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을 ‘구닥다리’ 아키텍처에 두는 건 심한 돈 낭비다 | 2023.04.02 |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면, 잘 한 일이다. 하지만 연구와 조사가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이 도입될 아키텍처의 최신화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얼마 전 필자는 포춘 500대 기업의 CIO 한 명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의 강력함에 놀랐고, 그래서 회사 IT 환경에 구축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정식으로 도입했다는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존 IT 인프라가 인공지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기 저기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인공지능과 궁합이 좋은 인프라가 어떤 건지 고민 중에 있다고 했다. ![]() [이미지 = utoimage] 이 CIO분이 소속되어 있던 회사의 IT 부서는 내부 하둡(Hadoop) 그룹을 신설해 빅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IT 부서 내 다른 팀들은 데이터센터 내 메인프레임과 서버들 중 일부를 통해 거래 데이터 처리 업무를 지원했다. 같은 IT 부서 안에 있으면서도 하둡 그룹과 거래 데이터 처리 팀은 서로 분리되기 시작했고, 실제로 둘의 업무도 거의 겹치지 않았다. 그말은 빅데이터 처리와 업무 데이터 처리가 따로 놀았다는 뜻이 된다. 데이터 저장과 관리, 보안도 전부 따로 이뤄졌다. 이런 체계도 얼마 간은 그리 나쁘지 않게 진행됐다. 인공지능이니 빅데이터니 하는 게 일종의 프로젝트로, 혹은 R&D로서 다뤄지고 있었으니 업무나 기존 생산 프로세스와 충돌하려야 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게 되고 기능이 더 강력해지면서 잠재되어 있던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마케팅, 재정, 고객 서비스 등 일상의 업무들에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장점들에 모두가 매료되었다. 내부적으로 인공지능의 결합을 요구하는 부서들이 늘어나게 됐다.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들이 만들어졌고, 그러면서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잠재력은 높아져만 갔다. 그러자 기존 업무 프로세스들과의 충돌이 시작됐다. 작업에 필요했던 일부 요소나 프로세스들이 오히려 방해거리가 되었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등에 업은 프로세스들은 승승장구하여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까지 하게 됐다. 이런 과정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들여 온 거의 모든 조직들이 겪는다. 무슨 뜻일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과학 분야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접목하려면 IT 아키텍처의 구조를 재조정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충돌이 일어나고, 뭔가는 튕겨져 나가며 조직에 예상치 못한 상처를 남길 수 있게 된다. 아키텍처 변경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아키텍처의 청사진을 먼저 그린다 어지간한 IT 부서들은 네트워크 내에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분포 및 배치되어 있고, 데이터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디에 저장되는지를 나타내는 설계도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매일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들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그런 업무 하나하나를 어떤 시스템들이 어떤 식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어떤 데이터가 어디서 처리되어 어디에 저장되는지를 알 수 있다. 즉 고객들이 어떤 주문을 넣었으며, 그와 관련된 지불 문제가 어디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됐는지를 기존 네트워크 현황도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처리가 업무와 상관 없는 별도의 네트워크에서 섬처럼 떨어져 진행되고 있었다면, 이제 업무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네트워크를 접합시켜야 할 때다. 먼저는 기존 데이터들이 저장되는 곳과 처리되는 과정을 도면화 하는 데 사용되는 업무 절차를 똑같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적용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즉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이를 문서화 하라는 것이다.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문서화/도면화 하듯, 인공지능과 관련된 사항들도 그렇게 함으로써 데이터 문서화 프로세스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회귀 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즉 에지 기반 생산의 자동화를 뒷받침 해 주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갑자기 마비될 때, 비즈니스 프로세스들에 어떤 영향이 있으며 어떤 IT 시스템들을 가동시켜 대처할 수 있는지 확고히 하라는 뜻이다. 2. 클라우드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라는 기술은 더 이상 클라우드와 따로 떨어트려 생각하기 힘든 개념이다. 온프레미스에서 빅데이터를 처리하고자 했던 조직들도 이제는 클라우드에 투자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모두 담당할 수 있는 인재를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해 주는 클라우드 업체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인프라를 갑작스럽게 확장한다고 했을 때, 온프레미스로서는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네트워크와 인프라의 갑작스러운 확장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기술임에도 확장성에 그리 강력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클라우드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인프라를 마련해 두면 이 부분의 걱정이 말끔히 사라진다. 3.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은 기본이다 요즘 굉장히 뜨거운 단어인 지속가능성은 “긴 시간 지속시키거나 지속될 수 있는 특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IT 아키텍처를 재구성하려는 CIO들이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할 정의다. IT 아키텍처라 함은 모든 데이터와 프로세스, 모든 장비를 포함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이라는 것이 관리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어려운 개념이라는 것이다. 기술이 끝없이 발전하고 데이터가 멈추지 않고 생성되는 때에, 모든 것을 감당할 만한 아키텍처를 만든다는 건 제한 없는 확장 가능성을 구현한다는 뜻이 된다. 인공지능을 위한 IT 아키텍처는 사실 인공지능 뒤에 올 수많은 신기술들을 위한 IT 아키텍처이기도 하다. 애초에 ‘인공지능을 위한 맞춤형 아키텍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고, 그런 게 존재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우리가 아는 건 더 많은 기술들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우리 업무 환경으로 숨도 쉬지 않고 들어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기술을 늦지 않게 도입하여 활용할 수 있을 만한 구조를 짜두는 게 중요하다. 4. IT 미래학자를 내부에 두라 결국 인공지능을 위한 아키텍처라는 건 ‘유연한’ 아키텍처를 말한다. 하지만 어떤 현상이 벌어진 후에 대응하는 방식을 고수하다보면 유연성이라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 높은 수준의 유연성을 발휘하려면 ‘예측’이라는 능력이 부여되어야 한다. 다가올 일들을 예상하고 어느 정도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한 단계 높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예측의 능력을 바탕으로 IT 사업의 로드맵을 그려두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 신기술을 잘 다루는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3~5년 간 IT 업계에서 일어날 일들과 큰 흐름을 짚어줄 ‘미래학자’도 찾아내는 게 좋다. 이런 점에서 신뢰할 만한 외부 자문이라도 두어야 하고, 정 안 되면 CIO가 이런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 인공지능을 위한 아키텍처는 기술적인 면만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기업 전체의 속도를 높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기술과 사업, 정치와 경제의 트렌드에 민감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지식이 잘 갖춰진 내부 직원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기업 전체에 배양하는 장기 사업도 추천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일에 집중하느라 미래를 잘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염려가 있긴 하지만, 거기서 끝난다. 현재의 흐름을 다각도로 파악함으로써 미래를 알아두려 하는 노력은 찾기 힘들다. 조직 내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큰 기회가 된다. 그 사람을 어떻게든 활용해 조직 전체가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서서히 바뀌어야 한다. 글 : 메리 섀클릿(Mary E. Shacklett), 회장, Transworld Data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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