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은 천덕꾸러기이면서 조롱거리인 챗봇, 느린 듯 꾸준하게 향상 중 | 2022.12.16 |
목소리는 제법 사람 같다. 구분이 안 갈 때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대화를 조금이라도 길게 이어가면 전형적인 기계적 답변이 나온다. 사람의 음성을 흉내 내는 데 도달한 첨단 과학이지만 인간 언어의 속살은 아직 깊은 비밀이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아쉬워라, 챗봇들이여. 사람들의 조롱이 얼마나 거센지. 당신들이 사람이었다면 세상은 온갖 모욕죄 소송으로 가득했을 터... 많은 사람들이 최첨단 챗봇에 잔뜩 기대를 품고 접근했다가 실망하고 있다. 심지어 엉뚱한 대답이 줄기차게 나오는 것에 분노하여 이 불쌍한 인공지능에게 욕설을 퍼붓는다는 소식도 있다. ![]() [이미지 = utoimage] 확실히 잘못 만들어진 챗봇은 서서히 사용자들의 성질을 돋구는 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자동화 전문 회사 ISG 오토메이션(ISG Automation)의 파트너인 웨인 버터필드(Wayne Butterfield)는 “인간과의 조우 비슷한 걸 기대하고 접근하니 나타나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표현한다. “문제는 이 기술이 인간을 흉내 낸다고 하는데, 사실 인간은 하나하나가 너무나 다양한 양상을 띄는 집합체라는 것입니다. 인간을 흉내 내야 하는데, 정확히 어떤 성격의 존재를 흉내 내야 하는 걸까요? ‘인간을 흉내 낸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가 애초에 너무나 어렵죠. 그런 기본 바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쌓아올린 기술이니 실망감만 줄 수밖에요.” 물론 챗봇 기술에도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간단한 문답은 이미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되어 있기도 하다. 날씨가 어떤지, 특정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달라든지 하는 요청 정도는 타이핑을 하는 것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단문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문장이 입력되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주구장창 쏟아낸다.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업 아펙슨(Apexon)의 수석 데이터 전략 책임자인 밤시 코라(Vamsi Kora)는 “솔직히 말해 현존 챗봇들이 내는 답 중 거의 대부분이 ‘이해할 수 없습니다’인 상황”이라고 말한다. 챗봇이 미움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공감이라는 부분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코라는 한 번 더 짚는다. “인간은 대화를 할 때 정보만 주고받지 않지요. 정보에 감정을 곁들이기도 하고, 오히려 감정 표현이 더 큰 목적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걸 챗봇은 아직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단어의 표면만은 일부 이해할 뿐입니다. 아직 챗봇을 인간과 비슷하다는 식으로 설명하거나 광고하기에는 일러도 너무 이릅니다. 인간 같은 목소리를 내게 한 것도 사실 성급했다고 봅니다. 그러니 실망감이 그 반대급부로서 커지는 겁니다.” 카네기멜론대학의 부교수 베이베이 리(Beibei Li)는 “1:1 소통을 할 때 특히 챗봇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사람은 속담이나 숙어, 관용어와 은어 등을 섞어서 얘기하는데, 이건 단어들이 가진 사전의 뜻과 전혀 다를 때가 많아서 컴퓨터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이라는 게 사람과의 대화에서 습득한 개인정보를 알아서 잘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용자들도 거의 없습니다. 즉 보안의 측면에서는 전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공지능이 - 그러므로 챗봇이 - 편견 가득한 행동 패턴을 보일 때도 있다. 이는 일부 학자들도 확인한 내용이다. “대화형 인공지능의 바탕이 되는 언어 처리 모델들에서 강한 선입견과 편견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을 훈련시켰던 데이터로부터 그러한 영향을 받은 건데, 이러한 결과는 훈련 과정에서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편견을 갖도록 훈련된 인공지능이 사람과의 대화를 이뤄갈 때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낼 것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고요.” 꼭 필요한 챗봇의 특성들 이러한 단점들을 제거하는 것은 챗봇 기술에 반드시 필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단점 제거만이 아니다. 장점과 강점을 장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버터필드는 “챗봇이 사용자들로부터 선택 받기 위해 가져야 할 것은 사람의 요청과 질문에 대한 빠른 응답 능력과 소소한 잡담을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능력”이라고 짚는다. “고객의 필요를 재빨리 충족해주고, 동시에 친밀도를 쌓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수준이지만, 이 산을 넘어야 목표 지점이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을까 합니다.” 고객 응대 센터 솔루션 제공 업체인 워터필드테크(Waterfield Tech)의 AI 전문가 케리 로빈슨(Kerry Robinson)은 “고객의 필요를 빠르게 충족하는 것과 잡담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두 가지가 아니라 하나”라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단답형으로 얘기해줄 수 있는 게 아닐 때도 많습니다. 아니, 자기가 필요한 것을 정확히 이해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 인간 상담사는 대화를 길게 이어가면서 고객의 필요를 끌어내죠. 챗봇이 정말로 고객 대응을 하려면 고객이 정확히 의사 표현을 못해도 대화를 끌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를 파악해 빠르게 답을 해줘야 하죠.” 그러면서 로빈슨은 “고객 대응 직원 중 성과가 좋은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줄줄 외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대화 능력 혹은 공감 능력이 좋아서 고객들로부터 말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챗봇의 도착지는 최소 이 지점이어야 합니다. 그냥 정보만 제공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챗봇을 개발해 간다면 지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소비자들에게 조롱받지 않을 챗봇이 나오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는 겁니다.” 도착지에 도달하려면 한참 남았을지 모르지만, 챗봇은 어찌됐든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어제보다 오늘, 우리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인공지능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수준에 한참 못 미쳐서 눈에 띄지 않을 뿐 발전과 향상은 분명히 이뤄지는 중이다. “알렉사나 시리를 보세요. 주력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힘들지만 잊고 있다가 이따금씩 켜보면 향상된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일반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글 : 존 에드워즈(John Edwards),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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