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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암호화폐와 핀테크의 혁신 가속화 될까 2022.03.07

러시아의 침략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역 내의 암호화폐 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 루블 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러시아가 주류 금융계로부터 고립되니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전쟁 속에서 새로운 화폐가 태어나려는 것일까.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으니 양측은 디지털 자금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 작업들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은행 업무나 금융거래는 국제제재 때문에 적어도 러시아 내에서는 마비되다시피 했고, 우크라이나에서도 전시라는 사실 때문에 물리적 자산을 유지할 때의 리스크가 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경제체제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미지 = utoimage]


차세대 거래 플랫폼인 아이베스트플러스(iVest+)의 회장이자 창립자인 랜스 마셱(Rance Masheck)은 “전쟁이라는 현상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금융 물류’에서 암호화폐와 ‘크립토’ 기술이 하는 역할을 살펴봄으로써 디지털 화폐 혹은 암호화폐의 미래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기존 금융체계와 러시아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공격을 개시한 후 세계는 러시아를 공식 규탄하며 SWIFT로부터 러시아 은행들을 단절시켰다. SWIFT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은행들의 통신 네트워크로, 벨기에에 있으며, 은행들은 지불과 금융 거래를 실행하기 전에 SWIFT로 정보를 교환한다. SWIFT로부터 끊기면 국제 거래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된다. SWIFT는 연간 평균 50억 건의 은행 간 메시지를 처리한다.

러시아의 은행들을 SWIFT로부터 단절시키는 건 러시아 경제를 뒤흔드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세계는 공격을 중단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이런 식으로 러시아에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핀테크가 활성화되고 있는 시기다. 기존 금융체제로부터의 단절로 인해 러시아 내 기업들과 자산가, 금융 조직들은 SWIFT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다. 마셱은 “암호화폐를 활용한다면 SWIFT가 아니더라도 금융 거래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 비트코인 제재 대상은 아니야
필자가 원고를 쓰고 있는 시점에 러시아는 비트코인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므로 러시아의 비트코인 거래 행위는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셱은 “SWIFT로부터 끊겼기 때문에 러시아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과 거래할 방법이 사라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암호화폐라는 또 다른 통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미 일부 기업들은 비트코인으로 해외 파트너사들에 지불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해외 송금의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CIPS다.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CIPS)’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에서 주도하는 금융 네트워크로, 중국의 오랜 우방 국가인 러시아가 SWIFT 대신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중국이 이미 이 CIPS의 활용을 러시아에 제안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한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금융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암호화폐로 지원금을 보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미 3,500만 달러가 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의 포화로 기존 금융 인프라가 파괴된 때에 이 암호화폐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블록체인 및 핀테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항시 지켜보고 있기도 하다.

마셱은 “비트코인과 디지털 코인, 각종 핀테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건 이미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에 그 관심의 정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한다. “요 며칠 동안 발생한 대형 거래들을 추적한 결과, 한 번에 10만 달러 이상 되는 규모의 비트코인 거래만으로도 누적량이 2천억 달러를 넘는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형 거래들이 일어나는 곳을 지역적으로 살폈을 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신하게 해 주는 패턴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그 지역의 사람이나 기업들이 안전하게 자금을 비축하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재산을 전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움직임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는 러시아 루블 화의 빠른 가치 하락이다. 게다가 러시아 중앙은행은 달러 화의 구매를 금지시키다시피 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들고 있는 재산이 전부 ‘가치 0루블’로 산화할 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생기고 있고, 그래서 도피처로서 암호화폐를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큰 돈으로 구성된 거래도 중간자의 개입없이 세계 어디로든 보내고 받을 수 있으니까요.”

크립토 스트레스 테스트
인류가 사용하는 많은 기술들이 전쟁터에서 탄생했다. 의료 기술 역시 전쟁의 그늘 속에서 적잖은 발전을 이뤄낸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암호화폐와 핀테크, 탈중앙화 금융의 발전을(그리고 제도화를) 가속시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셱은 지금의 상황이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같다”고 말한다. “해킹 공격에 대해 암호화폐가 얼마나 잘 버티는가는 항상 시험대에 오르는 문제였죠. 이제 전쟁 상황에서 암호화폐는 얼마나 굳건히 유지되는지에 대한 실험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혁신이 위기의 압박과 위기 속에서 탄생하곤 한다.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 된 것을 우리는 목격해 왔다. 먼 미래의 이야기일 줄 알았던 원격 수업이나 원격 근무 역시 팬데믹으로 인해 빠르게 현실이 되었다. 국제적인 무력 충돌의 상황에서 비트코인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역시 미래의 무언가가 우리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뜻 아닐까? “게다가 이번 전쟁은 이례적인 규모의 사이버전 행위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금융 생태계가 표적이 될 가능성도 높겠지요. 암호화폐도 당연히 그런 표적들 중 하나가 되겠고요. 이런 면에서도 스트레스 테스트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쟁이 끝나면 암호화폐가 주류 화폐로 등극될 것이라고 마셱은 보지 않는다. “아직 암호화폐가 SWIFT가 가진 장점을 전부 다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가치의 휘발성 문제도 아직 제대로 입증된 적이 없고요. 암호화폐가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을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암호화폐의 미래에 이번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든 중요한 변수로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글 : 조아오피에르 루스(Joao-Pierre Ruth),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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