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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카쿠, “양자 시대 오면 실리콘밸리는 러스트벨트가 된다” 2023.05.26

유명 이론 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 교수는 떠오르고 있는 IT 신기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인 시선에서 사회 성숙도를 염려하는 의견까지, 의미 있는 발언들이 최근 그의 입에서 나왔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이론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와 디지털 전환 서비스 전문 업체인 엔소노(Ensono)의 CMO 조나단 붐바(Jonathan Bumba)가 지난 주 마주 앉아 미래와 기술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다. 여기서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이라는 IT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은 분량으로 다뤄졌다. 붐바는 주로 화두를 던졌고, 카쿠는 물리학자의 시선에서 신기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양자컴퓨터 경쟁
카쿠는 아인슈타인이 미처 다 완성하지 못한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 이론에 빗대어 우주를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 기술로는 풀 수 없는 공식들이 있습니다. 곧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그런 공식들이 풀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기술로서 우주의 비밀이 풀릴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죠.”

그는 “이미 구글과 중국이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기존 디지털 컴퓨터들보다 수백만에서 수천만 배 뛰어나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며 자신이 거는 기대가 유별나지 않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일반적인 환경에서 사용될 정도로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게 양자컴퓨터 분야가 해결해야 할 다음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그 지점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언젠가 도달하게 될 겁니다. 특히 국가들이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으니, 그 시점이 그리 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현재 가장 앞서고 있는 건 중국, 구글, IBM이라고 카쿠는 설명하며 “그 뒤를 하니웰(Honeywell)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바짝 쫓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고, 주자들도 확보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미래 세계 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앞서가는 데 성공한 자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쿠는 양자컴퓨터를 쥐는 자가 세계 경제를 쥐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그 때가 되면 실리콘밸리는 새로운 러스트벨트로 몰락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지금의 찬란한 실리콘밸리의 기술은 한 순간에 옛 기술이 되겠죠.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양자컴퓨터라는 전쟁터에 기꺼이 뛰어드는 것이겠고요.”

양자컴퓨터라는 분야에도 여러 하위 분야가 있는데, 중국이 특히 앞서가는 곳이 있다고 카쿠는 짚었다. “전기를 빛 에너지로 대체하는 부분이죠. 전기를 동력으로 삼지 않고 빛을 동력으로 삼는 하드웨어는 식힐 필요가 없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전기 기반 하드웨어처럼 고도로 발전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요. 우리가 알다시피 현대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들은 어마어마하게 작잖아요? 아직 빛 기반 하드웨어는 이를 쫓아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집중하면 상황은 금세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세상을 바꾸고 있는 또 다른 기술로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언급되기도 했다. 붐바는 “미래 인류는 2022년 11월 30일을 굉장히 중요한 날로 꼽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챗GPT가 공개된 날이죠. 그로부터 60일 만에 사용자가 0명에서 1억 명으로 폭발한 전설의 서비스인 챗GPT가 등장한 날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을 의미 있게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어떤 기술도 이런 업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카쿠도 챗GPT가 남긴 충격 자체는 인정했지만 아직 인간에 필적할 만한 지능을 선보이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정보를 수집하고, 재구성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는 데 그치고 있지 개인적 경험을 논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에 의외로 간단한 질문에 막힌다는 것이다. “어제 저녁에 뭐 먹었어? 키스를 해 본적 있어? 이런 질문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죠.”

게다가 진짜와 가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도 인공지능 챗봇의 큰 한계라고 그는 지적했다. “즉 대화의 정보 표현의 큰 방향성을 제시할 만한 도덕적 가치를 탑재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인공지능에게는 모든 것이 똑같은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정보’일 뿐입니다. 모든 것이 인터넷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답을 낼 때 뭔가를 배려하여 걸러낸다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게 안 됩니다. 사실 확인도 안 되고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혁신의 어두운 면
세상을 바꿀만한 기술의 등장은 어두움도 함께 가지고 오는 법이다. 두 전문가 역시 이 점에 이견이 없었다. 카쿠는 “지금의 컴퓨터를 어린아이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강력한 컴퓨터가 등장한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암호 체계가 박살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건 사회 전반의 기본 지형이 흔들릴 거라는 의미가 됩니다. 어느 나라 어느 조직이나 꼭 숨겨야만 하는 기밀이 있는 건데, 이것이 다 공개된다는 것이니까요. 이런 위험 가능성을 가지고도 우리가 정말 양자컴퓨터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없지 않습니다.”

둘은 “강력한 기술을 확인과 점검 없이 발전시키기만 한다면 공상과학에서 그려지는 인간 실존의 위협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챗봇이 각종 정보와 자원들을 소화해 국가 수장을 흉내 내 악성 명령과 외교적 발언을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푸틴과 똑같은 영상과 목소리로 인공지능이 NATO에 전쟁을 선포하면요? 이미 현존하는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무리 없이 처리할 만큼 성숙해 있나요? 인공지능이 한 발언인 걸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사람은 없을까요? 눈 먼 충성심이나 자기 이익에 매몰되어 인공지능이 한 말이라는 걸 도무지 믿지 않는 사람은 없을까요? 기술과 관련된 여러 사회적 성숙도까지 같이 하나하나 키워나가지 않으면 그 강력함에 우리부터 망하게 될 겁니다.”

글 : 조아오피에르 루스(Joao-Pierre S. Ruth),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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