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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 미리 확보하려면 2023.04.10

양자역학이라는 분야는 양자 컴퓨터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것 외에도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회사 내에 있으면 미래를 위한 든든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아서 문제지만.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양자역학이라는 고난이도 물리 과학의 한 분야는 지난 수십년 동안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다. 또한 여러 가지 혁신의 시초가 되기도 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안에 들어 있는 트랜지스터들과 병원에서 사용되는 MRI 기술, GPS에 사용되는 원자 시계 기술 모두 영자역학과 크든 작든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양자역학의 응용 분야 중 하나인 양자 컴퓨터 기술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이미지 = utoimage]


하지만 양자역학 및 양자 컴퓨터 기술을 응용한 애플리케이션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기업들은 양자 컴퓨터라는 미래 기술에 얼마나 언제부터 투자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른 곳에서는 미리부터 양자역학 분야 과학자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며 미래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여유가 되는 곳에서는 별도의 연구실을 만들어 양자역학 전문가들을 초빙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양자 분야의 인재를 영입하려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인다.

넓은 시야와 큰 생각
어쩌면 양자 컴퓨터라는 미래가 너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회사들은 양자 인재들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영입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이 전혀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양자 컴퓨터 혹은 양자역학을 응용한 과학 기술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를 짚어 봐야 한다. 이를 ‘현재까지’ 알려진 선에서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들의 최적화와 시뮬레이션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조업, 제약업, 재료 공학 분야에서 특히 큰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

2) 사회 전반에서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러므로 모든 형태의 전자 통신(은행 거래나 개인 의료 정보 등)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양자 컴퓨터 기술은 안전한 통신을 보장한다.

3) 기초 과학 연구에 동원되는 측정 및 감지 장비(센서)가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에 따라 긍정적인 낙수효과들이 소비자들에게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잠재적인 기회들에서 완전히 예외가 될 기업들은 현대 사회 내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기회가 가상의 것에서 그칠 것이냐, 실제로 도래할 것이냐인데, 필자는 후자일 가능성을 강하게 점치고 있다. 양자역학은 지금까지 우리의 생활을 이런 저런 모습으로 변화시켜 왔고, 양자 컴퓨터라는 것이 온전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양자역학 분야가 앞으로의 미래를 계속해서 바꿀 것이라고 믿는 편이라면, 특히 양자 컴퓨터가 디지털 기술의 지형을 바꿔갈 것이라고 본다면, 지금 IT 조직들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바로 양자역학이나 양자 컴퓨터 분야의 전문가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양자 분야의 전문가들은 매우 적으며, 일부 학술 기관과 산업 기관, 정부 기관에서 조용히 활동하는 게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일반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런 사람들과 연을 맺기도 힘들고 채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차선책이 필요하다.

1. 양자역학 분야의 언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양자 분야 전문가들은 정말 ‘희귀’하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긴 한다. 그리고 양자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전부 학술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걸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사기업에서 뜻을 펼쳐보고 싶어 한다. 양자 전문가들을 채용하려면 이 부분을 파고 들어야 한다. 채용 페이지에 양자 전문가들이 이해할 만한(그리고 기업을 신뢰할 만한) 양자 분야 용어들을 사용하고, 양자 전문가들이 좋아할 만한 사업을 진행한다는 걸 명시해야 한다.

가장 피해야 할 표현은 ‘양자 분야 전문가’라는 포괄적인 말이다. IT라는 분야가 그렇듯, 인공지능 분야가 그렇듯, 양자역학과 양자 컴퓨터도 수많은 하위 전문 분야로 나뉜다. 채용 공고에 ‘IT 전문가 모집’이라고 쓰면 진짜 IT 전문가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인공지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고, 양자 분야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2. 필요한 전문 분야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양자역학이나 양자 컴퓨터의 전문성을 응용하여 뭔가를 상용화 한다는 것은 대단히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무엇보다 양자라는 커다란 틀 안에 있는 다양한 하위 분야(이 하위 분야 하나하나도 대단한 전문성을 요구한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된다. 단 한 사람의 양자 전문가가 다 아울러서 결과를 내기가 힘들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고 여러 분야의 양자 전문가들을 모아 팀을 이룬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결국 일상 생활에서 사용될 수 있는 양자 응용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건데, 그러려면 비전문가(이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전문가인)의 시선도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제약 분야에서 양자 응용 기술을 만들어 상용화하려면 양자 전문가와 제약 전문가, 화학 전문가, 생물학 전문가들이 만나 협업을 해서 용례를 개발하고 구현까지 해야 하는데, 말만 들어도 그 어려움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어려운 걸 해내는 기업은 양자 시대에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균형 있게 의견을 수집한 후 현실 속에서 충분히 사용 가능한 새 기술을 만들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양자 컴퓨터와 같은 기술들이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겐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면 자기 분야만 잘 해서는 안 된다. 남의 분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회사가 양자 시대에 개발하고 싶은 기술이 있다면, 그것과 관련된 분야의 지식을 회사 전체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는 알고 있어야 한다.

양자 분야에서는 어떤 도구가 사용되고, 어떤 개념이 응용되며, 어떤 기본 지식을 바탕 삼고 있는지 정도를 알아둔다면 협업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전문가들이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 회의 때마다 1시간씩 기본 개념 설명을 반복해야 한다면, 회의를 통해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 그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지금부터 교육을 진행해 두는 것을 권한다. 특히 비교적 생소할 수밖에 없는 양자 분야의 교육은 이제 필수라고 본다.

3.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협업에 능숙해져야 한다
2번과 관련이 있는 내용으로, 양자역학과 양자 컴퓨터를 가지고 응용 기술을 개발하려면 다양한 지식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협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을 한 데 뭉쳐놓고 결과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커다란 난관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을 팀장으로 앉히느냐, 어떤 전문가들을 팀원으로 배치시키느냐를 고민해야 하고, 실제 그런 조합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변화를 줘야 한다. 원론적일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결국 사람의 조합을 짜는 문제가 기업을 괴롭힐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진들은 실제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에 여러 조합의 팀을 구성해 보고 시험해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임의로 이런 저런 사람들을 시험적으로 뭉쳐보는 건 좋지 않다. 회사 차원에서 분명한 목표를 정해두고, 그것을 성취하는 데에 필요한 조합들을 짜야 한다. 그리고 조직력을 계속해서 성숙시킬 계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빈 공간에서 솟아오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위대한 생각들은 작은 씨앗 상태에서 이 사람 저 사람의 발굴과 발전, 살 붙이기와 떼어내기의 공정을 거쳐 세상에 드러난다. 즉 충분한 시간 동안 다양한 사고방식과 시각으로 이리 저리 가공되어야 아이디어라는 게 완성된다는 것이다. 비단 양자 기술의 등장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IT 업계의 빠른 변화와 심화되는 경쟁에 적응하려면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을 조직 차원에서 공글릴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미래의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양자 기술이 불러올 미래의 모든 양상을 지금 다 예언할 수는 없다. 특히나 그런 기술들이 일상 생활을 어떤 식으로 파고들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현재 어디에도 없다. 비판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듯, 양자 기술로 이뤄진 미래라는 건 우리에게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비관적 미래를 지나치게 확신하여 그 어떤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는다면, 미래 자체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설사 양자 컴퓨터가 우리들의 사무실에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 그 준비 과정에서 우리는 양자역학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얻고, 팀웍의 기술을 단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 : 제이 포터(Jay Porter), 수석 양자기술 전략가, Booz Allen Hamilton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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