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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의 인력난과 경제 불황이 겹치니, 그들이 돌아온다 2022.11.25

사람이 모자란다 모자란다 하더니 갑자기 은퇴자들까지 인력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무실로 복귀한다는 말의 뜻까지 확대됐다. 대선배들도 재택 근무의 바람을 타고 있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팬데믹 봉쇄가 어느 정도 완화된 후부터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는 문제가 여기 저기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사무실로 돌아간다’는 표현 자체에 새로운 뜻이 추가됐다. 코로나로부터 격리된 사람들이 사무실로 돌아온다는 뜻 외에, 은퇴를 했던 사람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다는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이미지 = utoimage]


은퇴했던 사람들이 현장으로 돌아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인력 수급에 큰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바 ‘대 퇴직의 시대’라는 유행 때문에 시장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늘상 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게 대다수 기업들의 현실이었다.

대 퇴직의 시대가 유행하기 시작한 데에는 팬데믹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례 없는 규모의 보건 상황을 겪으며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일과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9시부터 5시까지 매일 일터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것, 더 소중한 것을 찾아나섰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힌 사람들도 있고, 그 기술을 가지고 직업을 바꾼 사례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 진짜 소중한 것에 투자를 하는 흐름도 생기면서 일을 악착같이 더 할 필요도 점점 사라지는 중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쌓여 대 퇴직의 시대라는 게 시작됐고, 이 현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최근 한 조사를 통해서도 직원들의 40% 이상이 3~6개월 안에 현 직장을 떠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계획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수치는 2021년의 그것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일과 삶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생각도 변했다. 미국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노후 대책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401K라고 하는 연금 제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이러한 연금 제도는 ‘경제가 꾸준히 성장만 한다’는 전제 조건을 필요로 한다. 평상시의 미국에서는 이게 의심할 만한 전제 조건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이 철칙이 깨졌다. 심각한 경제 불황이 예고되고 있으며, 이미 경제 성장률은 10% 이상 낮아졌다.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은퇴자들을 돌아오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은퇴 후 필요한 생필품들과 각종 의료 비용, 약 값, 집과 옷에 들어가는 비용 등이 전부 갑자기 높아졌다. 마련했던 은퇴 자금으로는 불충분하게 된 것이다. 믿었던 은퇴의 기반이 흔들리지, 그 와중에 물가는 천정을 뚫고 올라가지,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게 은퇴자들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다시 일터로
경제적인 이유로만 일터로 나왔다면 그것도 참 서글픈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일을 그만둔 삶은 의외로 고립된 느낌을 준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외로워지고, 삶이 무료해진다. 은퇴자들 중 직장 복귀를 꿈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평생 일을 하던 사람에게 평생 쉬라고 하니, 하루아침에 적응이 잘 될 리가 없다.

그렇기에 IT 분야의 인력난은 이들에게 차라리 다행인 소식이다. 컴시아(CompTIA)의 수석 연구원인 팀 허버트는 “기술 분야에서는 꾸준히 사람이 채용된다”고 말한다. “올해 10월에 조사된 바에 의하면 미국 테크 산업은 2만 명이 넘는 신규 인력을 채용했습니다. 23개월째 연속으로 기록이 갱신된 겁니다. 특히 IT 프로젝트 지원 전문가, 프로젝트 관리자, 시스템 엔지니어, 네트워크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높았습니다.” 링크드인에서 조사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은퇴자들을 현장으로 부르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원격 근무 체제의 보편화 역시 은퇴한 사람들의 복귀를 돕고 있다. 아무리 일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새로운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사무실로 매일처럼 출근한다는 건 꽤나 두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집에서 자기의 능력만을 편안하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복귀라는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준다. 현재 IT 업계의 공석 중 34%가 재택 근무를 허하고 있는데, 이런 자리들은 은퇴자들까지도 경쟁에 뛰어든다.

재택 근무의 또 다른 장점은 은퇴자들이 파트타임으로 근무해도 무방한 여건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은퇴자들이라고 해서 전부 현장 복귀로의 의욕에 불타는 건 아니다. 조금만 일하고 쉬고 싶은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재택 근무 형태의 파트타임 근무 조건은 안성맞춤이다.

현재 돌아가는 경제 상황과 IT 분야의 상황, 최근 빅테크의 대량 해고 등 여러 가지가 맞물려 은퇴자들의 복귀가 증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상황이다. IT 업계는 유능한 실력자들에 대한 수요가 높고, 필요조건만 맞는다면 나이와 지위가 어떻든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이 현상이 지속된다면 은퇴자들 다음으로 누가 또 인력 시장에 나타나게 될까.

글 : 살바토어 살라몬(Salvatore Salamone),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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