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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컴퓨터 장비 구매할 때 기억해야 할 개념, ‘순환경제’ 2022.03.04

순환경제라는 개념이 IT 분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IT 분야와 환경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하다. 하지만 순환경제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철학서가 아니라, 비용 절감과 사업 운영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높여주는 실용 서적에 가깝다. 즉 도입을 시도하는 기업에 가장 큰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들이 계속해서 모색되는 중이다. 그 가운데 각종 신기술이 개발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오래된 것들도 재발견된다. 그 중 하나가 순환경제다. 재활용하고, 고치고, 사용 목적을 변환시키고, 새로 꾸미고, 재판매 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고, 탄소 유출을 줄이고, 돈도 아끼는 거대한 순환 구조가 검토되는 것이다.

[이미지 = utoimage]


그러면서 서서히 줄어들고 재검토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쓰고 버리는’ 소비 패턴이다. 2020년 가트너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51%의 공급망 전문가들이 순환경제 전략의 도입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의 개발과 확산에 집중했던 IT 업계에서 순환경제 개념이 확산되는 것이 눈에 띈다는 게 가트너의 연구 결과다.

“기업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탄소 중립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탄소 중립을추구하려면 기업의 경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요, 그러면서 떠오르는 것이 순환경제인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체제에 익숙해진 기업 혹은 새로운 경제 구조 속에서 수익 창출의 방법을 먼저 발견하는 기업들에 지금의 변화는 커다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가트너의 수석 분석가 오텀 스태니시(Autumn Stanish)의 설명이다.

지속 가능성이 높은 사업 행위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자연 환경 속으로 버려지는 전자 장비 쓰레기의 양은 연간 5천만 톤이라고 한다. 이 상황을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쓰레기의 양은 꾸준히 증가해 2050년에는 연간 1억 2천만 톤이 될 것이라고 예측되는 것이 현재 상태다.

현재 IT 업계의 고민은 분명하다. 거대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산업이라는 오명을 벗는 것이다.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면서 환경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 이바지하지 않을 경우 이는 요원한 일이 된다. 2021년 10월 UN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57%의 CEO들이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74%가 순환경제 모델을 이미 도입하여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중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니 환경 변화에 무신경한 태도로는 사업을 하기가 힘들다.

현실 속에서 순환경제 체제를 도입한다는 건 ESG(재무와 상관 없는 기업의 요소들 중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가리키는 말) 개발 프로그램이나 디지털 변혁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로체스터공과대학의 교수인 제니퍼 러셀(Jennifer Russell)은 이런 새로운 가치들에 초점을 맞춘 업무 프로세스만 갖춰도 탄소 배출양을 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당연히 효율적인 IT 생애주기를 도입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지금 기업들은 이전과 달라진 새로운 가치를 어떤 식으로 좇을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한 가치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배포되고 소비되는지를 연구해야 하며, 그 고민의 결과를 사업 프로세스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품과 서비스의 생애주기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수익성 높고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은 ‘가치 사슬’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 요소의 측면에서 순환경제를 도입한다는 건 예를 들어 중고 서버나 PC, 주변 장비들을 버리는 대신 구매하거나 판매하거나 기부하는 걸 말합니다. 혹은 이미 보유한 장비들을 분해하고 새로 조립해 전에 없던 장치를 만들 수도 있겠고요. 그래서 수명을 최대한으로 늘리고, 쓰레기 배출을 한껏 줄이는 것이죠.”

델오로그룹(Dell’Oro Group)의 수석 분석가인 루카스 베란(Lucas Beran)은 “앞으로 데이터센터 산업 내에서는 ‘재활용’이 가장 큰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순환경제’를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들이 어느 산업에서건 각광받을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생각해도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한 최적의 전략입니다.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십만~백만 달러 단위의 돈을 아낄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일반 PC나 서버를 재활용하거나 고치는 것만으로도 운영비의 20~40%를 아낄 수 있게 됩니다.” 베란의 설명이다.

