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쉬운 보안, 더 보편적인 보안을 위해 책을 쓰는 문광석 작가의 하루 | 2022.12.23 |
더 쉬운 보안에 대한 고민은 모든 보안 담당자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일 것이다. 그 고민을 책으로 풀어내려 하는 사람이 있다. 하루를 쪼개고 쪼개 이미 책을 두 권이나 펴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게 보안 담당자들의 삶이라는 건, 혹시 국경을 초월하는 보안 업계의 엄살이었을까?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보았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아침 6시 40분. 문광석 씨의 시계 알람이 울린다. 씻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회사로 출발한다. 감사하게도 회사는 멀지 않아 거리에서 시간을 많이 버리지 않아도 되고 장비 가득한 가방의 무게를 오래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에 앉으니 7시 30분. 사무실에 비치된 신문을 훑고 컴퓨터를 켜고 새 보안 소식들을 마음 속에 스크랩한다. ![]() [사진=문광석 작가] 매일 아침 30분 백신이 해킹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이게 된다고?’ 기사를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능할 것도 같았다. 보안 담당자다보니 자동으로 ‘그럼 우리 회사 백신은 괜찮을까?’로 생각이 전환된다. 업무 시간에 조금 더 깊이 알아보기로 하고 포스트잇에 적어 모니터에 붙여놓는다. 8시까지는 업무 시간이 아니다. 그가 매일 30분씩 누적시키는 자기만의 시간이다. 하루도 빼놓지 않는 이 이른 30분을 통해 자신의 분량이 커져간다고 믿는다. 8시부터는 업무가 시작된다. 이곳은 금융 회사. 탄력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어 누구든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다. 매일 저녁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문광석 씨는 일반 근무자들보다 1시간 일찍 업무를 시작한다. 그래서 8시부터 9시까지는 고요한 시간이다. 전화도 덜 오고, 동료들의 업무 협조 요청도 아직 쇄도하기 전이다. 밀린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좀 더 깊은 연구와 자료 조사 등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들을 처리하기에 딱 좋다. 오늘은 쓸 보고서가 없어 방금 스크랩한 백신 문제를 조금 더 알아보다 보니 9시가 되었다. 주변 동료들이 어느 덧 착석을 하고 있다. 진짜 하루가 시작된다. 보안 도서관으로서, 보안 순찰자로서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다른 부서들의 협업 요청이다. “여보세요? 문광석입니다. 데이터 통합 시스템을 보강하신다고요? 네, 그러면 저희 보안 팀에서 검토할 것이 좀 있겠네요. 그럼 1시 30분에 회의를 하시죠.” 회의는 주로 오후에 있고, 오전에는 회의 시간을 결정하고 회의를 위한 자료를 준비한다. 방금 걸려 온 전화로 오늘 오전의 과제가 주어졌다. 데이터 통합 시스템에서의 보안 문제에 대한 자료를 찾아 뽑아둔다. 다른 부서에서도 보안 검토 요청이 들어오고, 오후의 일정이 촘촘해진다. 10시부터는 보통 장애 관련 문의를 가진 동료들이 문을 두드린다.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시간에 뜻하지 않은 장애들이 발견돼 다급하게 보안 부서로 전화를 건 사람들이다. DRM이 다른 솔루션과 충돌을 일으킨다든지, 오피스가 갑자기 열리지 않는다든지, 방화벽이나 네트워크 오류 메시지가 반복해서 뜨는 문제들이다. 하나하나 직접 처리하기도 하지만 몸은 하나 뿐. 팀원들에게 문제를 인계해 대신 처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반대로 팀원에게 온 요청을 대신 살피기도 한다. 한 바탕 폭풍이 휩쓸고 가면 오전까지의 이슈들을 팀과 공유한다. 어느 덧 시간은 11시. 아까 하다 만 자료 조사를 이어서 진행한다. 막내 팀원이 잘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기도 하고, 다른 부서에서 들어온 협업 요청 내용을 팀장에게 보고할 시간이 나는 것도 이 때 즈음이다. 오후 회의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 시간이 소중해진다. 그리고 슬슬 배가 고파진다. 11시 45분 정도가 되면 모든 것을 접어두고 점심 메뉴를 고민한다. 잘 먹는 게 중요하다. 밥과 같이 먹을 건강 보조제들도 챙긴다. 꽉찬 스케줄을 버티려면 체력만큼 신경 써 관리할 게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늘은 뚝배기 불고기로 결정했다. 13시에 사무실로 복귀하면 아침에 약속했던 회의를 30분 정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회의는 1시간 남짓 진행된다. 보안 담당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은 다 하고, 우려되는 부분들을 최대한 많이 알려주려 한다. 문광석 씨에게 보안 담당자란 ‘보안 전문 도서관’이다. 직접 모든 일을 손으로 다 처리해 주는 게 아니라, 보안의 현상들과 관점들을 알려줘 각자가 혹은 각 부서가 보안을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기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두가 보안 실천 사항들을 직접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필요한 보안 조치를 취할 줄 모른다면 보안이라는 것은 신기루와 같은 것이 될 뿐이다. 