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을 치료하겠다던 왓슨 헬스, 인공지능 시장의 변화를 상징하다 | 2022.02.03 |
인공지능이 암을 낫게 하는 세상은 아직 좀 더 뒤에 올 것으로 보인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왓슨 헬스는 매각을 통해 공중분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는 실패로 보기 힘들다. 애초에 잘못된 단추를 낀 것이 새롭게 채워지는 과정일 뿐이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IBM이 자랑하는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을 의료 분야에 접목시킨 ‘IBM 왓슨 헬스(IBM Watson Health)’는 어쩌면 암을 낫게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모았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왓슨 헬스는 갑자기 화제가 된 신기술(이 경우에는 인공지능)이 실제 기능과 잠재력보다 더한 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표본처럼 언급되고 있다. ![]() [이미지 = utoimage] IBM은 얼마 전 왓슨 헬스 사업부의 일부를 사모펀드인 프란치스코 파트너즈(Francisco Partners)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 분야와 시장을 지켜봐 온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을 뿐”이라는 의견들이다. 이미 왓슨 헬스의 반복된 실패를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암을 고치는 인공지능’이라는 수식어는 잊힌 지가 오래다. IBM은 왓슨 헬스를 출범시키기 위해 스스로 각종 M&A를 진행했었다. 여러 기술과 제품들을 사들여 통합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는 헬스 인사이츠(Health Insights), 마켓스캔(MarketScan), 클리니컬 디벨롭먼트(Clinical Development), 소셜 프로그램 매니지먼트(Social Program Management), 마이크로메덱스(Micromedex) 등과 같은 제품 혹은 기술들이 포함된다. 이제는 그 소유권이 프란치스코 파트너즈로 넘어가게 됐다. 프란치스코 측은 여기에 더해 왓슨 헬스의 핵심 인력들까지 영입해 독립적인 인공지능 사업을 펼칠 전망이다. 하지만 왓슨이라는 브랜드 자체는 IBM이 그대로 소유한다. 왓슨은 인공지능으로서 2011 ‘제오파디!(Jeopardy!)’라는 퀴즈쇼에 출전하고 우승까지 거머쥠으로써 일약 스타로 발돋움 했었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줄지도 모르는 존재’로서 부상했고, 많은 기대감을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한 일기 예보와 암의 정복도 그러한 ‘난제 중 몇 가지’로서 거론됐다. 이를 두고 가트너(Gartner)의 부회장 제프 크립스(Jeff Cribbs)는 “신기술이 대중의 주목을 받을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기술이 충분히 연구되고 성숙해지기 전에 과도한 마케팅이 진행될 때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이런 경우 결국 그 기술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기대’가 ‘실패’ 혹은 ‘실망’으로 전환되는 게 수순이죠. 왓슨도 그 절차를 밟았을 뿐입니다.” IBM은 이러한 기세를 몰아 MD 앤더슨 캔서 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와 파트너십을 맺고 왓슨 헬스라는 브랜드로 의료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자 했고, 암을 치료하겠다는 높다란 목표를 잡았다. 크립스의 설명처럼 왓슨이라는 것이 세상에 처음 알려지자마자 진행된 일이었다. 그 결과를 우리는 최근에 목도하고 있다. 물론 의료 분야와 인공지능의 궁합이 찰떡과 같이 맞아떨어지는 경우들이 존재하긴 한다. 의학적 이미지 분류라든가, 자연어 처리와 같은 경우 인공지능이 의료 분야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치료나 처방과 관련된 결정을 인공지능이 의사 대신 한다는 것에는 아직까지 많은 의문부호가 붙는다고 크립스는 설명한다. “처방과 의사결정이라는 것은 인지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과정을 겪고,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야만 이뤄질 수 있는 ‘이해’의 영역이죠.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으로서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성장 전략 컨설턴시인 다모 컨설팅(Damo Consulting)의 CEO 패디 파드마나반(Paddy Padmanabhan)도 여기에 동의한다. “결국 의료 전문가들도 납득할 수 있고 심지어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통찰을 인공지능 기술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건데, 아직은 기술 수준이 여기까지 이르지 않았습니다. 암을 치료하는 일은 대단히 복잡한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순간적인 인간의 판단과 직관, 이해와 결정이 매우 중요하죠. 심지어 인간도 아직 암에 대해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요. 인공지능의 의견이나 권장 사항을 진지하게 고려할 의사가 있을까요? 사용자가 없는 기술이 혼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왓슨 헬스는 처음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는 프로젝트였다. 작은 성공이나 작은 실패 모두 대중들의 입을 타고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인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왓슨 헬스의 실패는 크게 부각될 운명이었다고 파드마나반은 말한다. “자꾸만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가면 왓슨 헬스를 실제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 줄어들죠. 사용자가 줄어들고, 사용이 안 되고, 성과는 더더욱 안 나오는 악순환이 시작된 겁니다.” 빅테크와 의료 전문 업체의 파트너십 사례는 또 있다. 2019년 9월에 체결된 구글과 마요 클리닉(Mayo Clinic)의 파트너십이 바로 그것이다. 구글의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기술을 마요의 의료 전문 서비스와 결합시켜 공동체 전체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것이 이 두 조직의 계획이었다. 암을 치료한다는 것만큼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IBM과 달랐던 건 파트너십 발표 이전에 5년이나 조용한 연구가 선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아직 크게 알려진 성과 소식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번 달 의료 분야 및 학술 단체들과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 분야들에서 먼저 활용해 보겠다는 의도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인공지능산업혁신연맹(Artificial Intelligence Industry Innovation Coalition)이었다.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 사회적으로 혹은 산업적으로 존재하는 장벽들을 파악해 해결한다는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였다. 이제 갓 생겨난 프로젝트라 아직 성공 여부를 말하기는 이르다. 결국 인공지능과 의료 분야의 결합을 통해 이뤄낸 실질적 성과는 아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시도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아직 빅테크들은 인공지능과 의료 분야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듯하다. 다만 그 시너지라는 것이 어떤 형태로 언제 나타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희망이 없는 건 절대로 아니다. 크립스는 “보다 실질적인 목표를 두고 진행되는 프로젝트와, 소기 목적을 달성한 프로젝트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고 말한다. “의료 분야와 인공지능을 결합시키는 프로젝트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3~4년 전만 해도 추상적인 긍정론과 실체 없는 희망만 이야기해도 많은 경영진들이 입을 떡 벌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넘어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를 원하죠.” 인공지능을 원하는 시장 자체가 바뀌어 가는 중이라는 게 크립스가 갖는 희망의 근거다. “왓슨 헬스를 비롯해 의료 분야를 뒤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들이 이제는 실패의 대명사가 되고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과 의료 분야가 절대로 결합될 수 없다는 뜻이 되는 건 아닙니다. 좀 더 바람직한 형태의 결합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이죠. 그리고 그 과정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게 시장의 변화고요. 그걸 탐지했으니 빅테크들이 끊임없이 투자를 하는 거겠지요.” 글 : 제시카 데이비스(Jessica Davis),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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