“따라서 순환경제는 시대주의적 이상론이나 허황된 철학이 아니라 매우 실용적인 기업 운영 방식의 하나라고 봐야 합니다. 최초 구매자 혹은 사용자는 자신의 물건을 2~3년 정도 잘 사용하고, 두 번째 사용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또 3~4년 더 쓸 수 있게 되죠. 그러는 동안 탄소 발자국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요. 이런 문화가 정착한다고 상상해보세요. 모두가 이득을 보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겁니다.”

게다가 순환경제 도입이란 단순 중고 거래 활성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제품의 생애주기와 공급망을 넘어, 사업 모델의 근간까지도 다시 고려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러셀은 “렌탈 장비나 대여 서비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특히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찾고, 새로운 제품의 생산보다 기존 제품의 수리, 유지,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쓰레기의 총 생산량을 줄이는 등 보다 종합적인 자원 활용 및 소비 전략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 시스템이나 장비라고 해서 전부 ‘소유’할 필요는 없어요. 가장 효율적인 자원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합리적이죠. 자원 활용 방안에는 대여도 있고, 구독도 있고, 중고 물품 구입과 판매도 있지요. 반드시 돈을 주고 새 물건을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더해 고치고, 재조립하고, 새롭게 바꾸는 것에 대한 즐거움도 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러셀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스태니시는 “상당수 CIO들과 IT 전문가들이 기술에 관하여 조금 부적절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모든 기업들이 최고 사양 서버와 PC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성능이 높으면 높을수록 쾌적하고 편리해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모든 업무가 최고성능 시스템을 사용할 때 극적으로 빨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대여하거나 중고를 사면 운영 비용은 극적으로 줄어들어요. 이러한 점을 냉정하게 평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고사양 새 장비를 구매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말이죠.”

이런 식의 접근이 갖는 또 다른 장점은 칩셋 대란으로 인한 물류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공급망 위기 때문에 컴퓨터 장비를 주문하고 실제로 수령하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처 중고 시장이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그 대기 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 있죠. 잘 찾아보면 새것과 다름 없는 제품을 대여료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지금 상황에서는 꽤나 현명한 소비 패턴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고 시장이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소기업들만의 운영 방식이었다. 하지만 스태니시는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들이 겹치면서 중기업과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거래 행위가 꽤나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아직 저항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중고 물품이나 대여 서비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분명 남아 있지요. 하지만 그 뿌리에는 순환경제와 중고 거래에 대한 몰이해나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습니다. 싼 건 질도 나쁠 거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지요. 하지만 몇 번 중고 거래를 해 보거나 좋은 대여 서비스를 경험해 보면 그게 얼마나 틀린 생각인지 알게 될 겁니다.”

그러므로 순환경제 체제로 돌입하는 것은 생각보다 거창한 일이 아니다. CIO들로서는 기존에 거래해 보지 않은 벤더와 거래처들을 선입견 없이 검토하고 만나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은 전사적 ESG 관리 프로그램과 디지털 변혁 프로젝트 등과 결합하여 순환경제라는 개념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회사가 어떤 장비와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고, 어떤 주기로 이것들을 순환해주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쓰레기가 얼마나 배출되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전 지구적 탄소 배출량 감소 운동은 막막해 보이지만, 조직 하나하나의 차원에서는 운영비를 아끼고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러셀은 “순환경제 도입이 윤리적인 차원에서 논의되는 주제라거나, 선민의식을 가진 자들만의 향연이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순환경제를 혁신적으로 도입하려는 노력은 이미 사업 운영 모델의 주류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많은 기업 운영자들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좋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순환경제는 미래의 ‘효율성 높은 사업 운영’의 핵심이 될 가치관이고 시스템입니다. 잠재력도 높고요. 기업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연구해야 하는 분야인 것이죠.”

글 : 사무엘 그린가드(Samuel Greengard),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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