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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정책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CES 2023, 입법자들은 어떤 얘기 했을까 2023.01.17

전 세계적인 소비 가전제품 행사에 정치인이나 그에 준하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꽤나 많이 나오고 있다. 기술을 개발하고 알리고 촉진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깨닫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제 안전한 테두리를 그어주고, 그 안에서 기술 혁신가들이 마음껏 놀도록 해야 할 때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각종 신기술들이 등장하며 사람들을 마냥 놀래키는 시대가 점점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그런 기술들을 규제하고 관리할 정책들에 대한 요구가 더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저 기술들의 발전을 저해해줘!’의 차원이 아니다. ‘선을 분명히 그어줘’에 가깝다. 그래서 지난 주 열린 세계적인 가전 쇼 CES 2023에 정책 입안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행사장을 찾은 정책 입안자들은 자신들의 계획과 의견을 업계인들과 최대한 공유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 utoimage]


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의 회장인 개리 샤피로(Gary Shapiro)는 라이브스트림 형태로 무대 연설을 맡았는데, CTA가 UN의 인간안전신탁기금(Trust Fund for Human Security) 및 세계예술과학학회(World Academy of Art and Science, WAAS)와 합력하여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를 주로 소개했다. 이들 세 조직은 정치, 환경, 식량, 건강, 경제, 공동체, 신변의 안전 등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안전 관련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연설 원고를 챗GPT라는 인공지능 챗봇이 작성했다고 농담을 한 샤피로는 주제를 정책과 규제 쪽으로 옮겼다. “혁신의 물결이 다시 한 번 다가오고 있고, 그것에 대비한 정책들이 마련되는 중입니다. CTA의 역할은 그러한 정책들이 기술 혁신을 저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안전한 방향으로 촉진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자문하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테크 분야로 들어오고자 하는 기업들을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에 많은 역량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스타트업들이 공룡 기업들과 조화를 맞춰 생태계를 구성하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테크 분야에 적용될 규정이나 정책을 최소화 하려는 것 역시 아니라고 샤피로는 설명을 이어갔다. “테크 분야 종사자들 중 적잖은 분들이 규제를 싫어하고, 규제에 반대한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필요하듯,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기술 분야에도 규제가 필요합니다. 규제가 없다면 작은 혁신 하나하나를 이뤄갈 때마다 작업을 중단하고 먼저 정부에 허락을 구하는 행정적인 과정을 거쳐야 할 겁니다. 그게 규제보다 더한 저해 요소가 될 것임이 분명하죠.”

그럼에도 모든 규제가 그렇게 건강한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샤피로는 “일부 규정과 정책이 테크 분야의 성장을 억제할 것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며, 이런 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건강한 경쟁을 촉발시키는 규정들은 필요하지만, 기존 시장 강자들을 특별히 더 보호하는 규정은 필요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M&A와 관련된 규정들을 조금 더 손 볼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테크 분야 최고 이슈
CES 장내 또 다른 행사장에서는 미국 국회의원 세 명이 나와 현재 의회에서 다루고 있는 테크 분야 관련 문제들 중 가장 많이 언급되고 가장 많이 조사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혔다. 주로 국가 안보, 대역폭, 신기술이라는 항목에 포함될 만한 이슈들이었다. 세 명 중 리더에 속하는 사람은 재키 로젠(Jacky Rosen) 네바다 주 의원이었다. “개인적으로 미국이라는 국가의 사이버 안보를 강화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내 많은 보안 전문가들과 함께 그 일을 꼭 이뤄내려고 합니다. 더 많은 것을 투자할 의향이 있고, 업계와 손 잡을 기회가 더 많기를 바랍니다.”

벤 레이 루한(Ben Ray Lujan) 뉴멕시코 주 의원과 마크 워너(Mark Warner) 버지니아 주 의원의 경우 기술 분야의 혁신을 촉진시키는 규정들에 대하여 자신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한 그러한 규정들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수립되어야 하며, 그런 맥락에서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는 법안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루한은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기술 혁신의 핵심이라고 믿고 있다"고 운을 떼며 “특히 농경 지역이 디지털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많이 소외되고 있는 게 디지털 문맹률을 낮추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 안보나 디지털 혁신 촉진 모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현재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디지털 평등에 대한 정의와 규정을 만들고 있다고도 밝혔다. “국내 그 어떤 지역도 디지털 혁신에서 빠지면 안 되며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넓은 대역폭과 빠른 연결 속도를 가지고 경쟁할 수 있어야 하지요.”

중국과의 경쟁
워너의 경우 의원으로서 중국과 미국의 기술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는 보안과 정치라는 면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기술 발전과 국가 안보는 떼려야 뗄 수 없으며, 따라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개념”이라고 그는 말하며 “중국이 무선 5G라는 기술에서 상당히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을 특히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에서 앞서간 나라는 표준을 만들고, 후발주자들은 그 표준을 따라가게 되죠. 중국은 이미 그러한 표준들을 여럿 만들고 있습니다. 관례상 그런 표준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워너는 중국이 특히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합성생물학, 고기능 엔지니어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 네 가지는 일반적인 민간 연구 단체에서 독립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연구할 만한 분야가 아닙니다. 매우 많은 돈이 들어가야만 하고, 그렇기에 정부 기관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게 보통이죠. 중국 정부가 기술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워너는 올해 안에 소셜미디어에 ‘울타리를 칠 예정’임을 공표하기도 했다. “미국 선거를 방해하려는 러시아의 공작이 강력하기 때문에, 이를 막고자 소셜미디어를 강화하려고 합니다. 현재까지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소셜미디어를 건드린 적이 사실상 없습니다. 프라이버시 보고서를 제출하지도 않고, 국가가 정립한 소셜미디어 표준이라는 것도 없다시피 하죠. TV와 라디오 방송국들도 규제 안에서 방송을 하는데, 소셜미디어에도 규제가 필요합니다.”

세 의원은 “신기술을 다스리고 관리하고 촉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미국이라는 국가에서는 항상 부족해 왔다”며 “이것이 국가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워너는 “그런 의미에서 올해 안에 ‘섹션 230’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섹션 230은 ‘미국 통신품위유지법(US Communications Decency Act)’이며, “플랫폼 운영 회사는 서드파티 콘텐츠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셜미디어들이 문제가 될 만한 정보를 그대로 놔두면서 바로 이 섹션 230 핑계를 많이 대고 있다.

한편 사물인터넷과 커넥티드 장비의 보안 문제도 국회에서 진지하게 연구 중이라고 워너는 밝혔다. 보안 중에서도 의료 분야의 사이버 보안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의료 분야에서만큼은 장비와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보안을 염두에 두고 생산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변화를 이룬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발 및 생산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의료 분야의 보안은 개선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글 : 조아오피에르 루스(Joao-Pierre S. Ruth),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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