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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v6의 느린 도입, 하지만 중국이 나서면 달라지지 않을까? 2023.05.24

중국 정부가 IPv6 사용자를 수년 안에 7억 명 넘게 늘릴 계획을 세우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심지어 IPv4는 2024년까지 완전 폐지할 것이라고 한다. IPv6 시장이 환호하고 있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IPv6의 도입이 생각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다. IPv4 주소의 할당이 종료된 것이 이미 2015년의 일인데, 아직도 IPv6를 사용하는 최종 사용자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30~40%에 그치고 있다. 구글에 접속하기 위해 IPv6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약 40~45% 정도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곧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IPv6 도입을 위한 대규모 이니셔티브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중국의 IPv6?
중국의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업정보기술부는 공동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IPv6를 대규모로 구축한다는 내용이었다. 2023년이 끝나기 전까지 IPv6의 사용자를 7억 5천만 명으로 늘리고, IPv6로 연결된 사물인터넷 장비를 3억 대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움직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고정 IPv6 트래픽을 전체 트래픽의 15%, 모바일 IPv6 트래픽을 55%로 늘릴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단계적인 목표도 세웠는데, 바로 IPv6를 지원하는 가정용 무선 라우터와 가정용 스마트 네트워크 제품들과 세톱박스들의 활용을 확산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포털들도 IPv6를 지원하도록 재구성한다고 한다. 일반 상업용 웹사이트들과 모바일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의 90% 이상도 IPv6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단기간에 바꿀 것이라고 한다. 매우 공격적으로 목표를 실행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의 정점은 2024년부터 IPv4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IPv6의 도입, 왜?
왜 이렇게까지 IPv6의 도입을 서두르는 걸까?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과 연결 기술들을 최대한 활용해 가치를 끌어내려면 IPv6가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가정들에 보다 우수한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보다 발전된 사물인터넷 장비들을 설치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반 시설의 업그레이드가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IPv6가 IPv4보다 전송 용량도 우수하고 서비스 품질도 낫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IPv6+의 존재다. IPv6보다 한 단계 더 향상시킨 버전으로, 5G, 클라우드 등에 적합한 연결 기술이라고 알려져 있다. 화웨이라는 중국 거대 통신 기술 기업의 경우 오랜 시간 IPv6 인핸스드(IPv6 Enhanced)라는 연결 기술을 자랑해 왔는데(이것도 일종의 IPv6+다), 여기에는 기존 IPv6에 없는 경로 계획(path planning), 빠른 서비스 제공, 자동 감시 및 모니터링 기술, SLA 보장, 애플리케이션 인지 등의 새로운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거나 지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IPv6 인핸스드는 다음과 같은 기술들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한다.
- SRv6 : 차세대 IP 프로토콜로, 세그먼트 라우팅(SR)과 IPv6의 전달(forwarding) 기술을 합해서 만든다.
- BIERv6 : 새로운 다자 송출 기술
- 네트워크 분석 등의 인공지능 응용 기술
이런 상황에서 IPv6로 가느니 차라리 한 단계 더 나아가 IPv6+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국제적인 실험 대행 센터인 EANTC의 경우도 SRv6의 미래는 매우 밝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미 지금도 충분히 기술적으로 성숙해 있어 상용화 해도 무리가 없을 거라고 한다. EANTC의 CTO인 카스텐 로센호벨(Carsten Rossenhovel)은 “SRv6는 언제고 상용화 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 기술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희망적인 IPv6+ 기술에도 우려되는 점들이 있다. 먼저는 위의 화웨이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IPv6+를 지칭하는 기술의 이름이 제각각일 정도로 IPv6+는 현재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이렇다할 표준이 없고, IPv6+란 무엇인가, 하는 기본적인 개념의 정의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니 국가적 산업 아이템으로 채택하기에는 불안한 구석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치적 요소들도 추가된다. IPv6는 보다 섬세한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처럼 국가 전체의 콘텐츠 열람을 제어하는 곳에서는 좀 더 세밀한 통제가 가능한 IPv6가 선호되는 게 자연스럽다.

IPv6의 도입을 늦추는 요인은?
중국이 대대적으로 사업을 벌여야 할 만큼, 그럼에도 여전히 보편적으로 확산되어 있다고 하기 힘들 정도로 IPv6가 느리게 도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IPv4가 여전히 유효한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들로서는 굳이 IPv6에 투자하지 않아도 불편할 일이 없었다.

IPv4의 생명 연장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네트워크주소변환(NAT)라는 기능이다. 사설 IP 주소를 가진 기업 시스템이 공공 IP 주소를 가진 장비와 통신할 수 있게 해 주는 프로토콜이다. NAT가 사설 IP 주소를 공공 IP 주소로 전환시켜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NAT가 없었다면 수많은 장비를 인터넷에 연결시켜야만 하는 기업들의 경우 굉장히 많은 IPv4 주소를 구비해야 했을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IPv4의 할당 주소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 역시 IPv6로의 전환을 늦추는 요인이 된다. IPv4가 한창 대세였을 때 많은 조직들에서 IPv4를 충분히 구매했는데, 그걸 아직도 다 쓰지 못한 곳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빈 공간으로 남겨져 있는 IPv4 주소들이 꽤 많이 있고, 이것을 되팔고 구매하는 시장도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대대적으로 IPv6를 도입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이 시장에 커다란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일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드디어 IPv6 시장이 성장의 동력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리서치앤마케츠(ResearchandMarkets)의 경우 전 세계 IPv6 시장이 30%씩 성장해 2027년까지 82억 4천만 달러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 : 살바토어 살라몬(Salvatore Salamone),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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