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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사이버 직군들 : 탐정, 경호원, 면역력 강화 요원까지 2023.01.13

인공지능을 비롯해 각종 신기술들이 빠르게 IT 업계의 주류를 넘어 일상의 영역에까지 흘러 들어오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IT 분야와 보안 분야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직업들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상상해 보자.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자동화 기술이 조금씩 단순 반복 업무들을 해결해 주고 있어서 우리는 조금 더 재미있고 역동적인 일들을 꾀할 수 있게 됐다. IT 분야, 특히 보안 분야에서도 벌써부터 새로운 할 일에 대한 기대감들이 생겨나는 중이다. 저 먼 우주에서의 보안 담당, 인공지능 멘토링, 디지털 발자국 컨설팅 등 지금은 생소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봤을 때 현실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미지 = utoimage]


우주 사이버 보안 엔지니어
우주 항공 기술 중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것이라고 한다면 단연 위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위성을 통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방송을 하고, 인터넷이 없는 상황에서 먼 곳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술은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해커들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위성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현재 여러 선진국들은 우주를 차지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너무 조용히 진행돼 체감이 잘 되지 않지만 다음으로 인류가 향할 곳은 우주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해커가 ‘꼬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주 항공 분야에 특화된 보안 전문가의 필요성은 반드시 대두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위성을 해킹해 통신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마비시키는 시도는 이미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우주를 여행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우주 정거장이 하나 둘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면 이런 시도는 지금의 컴퓨터 해킹처럼 빈번해지고 일상화 될 것이다.

인공지능 멘토링
시리, 알렉사, 코르타나 등 음성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활 속에서 누릴 수 있는 편의성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위험성도 높아졌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제어와 규제, 윤리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관리한다는 건 일반 상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개발 행위’와도 사뭇 다른 절차나 방법론을 필요로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 사회에 대한 공상과학 소설을 쓴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그려낸 것처럼 인간은 인공지능을 멘토링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멘토가 되려면 인공지능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함은 물론, 학습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진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가르치고, 통제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는 사실상 인공지능의 부모와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이 인공지능 멘토라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최종 책임자일 수도 있다. 스스로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하고 판단하고 운영하는 인공지능이 예기치 않게 ‘선을 넘을 때’, 빠르게 상황 판단을 함으로써 종료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사람, 그 버튼을 제작하고 점검하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미래 인공지능 멘토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이버 면역력 강화 요원
지난 수세기 동안 인간의 개발 패턴은 늘 같았다. 새로운 기능성을 먼저 생각하고, 실컷 사용하고, 사고가 터지면 그제야 안전 장치를 추가하는 순서였다. 하지만 사이버 공격의 낮은 난이도(점점 낮아지는 중이다!)와 강력한 효과를 생각하면 이 순서를 최대한 빨리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안전부터 고려하는 패턴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들어지는 모든 디지털 장비 및 솔루션들이 ‘사이버 면역력’을 갖춘 채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안전을 고려한 개발 행위에 능숙한 개발자들이 업계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개발자는 기능성과 더불어 여러 다른 각도에서 기술을 볼 줄 아는 사람으로, 다방면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자 입장에서의 상상력은 기본 소양이고 말이다.

사이버 수사 전문가
이미 존재하는 직업군이라 의아할 수 있는데, 미래의 사이버 수사 전문가와 지금의 사이버 수사 전문가는 전혀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본질적인 측면에서야 비슷하겠지만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일을 수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고차원적인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보다 광범위한 주변 상황을 탐색하며, 따라서 더 많은 데이터들을 더 빠르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사이버 수사 전문가들은 사건이 발생한 후에 일을 하기 시작한다. 사건 전체를 도맡아 수사하며, 조직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위협들을 제거하는 것까지도 담당한다. 사건으로부터 야기된 결과들을 바탕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로그 파일을 분석하며, 침해지표를 만들고 공유하기도 한다. 미래의 사이버 수사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에 더해 심리학과 범죄학, 로보틱스,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까지도 겸비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러한 경험과 기본 소양을 바탕으로 통합적인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발자국 컨설턴트
그리 복잡하지 않은 공격(예 : 디도스)으로 브랜드 신뢰도나 명성을 조금씩 훼손시키는 공격은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의 브랜드 명성 및 신뢰도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군이 생겨날 수 있다. 브랜드의 디지털 발자국을 총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일을 대행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필요한 조언을 해 주는 컨설턴트일 수도 있다. 거기에 더해 브랜드 명성이 훼손되는 일을 적극 예방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디지털 경호원
기업과 조직에 디지털 발자국 컨설턴트가 있다면, 사용자 개개인에게는 디지털 경호원이 필요할 것이다. 물리 공간에서의 실제 경호원들처럼 이들은 단지 위협을 찾아내 추적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 조치도 취해야 한다. 협박, 스토킹, 신성 털이 등 사이버 공간에서 개개인을 위협하는 모든 시도들을 막아설 것이고, 의뢰인의 디지털 아이덴티티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각종 흔적을 지워서 추적을 예방하는 것도 디지털 경호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심각해지고 있는 ‘사이버 불리(cyber bully)’ 문제 때문에 부모들이 자녀의 보호를 위해 경호원을 고용할 것도 예상된다.

이런 미래의 직업들을 예상하다 보면 사이버 보안의 범주가 지금의 그것보다 훨씬 넓어질 것도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지금의 정보 보안은 주로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한 특수 분야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점점 더 일상 생활 속의 일반인들까지도 알고 누려야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마치 개인의 위생이 그렇고, 각종 사회 안전 제도들이 일상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말이다.

글 : 마르코 프러스(Marco Preuss), 연구 분석 국장, Kaspersky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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