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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사실 가상현실의 마케팅 용어일 뿐이다 2023.06.16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를 가지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연구가 진행되어 왔던 VR이 바로 메타버스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여태까지 잘 키워온 기술에 새 이름을 붙여 다시 시작하려는 걸까?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2021년 여름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고, 메타버스에 집중적인 투자를 감행한다고 했을 때,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도 각인됐다. 그리고 그 해의 커다란 유행어가 됐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그러더니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한 기업들도 자신들만의 메타버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체들도 이 키워드를 부리나케 잡아서 각종 기사를 써대고 여러 외부 전문가들의 기고를 받아 실으면서 메타버스는 바람 잘 부는 건조한 날 산불처럼 빠르게 퍼져갔다. 조만간 IT 대기업들이 기술적인 혁신을 이뤄내면서 인류 전체를 새로운 미래로 가져다 놓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러한 소식은 없다. 왜? 그 새로운 미래는 메타버스가 시끄럽게 논의되기 이전에 이미 도래했으니까.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주는 문제
지금이야 우리 입에 착착 달라붙지만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가져다주는 혼란이 어마어마하다. 현재 이 ‘메타버스’는 주로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도 하고 대화도 하고 심지어 사업적 회의도 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의 선에서 이해되고 있다. 공상 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본 것만 같은 개념이다. 그러니 IT 기술로 큰 부와 명성을 거둔 기업들이 앞장서서 이 분야를 개척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메타버스를 어디다 쓰지?’라는 질문은 ‘일단 두고 봐’라고 넘겨버리면서 말이다.

메타버스에 얼마나 심취해 있었는지 거대한 회사 이름을 메타로까지 변경한 저커버그는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열렬히 연구를 진행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왜 굳이 우리가 물리적인 실제 공간을 내버려두고 헤드셋을 통해 가상 공간 속에서 만나서 놀아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에게 메타버스나 메타 같은 단어는 그저 마케팅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페이스북은 수년 동안 갖가지 스캔들에 휘말려 구설수에 오르기를 반복했었다. 그러다가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다며 주의를 환기시키며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먹이를 여론에 던져주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덥썩 물었다. 그게 메타버스다. 페이스북의 악명을 잠시 가려두려는 시도 말이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더 나쁜 건, 그것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던 가상현실 기술의 혁신을 말끔하게 지워냈기 때문이다. 마치 가상현실의 완성형인 새 기술인 것처럼 포장된 메타버스는, 사실 가상현실 그 자체다. 그러므로 메타버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존재해 왔던 기술이며, 저커버그만 메타버스의 새로운 개념을 고안하기 위해 방구석에서 애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가상현실이라는 기술 자체가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에 메타버스도 개념 정립이나 기술 측면에서 설익은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아직 우리가 꿈꾸는 가상현실의 궁극적 형태는 도래하지 않았으며,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도 불분명하다. 회사의 사활을 걸기에는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나 리스크가 너무나 큰 미래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던 메타버스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메타버스라면, 사실 물리 공간에도 있을 수 있는 친구들과의 비밀 아지트나 혼자만의 휴식 공간 등과 비교가 가능하다. 심지어 우리가 많이 접해 온 PC 게임을 통해서도 이미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게임사가 만든 가상의 공간에서 같은 게임 플레이어들을 만나 조우하고 싸우고 대화하고 친목한다. 포트나이트(Fortnite)의 경우 팬데믹 기간 동안 게이머들에게 유명한 만남의 공간이기도 했다.

포트나이트는 이미 게임 그 이상이다. 2019년 2월에 이미 가상의 라이브 콘서트를 포트나이트 플랫폼 안에서 진행했었다. 당시 EDM 장르의 스타인 마시멜로(Marshmello)가 공연을 진행했다. 2021년 4월에는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이, 얼마 후에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가 포트나이트에서 가상 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콘서트만이 아니다. 2020년에는 흑인 차별 금지 운동인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에 대한 논의도 포트나이트에서 어마어마하게 이뤄졌었다.

이 모든 일들이 진행될 때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필요했을까? 전혀 아니다. 가상현실이라는 개념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보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조금 더 풍성하고, 따라서 제어할 수 있는 게 조금 더 많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현존하는 개념 자체를 뒤바꿀 정도의 차이나 발전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그 이상
가상현실 기술이 가장 그럴 듯하게 사용되고 있는 곳은 게임 분야다. 여기서 누구나 가상의 세계를 간단하게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인터페이스도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게임 외에 가상현실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없을까? 그 수년 간의 연구를 거치고, 그 많은 돈을 써왔으면서 결국 게임을 잘 하기 위한 것이었나? 아니다. 게임 외에도 가상현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 교육, 의료, 상담, 연구 등에도 가상현실이 큰 성과를 낼 잠재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의료 전문가들을 길러내는 기관에서 예비 의사들의 실기 실험을 진행할 때 가상현실 기술이 유용하다는 사실이 점점 널리 알려지는 중이다. 미국의 조지워싱턴 대학 병원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코로나 19에 감염된 환자의 허파를 검사하기도 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가상현실이 적극 모색되는 중이다. 그냥 책으로 읽는 것보다 훨씬 입체감 넘치는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역사적 사건에 대해 배울 때, 혹은 건축의 이론에 대해 공부할 때 가상현실을 이용하면 현장감 넘치게 학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 바람에 온갖 관심을 다 끌었지만 사실 우리에게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가상현실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미리 겁먹거나 걱정하지 말자.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가상현실을 응용한 각종 사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시하자. 거기서부터 메타버스라는 게 시작된다.

글 : 바실리 페트렌코(Vasily Petrenko), CEO, Another World VR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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