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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테크놀로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2022.08.16

테크놀로지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국가의 수장들도 이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외교를 이뤄간다. 그렇기 때문에 IT 업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지정학이다. 세계의 주요 지역과 국가들이 어떤 부분에서 충돌하는 지 알아야 한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테크놀로지는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각종 거래의 형태와 방식을 규정한다. 기술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이 가까워지고 끊임없이 연결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각종 사회, 경제, 지정학적 문제에 있어 양극화를 부추기기도 한다. 테크놀로지와 지정학적 갈등 및 사회 현상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사기업들은 테크놀로지만 생각하지 각종 사회 문제는 정치인들에게만 미뤄두는 경향이 있다.

[이미지 = utoimage]


최근 EY에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포브스 선정 글로벌 2000대 기업의 CEO들 중 63%가 “테크놀로지와 디지털 전환이 현재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꼽았다고 한다. 또한 이 지도자들은 지정학적 갈등 상황이 기업에 가장 적은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기도 했다. 놀랍게도 단시안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이 국제적인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요인들이 테크놀로지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한다.

왜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가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테크놀로지는 이제 첫 손에 꼽히는 주요 요소다. 인도와 미국 간 IT 아웃소싱 협약의 규모는 7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관계라는 것도 IT와 관련된 제조 산업과 가장 깊이 얽혀 있다. 그 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서로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어가는데, IT 기술과 관련된 경우가 대단히 많다.

지정학적인 갈등의 결과로 제재가 발생할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어떤 국가는 독점적으로 보유한 기술력을 특정 국가에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압박을 가한다. IT 기술이라는 것이 워낙 사회 경제 전반에 깊이 관여해 있기 때문에 기술 제공을 단절한다는 것만으로도 국가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술이 무기가 되는 순간이다. 다만 이를 계기로 제재 대상이 된 국가가 스스로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고, 그러면 해당 기술에 대해서는 독립을 이뤄낼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이 없지 않다.

그렇기에 요즘 지정학적 갈등이나 충돌이 일어나는 전장은 기술 기업들이다. 예를 들어 5G 네트워크 시장에서의 대립이 첨예하다. 현재 이 시장의 가치는 1조 3천억 달러에 가깝다고 평가되고 있다. 먹을 것이 풍부한 시장이라는 것이고, 정말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에릭슨, 화웨이, 노키아 등이 보통 선두주자로 꼽힌다. 국가의 5G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에 어떤 기업을 선택하는가에 대한 문제 때문에 정부들까지도 나서고 있고, 이 때문에 외교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비행과 항공 산업도 좋은 사례다. 항공 산업은 독점으로 점철되어 있는 곳이다. 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항공 규정과 정책, 표준을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공 기술을 가진 국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심지어 독점을 하고 있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 분야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지정학적 전쟁터가 되고 있는 기술 제품/서비스는 소셜미디어다. 예를 들어 트위터의 경우 중국과 인도의 신경전 사이에 경영진들이 나서서 사과해야만 했다. 두 나라 사이의 국경선 문제와 관련된 오류 때문이었다. 구글이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인 구글 맵스도 각지의 분쟁 지역에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어마어마한 컴플레인을 접수받는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함에 따라 인텔은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완전히 중단하기도 했다.

기술과 사회, 민주주의적 절차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와 세계경제포럼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77억 명의 사람들 중 35억 명이 온라인에 접속한다고 한다.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 50억 명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만 하더라도 46억 5천만 명으로 증가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지정학적 갈등 요소는 늘어만 가고 있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위협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이버 정찰 행위(사람들은 인터넷의 정보를 깊이 신뢰한다)
2) 선거 시 어느 후보를 뽑을 지 잘못 선택할 가능성(혹은 오류가 가득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
3) 세계 유력 인사나 지도자, 세력들이 여러 주권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게 될 가능성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록 이런 위협들이 나타날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소비할 때 신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타국의 직접적인 공격에 대한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4월, 러시아의 해커들이 코스타리카의 재무부를 직접 타격했다. 이 때문에 정부 기관이 세금을 제대로 걷을 수 없었고, 수출 시스템에도 악영향이 있었다. 5월에는 그린란드의 의료 시스템이 공략당했다. 이 때문에 그린란드 전체의 의료 체계가 거의 마비됐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현지화 규범, 그리고 규정
의외로 인터넷 기업들과 관련 기술 산업은 규정으로부터 자유롭다. 비교적 새로 등장한 기술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법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아직 규제가 많은 편이 아니다.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가 월드와이드웹(WWW)을 발명한 것이 1989년이다. 버너스 리가 지금처럼 세계 구석구석의 각종 사안에 인터넷이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법적 체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역시 미리부터 대비하지 못했다. 지금 사이버 범죄자들이 득세하는 건 이러한 법적 기반이 부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술 기업이나 담당자들이 지정학적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미리부터 대책을 마련한다는 건 특정 정치적 성향을 발현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개념을 뛰어넘어 회사에 미칠 사회적 현상들을 예측하고 계획을 미리 세워두라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기틀이 되는 각종 프로세스들이 위협을 받을 때, 기업 혼자서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기술, 지정학”이라는 칼럼을 작성한 사미어 파틸(Sameer Patil)과 비벡 미슈라(Vivek Mishra)는 “현대 지정학의 심장은 테크놀로지”라고 표현한다. 특히 인공지능, 블록체인, 5G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의 경우 시장 내 영향력을 어떤 기업이 차지하느냐가 정부 기관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기까지 하다. IT 분야에 몸을 담고 있다면, 지정학적 상황들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삼촌인 벤은 ‘피터 파커’에게 이렇게 말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는 걸 기억하렴.” IT 기술은 국가가 외교 무대에서 발휘할 수 있는 분명한 힘이 되고 있다. IT 전문가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더 큰 책임을 우리 모두가 우리도 모르게 지기 시작했다는 뜻이 된다. 최근에는 테크외교(Tech-Diplomacy)라는 말도 나왔을 정도니 말이다.

상대가 세계 어디에 있든 우리는 방에 앉아 저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국경선은 날이 갈수록 흐려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사업 계획에 상관없이 국제 무대로 옮겨가고 있다. IT가 가진 힘의 증거들이 빠르게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도맡아야 할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할 때다. 그리고 그 정보는 주로 지정학과 관련된 각종 이슈들로부터 나온다.

글 : Priyanka Godwal, IT 매니저, C4i Technologies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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