공 눈 언덕을 만드는 작업은 대단히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진짜 눈과 같은 만족감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스키 팬들 중 인공 눈 언덕을 기피하는 부류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래서 인공 눈 전문가들은 직접 언덕을 발로 오르내리면서 인공 눈이 균등하게 깔리고, 비슷한 질의 눈이 전 언덕에 고루 퍼지도록 한다. 눈에 대한 민감한 감각과 엄청난 다리 근육이 필요한 일로, 하나의 예술에 가깝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스키 리조트인 베일 스키리조트(Vail Ski Resort)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보다 빨리 스키장을 개장하기 위해, 최신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2018년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인프라 개선을 시작했다. 베일의 수석 홍보 책임자인 존 플랙(John Plack)은 “빨리 스키를 타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베일은 매년 350인치의 적설량을 기록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이지, 안정적으로 매년 나오는 기록은 아니다. 오히려 눈 소식이 매년 들쭉날쭉하다고 보는 게 맞다. 2018년에는 281인치, 2016년에는 171인치의 눈이 왔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인공 눈을 사용해 스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다가 스키장 개장을 4~5주 앞당길 수만 있다면 시즌의 길이가 25%나 연장되고, 그럼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섰다. 그러면 베일 스키 리조트는 어떤 기술에 투자를 했을까? 먼저는 성능이 훨씬 좋은 스노건들을 421대나 구매했다.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미니 기상 관측소’까지 탑재된 장비들이었다. 여기에다가 스키 리조트 전체의 상세 매핑 기술도 구축했다. 421대의 스노건이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게 배치하려면(이 스노건들은 19마일에 해당하는 파이프라인과 25개의 변환기를 필요로 했다) 대강의 지형만을 파악하는 것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2019년 스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인프라 공사를 끝내려는 계획도 있었다. 이 매핑 프로젝트는 데이터의 표준화와 관리 체계 확립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일이었다. “다 같은 산에서 일을 하지만 사람과 팀마다 다른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키 안전 요원들은 자기들끼리 특정 지역들을 공중전화 부스 번호로 부르고 있었는데, 이건 다른 직원들에게는 완전히 생소한 명칭이었습니다. 인공눈 팀은 지역 내 설치된 펌프와 장비의 이름으로 영역들을 나눠 부르고 있었고요. 이걸 먼저 통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베일의 매핑 전문가인 마이크 크로이스(Mike Krois)는 베일 산의 ‘디지털 트윈’ 작업을 시작했다. 베일 산과 똑같은 디지털 모형을 만든 것으로 에스리(Esri)에서 개발한 GIS 기술 플랫폼인 아크지스 온라인(ArcGIS Online)을 활용했다고 한다. 오래 전에 리조트에 근무했던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땅 속에 숨어 있는 각종 파이프 인프라, 전선, 오래된 스노건들까지 전부 파악했다. 산과 똑같은 디지털 모형이 필요했기에, 방대한 정보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출처로부터 모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베일 스키 리조트의 스마트맵이 탄생했고, 이제 모든 팀들이 이 지도를 전자 장비에 넣어서 들고 다닌다. “예전에는 한 팀이 ‘115번 위치에 있어’라고 무전을 치면 아무도 못 알아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 스마트맵을 모두 똑같이 보고 있으니 신호(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의 위치를 정확히 알죠. 각 팀들마다 다르게 사용하던 용어가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일이 되었습니다. 500에이커라는 방대한 지역을 서로 다른 팀들이 협조해 가며 관리해야 하는데, 용어를 통일시키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해낸 것입니다.” 그 다음 문제는 베일이 가지고 있던 인공 눈 살포 기술이 대부분 산의 중간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해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어지간한 실력의 스키어가 아니면 오지 않을 부분에 인공 눈이 집중된다는 건 그리 효율적인 일이 아니었다. 태양에 덜 노출되면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입장할 만한 곳에 쏟아붓는 게 낫다는 건 지나가는 아이도 알 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 구입한 스노건들을 가장 효과가 좋을 만한 곳에 배치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먼저 한 일은 저희가 만든 디지털 트윈 스마트맵에 지난 수년 간의 날씨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콜로라도 지역의 광범위한 데이터만이 아니라 스노건이 위치해야 할 지점들의 데이터도 수집했습니다.” 