그래서 그는 보안을 실용적으로 정리해 둔 책 ‘키워드로 정리하는 정보보안 119’을 2년 전에 펴낸 바 있다. ![]() [사진=문광석 작가] 회의가 끝나고 나오니 2시 반이다. 그 다음부터는 보안 운영 업무가 시작된다. 그 동안 방화벽을 점검하면서 하루 종일 탐지된 내용들을 검토한다. 경보가 꽤나 많이 울렸다. 정탐과 오탐을 구분해가며 주요 위협 요인들을 파악해 처리한다. 오전부터는 주로 보안 도서관으로 살아왔지만 이 시간에는 순찰자가 된다. 회사 네트워크를 경비 아저씨들처럼 돌며(물리적으로 도는 건 아니다) 골치 아파질 수 있는 것들을 일찌감치 솎아낸다. 공격과 방어의 현장에 직접 몸을 담그는 것인데, 이것이 매일 저녁에 있는 스케줄을 완수하는 데 적잖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저녁까지 가는 길목이 평화로울 리 없다. 갑자기 긴급 회의가 소집된다. 아침에 약속을 잡아둔 것이 아니라, 자료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불려간다. 가 보니 상급 기관에서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제기되어 급하게 담당자들이 모인 것이었다. 경영진들이 외부에서 아키텍처 리스크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회사가 걱정되어 급히 사람들을 부르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러면 문광석 씨는 다시 보안 도서관이 된다. 지난 수년 동안 아침마다 누적시킨 30분, 현장 순찰을 했던 경험들, 각종 회의를 준비하며 마련했던 자료들이 있어 설명할 것들은 충분하다. 대책을 마련하고, 아니면 경영진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회의는 끝난다. 저녁의 또 다른 스케줄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진다. 시계는 5시 반을 향해 가는데 벌써 어둑해지는 느낌이다. 이제 하루 동안 미결된 업무들을 마무리 할 시간이다. 협력 업체에 전화를 걸기도 하고, 내일 아침에 쓸 보고서 자료를 한 켠에 놓아두기도 한다. 뜻하지 않은 장애가 발생하면 처리하고, 아까 순찰했던 자리들을 빠르게 훑는다. 그리고 눈치 껏 퇴근을 감행한다. 아침의 그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채다. 잠깐 스터디 카페를 들릴 때도 있지만 오늘은 아이와 놀아주기로 약속했다. 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고 약속했던 대로 아이와 놀고, 씻기고 재우고 나면 9시 반 정도다. 10시가 될 때도 있다. 저녁 스케줄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매일 반복되는 그의 개인 시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은 집필의 시간이었다. 지난 9월에 출판되고 12월 달에 전자책으로까지 나온 그의 두 번째 책 ‘삐뽀삐뽀 보안 119’를 쓰느라 10시부터 2~3시까지 원고를 고치고 다듬으며 내용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첫 번째 책에 보안 담당자들을 위한 내용을 담았다면, 두 번째 책에는 일반인이 실천할 수 있는 ‘보안 습관’들을 쉽게 표현하려 했다. ![]() [이미지 = 교보문고 웹사이트] 2권을 쓰면서 세 번째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금은 그래서 3권을 구상하고 있다. 목차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아직은 앙상한 뼈대만 있어 출판사와 계약을 하지는 않았다. 좀 더 살과 근육을 붙여야 집필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것 같다. 아니, 뼈대조차도 아직은 완성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잠이 올 때까지 - 오늘도 아마 2시나 3시가 될 것이다 - 뼈대에 넣고 싶은 것들을 고민하고 자료를 뒤적이며 목차를 보강한다. 책 집필에 걸리는 시간이 8개월에서 1년 정도라면 그는 목차에만 3~4개월을 매달린다. 책의 본문을 쓰기 시작할 때도 항상 화면이 두 개 필요한 건 한 화면에서는 원고를 쓰고 다른 화면에는 목차와 메모를 띄워두기 때문이다. 그의 가방이 묵직한 건 17인치 노트북과 17인치 휴대용 화면이 들어 있어서다. 언제고 지난 밤에 쓰던 곳에서부터 이어가기 위해 산더미 같은 가방을 메고 다닌다. 약도 들어 있다. 잠이 늘 모자라는데, 이걸 ‘쌩으로’ 버티기는 힘들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모니터를 하루 종일 보기 때문에 눈을 보호하는 약과 더불어 활력을 충전해주는 보충제들을 꼬박꼬박 챙긴다. ![]() [사진=문광석 작가] 이제 하루를 마무리 할 때다. 아내와 아이는 이미 깊이 잠들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기에 가장인 자기에게 허락되는 꽉찬 하루가 새삼 감사하다. 알람이 6시 30분에 맞춰져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잠귀를 자극하지 않으려 까치발을 들고, 두 사람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몸을 눕힌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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