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신간]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 2023.06.14 |
일상화된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위기관리와 재난 대응 분야의 선도적 리더 줄리엣 카이엠의 재난 대응 지침서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저자 카이엠은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역임하고, 현재 하버드대학 케네디 스쿨 교수이자 CNN 국가 안보 분석가로서 정부, 학계, 언론을 가로지르며 9·11 테러를 포함한 국가 재난 관리 체계 등 거시적 재난 대응 구조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해 온 전문가이다. ![]()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이미지=민음사] 위험은 모습을 바꿔 찾아오고 재난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예견된 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에 대응하는 법 2023년 5월의 마지막 날,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직후 발령된 경계경보로 서울 시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유와 대처 방법이 빠진 경계경보는 실효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엇갈린 재난 문자는 혼란을 가중했다. 국가 경보와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한편으로 생존 배낭을 준비하거나 대피소 위치를 파악하는 등 비상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시간을 돌려 작년에는 이태원에서 안타까운 압사 사고가, 그전에는 폭우로 인한 침수와 사망 사고가 있었다. 전 세계에서 재난의 빈도와 강도가 유례없이 증가하고 있다. 3년여간 계속된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과 사회의 풍경을 전면 바꾸어 놓았으며, 폭염과 혹한, 산불과 가뭄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위협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재난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재난이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발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연재해만이 아니라 전염병도, 사고도, 테러도, 사이버 공격도 시기를 모를 뿐 다시 일어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재난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 상시화된 재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 국가 안보 제일선에서 활약했으며 재난 대응과 위험 관리 분야의 일급 전문가인 줄리엣 카이엠은 재난에 대처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내놓는다. “위기 자체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바로 예방 이상으로 ‘결과 최소화(consequence minimization)’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재난 대응 프레임워크의 전환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를 완벽히 막을 수 있을까? 없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75만 명인 것보다 10만 명인 것이 낫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것이 재난이 반복되는 세상에서 성공을 측정하는 척도가 되어야 한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결승선이 있다고 생각하면 악마가 이긴다. 재난 발생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고 결과 최소화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를 조금 더 안전하게 한다. 책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Y2K 사태가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순간 컴퓨터 시스템 전반이 중단되고 사회 전체가 멈출지도 모른다는 Y2K 공포로 세기말이 떠들썩했다. 새 천 년이 마침내 도래했을 때 사소한 기기 고장 외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허탈한 해프닝처럼 기억되기도 하는 사건이다. 혼란과 공포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발생하지 않은 재난에 공감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 엄청난 대비에 비해 눈에 띄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자 회의록이 득세했고 과장된 공포심 조장에 비판이 컸다. 그 후 20년간의 연구는 다르게 말한다. 당시 컴퓨터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 미국 민간 기업에서만 3,000억~6,000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되고 미국 정부는 이를 장려하기 위해 ‘2000년 정보 및 준비 공개법’을 통과시켰으며 주 방위군까지 대기시켰다. Y2K에 대한 대비는 효과적으로 작동했으며 별일 없었던 것이 성공이었다. 재난 대응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준비의 역설’이다. 다양한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살펴본 반복되는 재난에 대처하는 8가지 강력한 교훈 저자는 재난 전문가의 관점에서 전 세계의 재난 사례를 분석하고 유용한 또는 잘못된 교훈을 짚어 준다. 크고 작은 결함 방치와 기후 및 토양 변화가 맞물린 섐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건물 붕괴, 위험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소홀한 보안 관리로 해킹 피해를 입은 소니 픽처스와 솔라윈즈 사이버 공격, 사망자를 추모하는 타종을 금지함으로써 일어난 재난을 부인하려 했던 18세기 보스턴 천연두 유행 등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성공적인(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덜 나쁜’)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있다. 리히터 규모 9.0의 3・11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멜트다운과 방사능 유출로 이어지며 최악의 원전 사고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그러나 같은 지역의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가 방사능 유출 없이 “안전하게 가동 중단”되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도호쿠전력이 관리한 오나가와 원전은 오히려 진앙지에서 더 가까웠음에도, 꾸준한 설비 투자와 안전을 강조하는 문화 덕분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4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인도양 쓰나미(2004)의 교훈을 기억하고 대피 프로토콜을 확립하여 대비한 끝에 피해를 줄인 인도네시아 지진(2011), 2020년 초 중국계 커뮤니티의 춘절 행사 분위기를 보고 선제적으로 거리두기와 자택 대피령에 나선 샌프란시스코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속적인 준비를 통해 결과를 최소화하고 상황을 ‘덜 악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너무 늦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라는 놀라움과 탄식을 넘어 조금 더 차분히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이를 위해 재난에 대응하는 8가지 기본 원칙이자 실용적인 교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재난 발생을 가정하라. 예방은 실패할 수 있다. 2. 재난이 진행되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라. 정보를 수집하고 소통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한다. 3. 위기 대응 노력을 결집하라. 조직의 구조와 우선순위를 보면 알 수 있다. 4. 다양한 실패 시나리오와 그만큼 다양한 대응을 준비하라. 최후의 방어선에 의존해선 안 된다. 5.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당장의 피해를 줄이는 데 집중하라. 실패한다면 더 안전하게 실패해야 한다. 6. 과거의 관습을 답습하지 마라. 근본적인 위험은 항상 변한다. 7. 니어미스를 놓치지 마라. 피해가 없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8. 비극적인 재난으로 발생한 죽음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학습하라. 잘못된 교훈은 ‘어리석은 죽음’을 낳는다. 저자의 지적대로 “모든 재난에는 역사가 있다.” 재난은 일순간 터지는 사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이루어진 공공 정책과 의사 결정이 켜켜이 축적된 결과다. 세찬 불길과 매서운 바람, 검은 기름띠가 지나간 자리에는 우리가 꿈꾸는 사회의 이상적인 모습보다는 과거의 결정 혹은 방치가 쌓여 만든 있는 그대로의 맨얼굴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와 다시 일어날 확실한 재난도 지금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다. 팬데믹, 재난, 대형사고, 경제 위기 이후의 ‘뉴 노멀’은 오지 않을 것이다.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 바로 지금이 정상이다. ‘나우 노멀(Now Normal)’에서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재난의 속성과 재난 관리의 구조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이 책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가 일상화된 재난의 시대를 대비하는 통찰력 있는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도서정보] 지은이_ 줄리엣 카이엠 옮긴이_ 김효석, 이승배, 류종기 출간일_ 2023년 6월 2일 가격_ 18,000원 페이지_ 308쪽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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