플랙의 설명이다. “지역 전체의 기후야 날씨 기관의 데이터를 가져오면 됐습니다. 하지만 리조트 내 세부 구간과 지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저희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조사를 해야 했습니다. 이 지점의 풍향은 어떻게 되는가? 평균 온도는 무엇인가? 그늘은 몇 시간 동안 어느 방향으로 지는가? 이런 질문들을 전부 직접 해소했습니다.” 이런 조사 활동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건 토지 개발 책임자였던 빌 케네디(Bill Kennedy)였다. 30년 넘게 스키장 리프트 위치와 경로, 스키 코스들, 식당과 숙박 시설을 기획하고 만들고 관리하던 인물이었다. 리조트를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는 인물이었고, 따라서 어느 지점을 조사해야 하는지, 무엇을 조사해야 하는지를 제일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실제 그는 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 하루에 2만 5천~3만보를 걸었습니다.” 한편 인공눈을 만드는 기술 자체도 검토됐다. 인공눈은 아무 때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기후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질 좋은 인공눈이 만들어진다. “물을 머금은 천으로 온도계를 감쌌을 때 측정되는 온도가 적절한 온도입니다. 그리고 적절한 수준의 습도도 갖춰져야 합니다. 이런 온도와 습도가 모두 맞아야만 좋은 인공눈이 만들어집니다. 조금만 달라지면 스노건을 통해 물 대포를 쏘게 됩니다. 그러면 산에 얼음길이 생기고, 거기서는 스키를 탈 수 없죠. 그러니 스노건을 제대로 된 위치에 배치시켰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리조트 측은 스노건과 인공눈 전문가들과 가장 이상적인 스키 코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해마다 기후와 기온의 변수가 너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의 정해진 공식을 매년 적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노력이 수년 간 쌓인 끝에 2021년 11월, 베일 측은 드디어 1주일 일찍 개장할 수 있었다. “디지털 트윈인 스마트맵을 만들어 최적의 스노건 위치를 찾아 운영하고, 가장 적절한 배합을 통해 질 좋은 인공눈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술들을 몇 년 동안 활용하며 운영 노하우를 쌓은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기후 조건이 최적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리조트 역사상 가장 빠른 일자에 스키장을 열 수 있었던 것이죠.” 새로운 스노건은 자동화 기술을 갖추고 있어서 기후 조건에 따라 알아서 눈을 만들어 쏘거나 멈췄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스노건을 몰고 언덕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눈길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사람이 직접 날씨와 기후 조건도 살펴야 했고, 주관적으로 결정을 내렸죠. 스노건을 가동시키려면 파이프도 수동으로 가동시켜야 했고, 작업이 다 끝나면 다시 수동으로 파이프를 끄고, 다시 스노건도 꺼야 했습니다. 대단히 힘든 일이었죠.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바꾼 것입니다. 새로운 인프라를 통해 인력을 크게 아끼게 됐죠.” 이는 다만 인력을 아낀다는 차원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직접 뛰어다니면 시간이 걸리죠. 날씨는 수시로 바뀌고요. 그러니 최적의 시간대에 움직이기 시작해도, 실제로 스노건이 가동되는 때에는 최적의 조건이 아닌 상태가 됩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자동화 기술을 사용하면 이런 점에서도 효율이 크게 좋아졌죠.” 그렇다고 스노건이 제멋대로 운영되게 놔둔 것은 아니다. 중앙에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기능 역시 도입했다. “스노 센트럴(Snow Central)이라는 거대한 관리실을 만들었죠. 여기서 산 전체를 보고 눈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때는 수동 운영도 하죠. 완전 자동화도 되지만 필요에 따라 수동 운영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플랙은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치며 “거대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기술을 도입하다보면 신기술 자체가 신기해서 일이 잘 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간 단계의 작은 목표들을 자꾸만 이뤄가다 보면 그것에 만족해 실제 성과보다 더 잘 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중심에서 ‘이 모든 작업이 리조트 고객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걸 상기시켜줘야 합니다. 저희의 경우 그 경험 향상이란 ‘개장일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분명히 정할 수 있었고, 그걸 끝까지 놓치지 않은 것이 주효했습니다.” 글 : 제시카 데이비스(Jessica Davis)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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