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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아우라, 사라지고 있는가 2023.01.13

테크 산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의 명성과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역사가 바뀌는 것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실리콘밸리의 현 상황에 대하여 미국 IT 업계 종사자들에게 물었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실리콘밸리는 오늘 날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IT 및 디지털 기술이 태어난 곳이다. 1939년 윌리엄 휴윗(William Hewett)과 데이비드 패커드(David Packard)가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한 차고에서 오디오 오실레이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이곳은 각종 테크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였으며, 지금 우리가 익히 아는 애플, 어도비, 오라클 등의 기업들도 이곳에서 자랐다.

[이미지 = utoimage]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 노요(Noyo)의 CEO 섀넌 고긴(Shannon Goggin)은 “실리콘밸리 전체의 사고방식과 지향점은 ‘기술을 사용해 한계를 뛰어넘는다’였지, ‘해 봄직한 것만 골라서 공략한다’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크게 휘두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를 설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각종 혁신을 위해 며칠 밤도 꼬박 새곤 했었지요.”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테크라는 것이 우리 생활 전반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위상이 예전만 하지 못할 뿐더러 조만간 저물기 시작할 거라는 예측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꼭 실리콘밸리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진 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어디서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오히려 팽배하죠.” 카네기멜론대학의 디지털 미디어 마케팅 교수인 아리 라이트먼(Ari Lightman)의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에도 원격 근무의 여파가
클라우드 기술이 발전하고, 그에 따라 클라우드 기반 IT 자원들이 증가하면서 근무나 교육이라는 것이 점점 탈중앙화 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해 주는 기술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어느 지역에서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기술 분야에 특화되어 있던 대학들 역시 점점 더 지역적인 구분에서부터 해방되고 있죠. 지역 구분 없이 스타트업들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 허브가 되어주고 있기도 하고요. 클라우드, API, 오픈소스 데이터,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등이 활성화 되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지리적 구분’의 소멸을 암시하는 현상입니다.”

국제적인 인재 채용 전문 회사인 오저스 번트슨(Odgers Berndtson)의 파트너 다이안 길리(Diane Gilley)는 “팬데믹을 거치며 사람들은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즉 모빌리티야 말로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한다. “움직여도 되는 사람들, 움직일 수단과, 움직이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자산의 유용함을 깨달았으며,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도 이런 사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움직여도 된다’는 선택지를 적극 제공하고 있지요.”

실리콘밸리의 악명 자자한 물가와 집세도 이곳으로 이사 오려는 사람이나 기업들을 주춤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다. “이곳에 집을 얻어 가족들과 함께 산다는 건 어지간한 사람들은 꿈도 꾸기 힘든 일입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비싸기 때문입니다. 지역 전체가 자본이 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나 거대해진 테크 기업들의 임원들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어요. 부동산 업자들도 당연히 그런 사람들에 맞게 가격을 책정하고 있고요. 그러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얻는 것도 너무나 큰 위험 부담이 되는 것이죠.”

실리콘밸리의 IT 기업 에그나이트(Egnyte)의 CEO 비니트 제인(Vineet Jain)은 “실리콘밸리가 예전의 명성과 위상을 잃고 있다는 건 도발하기 좋아하는 인간 본연의 특성에서 나온 말”이라고 일축한다. 그에게 있어 실리콘밸리는 영원히 테크 업계 종사자들에게 가장 가고 싶은 장소 1위이다.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여전히 번영을 누리고 있고, 이곳의 인재들이야 말로 테크 분야에서도 손 꼽히는 사람들입니다. 앞으로도 테크 분야의 인재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할 것이고, 그것은 곧 스타트업들의 활력소로 작용할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영향력 자체가 조금 바뀔 지언정 세계에서 촉망 받는 테크 분야 인력들이 이곳을 열망할 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다양성과 분산
고긴은 “실리콘밸리가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더 다양해지는 것이죠.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이곳에서 일하는 각종 종사자들 만이 아니라 리더십과 투자자들의 층위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실리콘밸리의 약화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라이트먼도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실리콘밸리가 지금의 모습과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구성원들이 보다 다양해지는 중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썰물처럼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밀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리고 그 몇 년 동안 교통 체증 문제가 제발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만 해결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밀물처럼 들어올 텐데 말이죠. 그러려면 원격 근무가 보다 활성화 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때 실리콘밸리라고 하면 환상적인 사무 공간이 특징이었고, 그것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싱그러운 캠퍼스, 다채로운 자료실과 틀을 깨는 근무 환경 등을 경험하려 누구나 기회와 자격만 된다면 이리로 삶의 터전을 옮기려 했다. 제인은 “그런 것에 대한 동경이 지난 3년의 팬데믹 동안 사라졌다”고 말한다. “이제 어디서 근무하든 안정적인 고용 조건만 유지되면 좋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화려하고 이상적인 사무 공간보다 집이 낫다는 것이죠.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라이트먼은 디트로이트를 떠올려 보라고 말한다. “디트로이트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남아 있습니다. 실상 자동차들은 이미 다른 여러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도 말이죠. 실리콘밸리도 역사적 배경 때문에 테크 산업의 중심지라는 이미지를 오랜 기간 간직하고 있을 겁니다. 미래의 아우라야 어쨌든 과거의 역사까지 훼손되는 건 아니죠.”

고긴은 “컴퓨터 네트워크가 분산되면서 기존의 ‘회사 건물 내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된 것과 비슷하게 실리콘밸리의 아우라라는 것이 오히려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 더 넓게 퍼지는 시기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물을 먹고 성장한 테크 스타트업과 같은 사업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글 : 존 에드워즈(John Edwards),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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