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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지 컴퓨팅은 사업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2.12.04

새로운 기술이 앞다투어 나오는 때에, 우리는 기술이 그냥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보여서 구축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별 필요가 없는데, 없는 필요까지 꾸역꾸역 만들어 기술 도입을 정당화 한다. 화려한 신기술에 속았을 때 빠지는 함정이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뒤쳐지기 싫어서다. 클라우드로의 도입이 한창 이뤄질 때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옮긴다는 것은 매우 쉽고 직관적인 일이므로 여러 기업들이 서둘러 이를 감행했다. 하지만 그 전에 클라우드의 용처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일을 간과했다. 그러니 클라우드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었고, 그래서 클라우드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현재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라는 것에 있어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 = utoimage]


에지 컴퓨팅을 ‘뒤쳐지기 싫어서’ 서둘러 도입해서는 클라우드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애써 도입해봤자 실망이라는 결론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사업 상황을 다시 검토하고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 환경에 도입되는 모든 기술은 사업을 활성화시킨다는 목적 그것 하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사업적 필요를 평가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검토해야 한다. 그런 후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도출하고 활용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짜야 한다. 기술부터 골라놓고, 그것을 정당화 하려는 함정을 벗어나야 한다.

에지 컴퓨팅의 경우 어떤 정당한 사용 사례가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가며 이 부분을 검토해야 할까? 사업적인 질문들이어야 한다. 사업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긍정적인 효과들을 찾아나서야 하고, 조금이라도 애매한 게 있을 때는 에지 컴퓨팅이 아무리 좋다고 소문이 나더라도 한 발 뒤로 물러서 다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에지 컴퓨팅 도입을 검토할 때 물을 수 있는 네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회사의 정책은 중앙에서 관리되는가?
기존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와 달리 에지 컴퓨팅 환경에서는 정책을 만드는 일과 실행하는 일이 분명하게 구분된다. 그러니 중앙에서 정책과 규정을 정하고, 이를 각 에지로 분산 배포시켜 각자가 자유롭게, 상황과 맥락에 맞게 지켜야 하는 환경에 적합하다. 이런 환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이 있다. 본사에서 여러 가지 정책들을 결정해 전달하면 각 지점이 이를 접수하여 지킨다. 정책이 중앙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기업 구조라면 에지 컴퓨팅이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2. 활용 시나리오가 원격성과 자율성을 담보로 하고 있는가?
에지 컴퓨팅을 운영한다고 할 때의 핵심은 중앙 인프라에 대한 연결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에지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클라우드라면 클라우드가 마비될 때 에지도 작동하지 않는다. 에지 컴퓨팅이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연결성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에지 컴퓨팅 체제를 마련해 봐야 크게 얻어낼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작동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제조업에 잘 어울린다. 늘 상점이 열린 상태일수록 좋은 도소매 분야에서도 에지 컴퓨팅은 괜찮을 수 있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제조업이나 도소매업임에도 중앙 통제와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에지 컴퓨팅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3. 각 에지들은 각각의 고유성을 유지하는가, 아니면 통일되어 있는가?
에지 컴퓨팅의 또 다른 강점은 중앙 인프라에서 에지에 명령이나 지시 사항, 정책 등을 각 에지로 전달할 때 한 번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에지 한 개나 두 개가 굉장히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거나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해 있어서 독특한 지시 사항이나 정책을 따로 해야 할 수도 있다. 한두 개면 그래도 괜찮은데, 절반 이상의 에지가 나름의 고유성을 유지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에지 컴퓨팅의 효율을 스스로 삭제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에지 컴퓨팅이 금기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굳이 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4. 데이터 스트리밍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산정하는가?
데이터 스트리밍과 백홀로 인한 비용이 데이터 레이크에서 발생하는가, 아니면 에지에서 발생하는가? 만약 데이터를 에지에서 먼쪽으로 옮길 때 비용이 든다면 에지 컴퓨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비용을 꽤나 아낄 수 있게 된다. 반대라면 에지 컴퓨팅을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백홀 비용이 처음부터 큰 문제가 아닌 경우도 에지 컴퓨팅을 통해 얻어갈 게 그리 많진 않다.

에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우리 회사는 에지 컴퓨팅이 잘 어울린다’고 판단을 내렸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에지 컴퓨팅을 도입해야 할 차례다. 위의 질문들에 답하는 것도 어려웠겠지만, 앞으로가 더 까다로울 수 있다. 일단 몇 가지 물류 부분에서의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주요 관계자들 중 에지 컴퓨팅 도입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일, 에지에서 발생한 문제나 고장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일, 네트워크가 분산 구조와 궁합이 잘 맞도록 재구성하는 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일단 에지 컴퓨팅으로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진행할 때는 먼저 기업의 장기적 디지털 전환 목표의 관점에서부터 설명하는 게 좋다. 에지 컴퓨팅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일 뿐 그것 자체가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걸 알리는 것이다. 사실 클라우드로의 이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 때도 이와 비슷한 접근 방식이 잘 통했었다. 디지털 전환으로의 흐름은 거의 모든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회사의 소통 체계 혹은 통신 체계를 평가할 차례다. 에지와 잘 어울리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만약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에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현재 회사의 소통 체계로 이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A 지점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누구에게 연락을 하고, 누가 담당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곧바로 답이 떠오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잦은 IT 관련 문제가 예상된다면 IT 팀들이 종횡무진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지는 무용지물이 된다.

네트워크 구조도 에지 컴퓨팅에 어울리도록 변경해야 한다. 이 때 세 가지 층위를 검토하는 게 중요한데, 첫 번째는 ‘노출된 층위┖다. 사람들이 네트워크에 직접 접속하는 부분을 이야기 한다(예 : DNS). 두 번째 층위는 인프라를 구성하는 다양한 장비와 기술들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예 : VPN, Anycast). 세 번째 층위는 인프라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집계되는 중앙 물품 및 재고 관련 기록으로, 자주 간과된다. 이 세 층위들이 에지 컴퓨팅과 호환이 잘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위에서 살핀 여러 가지 질문과 조건들이 다 잘 들어맞는가? 물론 100% 다 에지 컴퓨팅과 어울리는 조건에서만 에지 컴퓨팅을 구축할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기업의 상황에 따라 어떤 조건들은 반드시 성립되어야 에지 컴퓨팅을 도입하는 이유가 생길 것이다. 그런 부분을 미리 잡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그건 사업적인 필요에 기술의 발전이 종속되어 있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더 잘 보인다. 기술 도입을 위한 도입은 사업가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방향이다.

글 : 에킴 모러(Ekim Maurer), 제품 책임자, NS1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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