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A 통폐합, 정부에 정보보호 철학이 있나?” | 2008.10.20 |
[인터뷰] KISA 통폐합 반대성명 낸 박순태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노조위원장 정부는 올 8월26일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의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등과 더불어 방송통신진흥원(가칭)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측은 통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줄이고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을 결정하게 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 허나 이 계획이 통합을 위한 통합에 힘을 싣는 거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KISA 노동조합은 이런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집단 가운데 하나다.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노조는 “정보보호 기능에 대한 숙고없는 단순 통합은 절대 반대한다”며 “정보보호 전문기관인 KISA는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성명을 읽은 뒤 ‘노조의 주장은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아니면 ‘구조조정 대상의 의례적인 반발로 봐야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기자는 20일 박순태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노조위원장과 직접 만났다.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박 위원장은 따로 질문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KISA의 설립배경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6년 우리나라의 정보보호 업무를 맡을 기관이 필요했고, 이에 KISA가 문을 열었다고 전한 것이다. 뒤이어 그는 “지금까지 KISA는 보안부문에서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해 대내외적으로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자평의 말을 덧붙였다. 흩어진 정보보호 담당 부서들… 책임은 ‘나몰라라’ 본론으로 얘기가 넘어가자 박 위원장은 정보보호에 대한 현 정부의 철학부재를 꼬집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구 정보통신부가 맡았던 정보보호 업무가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그리고 행정안전부 등으로 다 찢어져 버렸습니다.” “솔직히 보안부문, 더 나아가 IT분야에 대해 정부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보안 업무를 각 부처로 나눠놓은 탓에 모두들 ‘우리가 해야한다’고 하는데 막상 ‘GS칼텍스 사태’ 등 문제가 생기니 일의 해결이 어렵지 않습니까?” 그는 정보보호 정책추진과 관련, 구조적 결함을 가진 정부가 별 논의도 없이 각 기관을 통합하려는 데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KISA가 없어진다면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시 그 혼란을 어찌 감당하겠느냐는 우려도 밝혔다. 여기서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 통합에 대한 노조원들의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올 9월에 실시됐던 노조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조합원의 절반 가량이 통폐합에 반대하고 있었다. 총 노조원 197명 중 ‘KISA와 다른 방통위 산하기관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48%.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 나머지 조합원들은 ‘모르겠다’고 답하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당초 설문지를 잘못 만들었어요. 정부 계획에 따라 KISA와 한국인터넷진흥원·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통합된다고 가정해 설문지를 작성했던 거지요. 이런 사실을 감안했을 때 48%라는 수치는 상당히 높다고 봐야 할 겁니다.” 전문성 해치는 산하기관 통폐합 박 위원장은 “방통위 산하기관 통합이 정보보호 기능 약화로 이어질 거란 주장에 근거가 있느냐”고 묻자 “통합된 기관(방송통신진흥원)의 입장에서 보면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될텐데 지금처럼 정보보호에 주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기관통합 뒤 인터넷진흥 등의 파트로 인사이동이 있을 경우에 누가 전문성을 요하는 정보보호 부문에 매진하겠느냐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됐을 때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을지 참…. 제 명함에 적힌 이것들이 다 정보보호 관련 자격증들을 표시한 건데 앞으로 누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일하기 위해 노력하려 하겠습니까?”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박 위원장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각 기관을 통합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 고민한 다음 이 문제를 매듭짓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독주에 반대함을 다시 한 번 천명한 셈이다. 그리고 나서 사견임을 전제로 “만일 각 기관을 꼭 통폐합해야 한다면 정보보호 전문가들이 모인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묶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의 입장과 다른 방향으로 일이 전개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질문을 받은 박 위원장은 잠시 ‘침묵모드’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조금 뒤 인터뷰 내내 잃지않았던 미소를 되찾으면서 기자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보안의 속성상 문제가 생기면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됩니다. KISA의 존폐 역시도 마찬가집니다. 앞으로 교수 등 전문가그룹과 함께 KISA 존속의 필요성을 계속 알리려고 합니다. 또한 국회에 청원도 하며 실질적인 노력을 하겠습니다. [최한성 기자(boan1@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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