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로 인해 은밀히 떠오른 직군, 데이터 관리자 | 2023.01.06 |
어디선가 모인 데이터를 그저 안전하게 지키고 앉아 있는 사람. 대부분 기계에게 할 일을 내 준 사람. 데이터 관리자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다. 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며 이들의 할 일이 훨씬 많아졌고, 서서히 데이터 관리자를 따로 구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데이터 관리자’라는 직업에 대해 들어 보았는가? 처음 들어봤을 때 느낌이 어땠는가? 흥미로운 사건이 가득한 직업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데이터 관리자라고 하면 도서관 사서 정도가 떠오르는 게 보통이었다. 지난 세기에 다 없어지지 않은 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의 인상이랄까. ![]() [이미지 = utoimage]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케케묵은 인상의 직업군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데이터 과학의 영역까지 넘보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로 인해 급하게 진행되었으며, 특히 임상 데이터를 관리하고 처리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로 떠오르게 되었다. 임상 실험에 대한 중요도가 갑자기 올라가면서 데이터 관리자라는 직업은 더 없이 흥미진진한 시기를 맞게 되었다. 팬데믹이 선포되기 전 임상 실험은 대략 4천 건 정도 진행됐다. 코로나가 발견되면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이 임상 실험의 횟수는 보수적으로 집계해도 대략 1천 건 증가했다. 그렇다고 모든 임상 연구의 역량을 코로나에만 집중시킬 수만도 없었다. 임상 실험과 연구를 통한 질병 정복의 노력은 코로나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어야 했다. 코로나 때문에 암 연구의 혁신이 중단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상 연구를 이전과 같은 절차와 사고방식으로 진행해서는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 임상 실험에 필요한 사람과 환자들을 모으고, 만나고, 검사하는 모든 과정이 아무런 예고 없이 금지되었다. 심지어 연구 센터로 들어가 필요한 연구원들을 만나 논의하고 데이터를 받아오는 일도 더 이상 허락되지 않았다. 임상 연구의 모든 절차에서 ‘대면’이 섞인 것들은 모조리 제거해야 했다.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렵고 복잡한 것이 되었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말이다. 이런 모든 어려움을 뚫고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상황의 급박함 때문에 결과를 빨리 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연구원들을 짓눌렀다. 이전 같았으면 3~6개월 걸려야 겨우 실험 계획서가 나왔는데, 이제는 24~48시간 안에 만들어져야 했다. 이 계획서가 임상 데이터베이스로 전환되는 데에는 단 수시간 만이 허락됐다. 놀랍게도 임상 실험 분야 연구원들은 이 불가능한 시간 단축을 이뤄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데이터 관리가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데이터 관리에서 혁신이 없었다면 임상 실험은 예전 그대로의 방식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임상 실험 분야를 비롯해 대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모든 분야에서는 데이터 관리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당연히 데이터 관리자에 대한 시선도 바뀌었다. 그저 데이터를 잘 보호하는 사람을 넘어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여 필요한 데이터와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중개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데이터 관리자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방에 조용히 앉아 하루 종일 자신이 지켜야 할 자산을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적극 개입하여 해결책을 찾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이런 그들의 보이지 않는 진화가 있었기에 코로나 연구는 속도를 붙일 수 있었고, 이 덕분에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백신이 시장에 나왔으며, 인류 대부분은 백신을 맞아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 아무도 노래하지 않는 영웅들, 그들은 바로 임상 실험실의 데이터 관리자들이다. 시대가 바뀌다 20~30년 전에 임상 실험을 진행할 때 3단계를 위해 백만 데이터 포인트들을 모았다면, 오늘 날에는 못해도 환자 한 명 당 수백만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한다. 핏비트나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면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데이터 관리자들은 새로운 기술과 방법들을 동원해 실험 주제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끌어모으고, 그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선별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코로나 전에는 데이터 관리자의 이러한 역할이 그리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자동화 기술과 데이터베이스 스캐닝 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었기 때문에 사람이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시기를 겪으면서 데이터 관리자들은 현대 기술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한 일들을 하게 되었다. 기계들이 찾지 못하는 데이터의 출처들을 발굴하고, 그러므로 더 중요하고 실험 목적과 관계성이 높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데이터를 한 번 거르는 일에 있어서도 자동화 기술만으로는 마련할 수 없는 접근법을 들고 나타났고, 동시에 다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위험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방비할 수 있었다.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사람이 직접 제1선의 방어전선을 구축하니 그 뒤에 있는 모든 시설과 과정들이 더 든든할 수 있었다. 기술로 채울 수 없는 일을 과거의 유물과 같았던 데이터 관리자들이 채워내니 더 많은 조직들에서 이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데이터 관리자가 되려면? 데이터 관리자는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일까?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이 일을 하는 데 적합할까? 탐구심이 첫 번째로 필요한 특성이다. 특히 사람과 기술에 대한 관심이 깊어야 한다. 과학 기술 분야를 공부했다면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임상 분야에 있다고 해서 의학적 전문 지식을 갖출 필요까지는 없다. 또한 약간의 뻔뻔함이 요구되기도 한다. 데이터 관리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접근법을 고안해내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당연하지만 모든 제안이 다 환영받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거절을 대차게 당해도 다음 방법론을 생각해낼 뻔뻔함이 필수적이다.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 역시 데이터 관리자가 될 수 있지만 은행, 금융, 보험 분야 출신들이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이들은 데이터와 관련된 다양한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고 모델링을 하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도 좋은 데이터 관리자가 될 수 있다. 손에 쥔 데이터를 가지고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종합적인 통찰을 이끌어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데이터 관리자들에게 요구되는 직무 수행 능력은 ‘이거다’하고 정해지지 않았다. 위에서는 주로 임상 분야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임상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라면 데이터 관리자가 수행해야 하는 일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일 자체가 모든 산업에서 중요한 것이 되어가다 보니 ‘데이터 관리자를 찾는다’는 구인 공고가 비교적 자주 뜨는 걸 알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데이터 관리자가 되고 싶은 사람과, 그런 사람을 찾는 회사가 직접 만나 서로의 필요와 책임, 할 일을 조율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 : 리차드 영(Richard Young), 부회장, Veeva Systems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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