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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산업, 소프트웨어를 넘어서야 할 차례다 2022.12.08

아직 전기자동차는 그리 완전한 기술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불안한 구석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빠르게 보완과 향상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조금 더디게 쫓아오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를 넘지 못하면 전기자동차의 발전은 여기까지일 것이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GMC 험머 전기자동차가 질주하는 모습은 완벽해 보였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꺾인 길로 들어서면서 험머의 소프트웨어가 갑자기 멈췄다. 운전자와 탑승객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고, 꽤나 위험할 수 있었다. 다행히 경찰이 제 때 도착해서 도움을 주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전기자동차의 갑작스러운 마비 장면을 다룬 이 유튜브 영상은 순식간에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미지 = utoimage]


이 사건으로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그 동안 간과되어 왔던 부분이 드러났다. 안정성 높은 전기자동차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바로 그것이다. 자동차 산업 전체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이 전기자동차와 전기 트럭인데 이를 소프트웨어의 측면에서 바라보던 시각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소프트웨어, 전기자동차에서 뺄 수 없는 요소
자동차 산업은 현재 전기자동차로의 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면서 접근이 쉽고, 스마트하며, 다이내믹한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하다는 걸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하드웨어만 좋지 소프트웨어가 불안하다고 한다면 소비자가 지갑을 열까요?”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소나투스(Sonatus)의 CEO 제프 초우(Jeff Chou)의 설명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고서야 전기자동차로의 대규모 전환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전기자동차를 사면서 얻는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가 불안하면 그런 것들이 사라지거든요.”

상업용 항공기 및 수리 전문 업체 에어로스피어즈(Aerospheres)의 에이미 하워드(Aimee Howard)도 “소프트웨어의 안정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기자동차 산업은 더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기자동차용 소프트웨어들은 제조사마다 다른 기준과 철학을 가지고 만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개발도 어렵고 업데이트도 어렵죠. 또한 소프트웨어라는 건 반드시 업데이트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업데이트가 엉키면 달리던 차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이 지점을 소비자들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사이버 보안 역시 전기자동차용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요소다. “공격자들은 사이버 공격을 통해 차량의 통제권을 가져가거나 통신을 중간에서 가로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보험 정책 자문 기업인 오토인슈어런스(Autoinsurance.org)의 전기차 부문 전문가 멜라니 무손(Melanie Musson)의 설명이다. “전기자동차가 활성화 된 상태에서 소프트웨어 공격이 발생할 경우 전체 도시가 교통 체증으로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해커들은 늘 상상 이상의 공격을 성공시켰고, 전기자동차로도 그렇게 할 것이 분명합니다.”

차량에 탑재되는 부분도 손봐야 하지만 자동차 충전 시스템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도 향상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무손은 지적한다. “지금도 전기차를 보편화시키는 데 큰 장애가 되는 것이 차량 충전 시설의 부족함입니다. 쉽게 충전소를 찾을 수 없으니 차량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죠. 여기에 더해 소프트웨어까지 표준화시키지 못해 호환성 문제까지 불거지면 전기차는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할 겁니다.”

높은 장애물들
사실 전기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몰라서 불안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건 아니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솔루션 아키텍트인 매튜 데스몬드(Matthew Desmond)는 가장 큰 문제로 “차량용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대단히 복잡하며, 따라서 개발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꼽는다. 본연의 기능을 구현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게다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새로운 기능을 끊임없이 개발해 추가해야 합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요구하는 안전 표준 안에서 다채롭고 혁신적인 뭔가를 넣고 넣고 또 넣어야 한다는 것이죠.”

자동차 산업의 컨설팅 회사인 SBD오토모티브(SBD Automotive)의 디렉터 알렉스 오일러(Alex Oyler)는 전기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라고 설명한다. “두 가지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과, 개발 도구가 아직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전기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차량 열기관용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게 보통이죠.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이 어려워지고,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도 불안정한 겁니다.”

개발에 들어가는 장비와 도구들도 충분한 뒷받침이 되지 못한다. “컴퓨팅 장비의 기능 자체는 좋습니다. 전기자동차 내부에도 고성능 컴퓨터가 잔뜩 들어가죠. 그런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에 맞는 고급 개발 도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도구들이 아직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어요.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포토샵이 있고, 영상 제작자들에게도 프리미어 같은 게 있지만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는 그런 게 없어요. 자동차 제조사들에서 도구를 직접 개발해 사용할 정도니까요.” 오일러의 설명이다.

전기자동차 소프트웨어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개발이 어려워지자 제조사들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런 신기술들을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점검하고 특정 환경을 시뮬레이션 해보자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연해 보며 버그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출시 전에 수정할 수도 있지요. 개발자들이 미처 다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점점 더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기대감이 매우 높습니다. 기기 성능이 좋아지면서 배터리 효율이 높아진다든지, 카메라 성능이 좋아진다든지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자동 주차라든가 자동 주행에 대한 기대감도 높고요. 전기자동차를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이해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걸 개발사와 제조사들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초우는 “전기자동차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이라고 하더라도 현대 IT 기술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한 경우가 많다”며 “이걸 이해하려면 차량 제조사들과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스마트폰의 발전상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귀띔한다. “이미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의 경험을 제공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소비자들에게 불완전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면 다른 걸 떠나 시장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입니다.”

글 : 존 에드워즈(John Edwards),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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