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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탄소 회계의 기술, 시장의 변화를 상징하다 2023.02.22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게 현재까지는 대부분 ‘선포’에 그쳤었다. 하지만 이제 선포만 했다가는 그린워싱을 하려 한다는 고발을 받게 되고, 신뢰를 잃는다.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 그런 필요가 대두되면서 탄소 회계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탄소 회계(carbon accounting)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년 동안 온실가스프로토콜(Greenhouse Gas Protocol, GHG프로토콜)이 존재해 왔고, 이를 통해 기업들은 넷제로가는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실질적인 향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개념과 현실화 사이에 장애물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기업들에 있어 ‘탄소 회계’는 추상적이거나 모호하고, 심지어 헷갈리는 숙제로 남아 있다. 탄소 회계를 둘러싼 규정들이 대부분 ‘알아서 하시오’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미지 = utoimage]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새로운 탄소 회계 표준과 방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탄소를 추적하는 것이 예전보다 용이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추적과 측정이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외부 배출(Scope 3 배출, 직간접으로 배출하는 탄소 외에 공급망 전반에 걸쳐 생산되고 배출되는 탄소)까지도 측정하는 게 가능해지고 있다. 때문에 알맞은 표준과 도구를 선택함으로써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그린워싱’의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사고방식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탄소 회계를 위한 도구들과 방법론을 적극 도입하는 조직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지속가능성 분야의 컨설팅과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르세포니(Persefoni)의 부회장 크리스티나 와이엇(Kristina Wyatt)의 설명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알리는 것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요. 이제는 모두가 이를 받아들이고 있죠.”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측정한다는 건 기업들에 있어 꽤나 어려운 일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BCG)의 파트너인 팀 모힌(Tim Mohin)은 “탄소 배출을 감소시킨다는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그 무엇보다 탄소가 어디서 얼마나 배출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한다. “현황을 일일이 추적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업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배출량을 그 때 그 때 다시 파악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개념은 간단하지만 세부적인 실천에 어려움 있어
사실 탄소 회계는 그리 복잡한 개념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쉽다고도 할 수 있다. 연료나 전기의 비용을 파악한 후, 조립, 운송, 판매, 폐기 등 물건이나 서비스의 모든 과정에 적용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는 아침으로 먹는 시리얼 박스에서부터 스마트폰까지, 회사가 운영되는 데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말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탄소를 얼마나 생산하고 배출했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위원회(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와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는 온실가스를 측정하고 보고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해 제시했고, 일부를 표준화 하기도 했다. “실제로 꽤나 훌륭한 도구들이 존재하고, 이런 것들을 이용해 신뢰할 만한 회계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게 가능합니다.” 와이엇의 설명이다.

여기까지만 대강 보면 일이 잘 풀릴 것 같다. 하지만 늘 그렇듯 문제는 사소한 것에 존재한다. 연료 비용을 파악해 모든 물건과 서비스들에 적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예를 들어 비행기 조립 회사라면 어떨까? 의류 회사들이라면 어떨까? 옷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수많은 원단과 재료들, 비행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수천~수백만 개의 부품들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추적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그래서인지 BCG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66%의 조직들이 외부 배출(Scope 3 배출)은 측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과 규정들은 보다 삼엄해지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애쓰는 기업들의 친환경적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어렵고 복잡하다고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지 않는다면 감당하기 힘든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용서가 되는 것도 아니다. “탄소 배출량에 신경을 써야 하는 건 주로 대기업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중소기업들에도 비슷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그린리(Greenlee)의 CEO 알렉시스 노만드(Alexis Normand)의 설명이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회계
BCG 측은 “좋은 의도만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거듭 증명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85%이고, 심지어 목표까지 설정한 기업은 96%나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성공한 기업은 11%뿐입니다. 이게 지난 5년 동안 집계된 내용입니다.”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추적하고, 집계하고, 보고하려면 올바른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직접 배출(Scope 1), 간접 배출(Scope 2), 외부 배출(Scope 3) 각각에 어울리는 장비와 전략들이 존재하며, 이에 대해 실질적인 조사와 도입, 구축과 적용을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 “엑셀 시트 하나 만들어 항목 하나하나 기입하는 방식으로는 배출 현황을 다 따라갈 수 없습니다. 기입할 게 너무 많거든요.” 와이엇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BGC는 보고서를 통해 86%의 조직들이 엑셀에 의존해서 탄소 배출 현황을 파악 및 추적한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53%의 기업들이 탄소 배출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부정확한 수기 기입을 엑셀에 하는 것으로 작업을 하니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없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

탄소 회계 소프트웨어만 잘 선택해 사용해도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단번에 벗어날 수 있다. “배출되는 탄소를 대시보드 하나에서 열람할 수 있게 해 주면서도 복잡한 변수들을 대입해가며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들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ERP 시스템으로부터 운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탄소 배출량으로 전환시켜 주는 솔루션들도 존재하죠.”

하지만 탄소와 관련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것만으로 탄소 회계가 되는 건 아니다. 실제 탄소 배출량에 대한 보다 넓고 통찰력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래야 탄소 회계 프로그램 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부분들에까지 시선이 닿고, 집계 결과가 더 정확해진다. BCG의 수석 아키텍트인 수드녜시 이트라이(Sudnyesh Itraj)는 “블록체인이나 앰비언트 IoT(Ambient IoT)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탄소 회계 기술이 진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기술들까지 더하면 전체 프로세스에 걸쳐 전체 탄소 발자국을 보다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특정 제품에는 ‘탄소 여권’을 발급하여 제어할 수도 있게 되죠. 신기술을 덧입은 탄소 회계의 가능성은 꽤나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앰비언트 IoT 장비들을 만드는 기업인 윌리엇(Williot)의 마케팅 책임자 스티브 스타틀러(Steve Statler)의 설명이다.

넷제로에 다가가기
탄소 회계는 CIO나 ESG 담당자만의 고유한 업무가 아니라고 페르세포니의 마이크 월러스(Mike Wallace)는 강조한다. “시작은 경영진부터 해야 합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시작해 기업의 여러 부서들로 전파되어 내려가야 하죠. 그래서 올바른 데이터가 수집되어 올바른 방법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서드파티 업체들도 참여를 해야 합니다. 공급망에서의 배출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맞는 데이터들이 공급되고 확인되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의도만 좋고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최대한의 꼼꼼함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큰 그림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모힌은 “GHG프로토콜,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위원회와 세계자원연구소의 각종 프레임워크들이 전체적인 기준이 되고 있으니, 이를 참조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너무 세부적인 사안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전체적으로 나아가질 못하게 됩니다. 또 이런 전 세계적인 프로토콜과 프레임워크를 통해서는 새로운 도구와 방법론, 자원이 소개되기도 하니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탄소 회계라는 방법론과 기술을 적용하여 실행하기까지는 꽤나 많은 변화와 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들 간과해 왔고, 그래도 됐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장이 변하고 있고, 세계적인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되었고, 점점 그런 분위기로 흘러갈 겁니다. 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분위기를 민감하게 감지해야 할 겁니다.”

글 : 사무엘 그린가드(Samuel Greengard),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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