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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드리븐이냐 데이터 인폼드냐, 그것이 문제로다 2023.01.04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 데이터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활용하느냐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주인처럼 떠받드느냐, 아니면 일종의 참고 자료로만 쓰느냐의 갈림길에 많은 기업들이 서 있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2023년 많은 기업들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수집한 데이터들을 분석해 보다 현명하고 수익성 높은 사업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데이터 분석의 효능과 중요성에 대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글을 쓰고 기고했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제는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나 잘 이해하고 있다.

[이미지 = utoimage]


그런데 데이터를 가지고 통찰을 얻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데이터가 안내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가 조언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자는 data-driven이라고 불리고 후자는 data-informed라고 불린다. 전자는 데이터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이고, 후자는 내린 결정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차이를 보다 상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데이터가 가이드 역할을 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이라는 말은 테크 분야에서 시작해 사회 여러 분야에서 큰 유행어가 된 바 있다. 내부 데이터와 고객 관련 데이터들을 여러 곳에서부터 수집하고, 구성 및 조직하여 한 개 이상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플랫폼에 옮긴다. BI 플랫폼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값을 낸다. 이 결과는 곧바로 기업이 따라야 하는 결정이 된다. 인공지능이 주도하여 결정을 내리고, 조직은 이 결정을 따른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사업에 활용하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사업 전략이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이용하여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재처럼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빠르게 분석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라는 전략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의미가 되었을 정도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있어 기존 데이터 분석 기술로는 얻어낼 수 없었던 통찰까지도 이끌어내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말이다. 그러니 데이터 분석 결과를 회사 결정 그 자체로 받아들일 법하다.

데이터가 조언자 역할을 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오로지 데이터만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데이터 드리븐’이라면 ‘데이터 인폼드(data-informed)’는 인공지능의 중요한 분석 결과를 하나의 의견으로서 참고하는 것을 말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여기 저기서 끌어모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것은 완전히 똑같다. 인공지능이 통찰을 이끌어내고 결론을 내리는 것도 똑같다. 하지만 그것을 사업적 결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결정은 인간이 내린다. 인공지능이 산출한 결과까지 참고해서 말이다.

데이터 인폼드 전략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데이터의 중요성과, 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의 중요성 모두 인정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결정’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인공지능이 분석하여 내린 결정은 통찰의 정확도와는 별개로 간지러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계의 정확하고 놀라운 분석 결과와 인간의 경험이 합쳐졌을 때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어떤 접근법이 알맞은가?
데이터가 모든 결정을 내리게 하느냐 아니면 데이터의 결정을 하나의 의견으로 참고만 하느냐,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기업이 안정성이 높은 시장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느냐 아니면 불안정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시장 상황, 그리고 기업 상황이 안정적이라면 내부나 외부에서 큰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변수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럴 때는 ‘데이터 드리븐’ 전략을 따르는 게 나쁘지 않다. 결정 속도가 매우 빠르고 크게 잘못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정성이라는 무기를 활용해 사업 진행의 속도를 붙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분석은 기계가 맡고, 내려진 결정을 가장 높은 품질로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인간이 맡는 투 트랙 전략이 강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안정성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은 세상에 얼마 되지 않는다. 기업 환경과 시장 상황은 늘 급변하고 유동성이 차고 넘친다. 한 가지 사업 모델을 죽을 때까지 고수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늘 새로운 아이템과 전략,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따라서 변수 투성이고, 변신해야만 살아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데이터 인폼드’가 좀 더 알맞을 수 있다. 기계가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수초 안에 분석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상황을 둘러싼 큰 그림(유행, 정치 상황, 여론, 각종 사건 사고 등)까지 고루 고려해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물론 인간도 이러한 판단을 내릴 때 틀릴 때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의 경험이나 직관, 예감 등을 기계로 대체하기에는 이르다. 시장이 흔들릴 때는 발 빠르게 치고나가는 것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최대한 안전한 경로를 찾는 게 일반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글 : 앤드류 프로흘리히(Andrew Froehlich), 회장, West Gate Networks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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