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신차보안’ 전쟁 | 2006.01.12 |
뺏고 뺏기는 정보 전쟁터에서의 생존 노하우 공개
자동차업계는 올해 신차를 봇물 터지듯 시장에 쏟아낼 예정이다. 신차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소비욕구를 자극함으로써 그간 침체된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차로 추정되는 차량의 외관사진이 시장에 출시되기도 전에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중국 자동차업체가 한국산자동차의 디자인을 불법으로 도용하는 등 신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시빗거리 또한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신차정보를 비롯한 각종 자동차 관련 기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자동차업계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신차의 성공을 위해서는 신차정보의 유출을 최대한 막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차보안, 이것이 핵심이다 장기 승부에 대비하라! 신차보안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른 업종과 차별화된 자동차업계만의 특성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신차보안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어 보안유지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요즘은 신차가 시장에 출시되기 전의 준비기간이 대략 2년 정도라고 하는데, 그 기간 동안 연구소와 조립공장 등에 근무하는 회사직원들은 물론 부품업체, 협력업체 직원 등 수많은 관련자들이 신차 프로젝트에 참여하므로 신차정보가 새나갈 위험성이 그만큼 높다. 이와 관련 자동차업체의 한 보안담당자는 “자동차 한대의 부품 수만도 22,000개가 넘고, 신차 디자인 개발, 차체 테스트 및 생산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관련정보의 유출을 100% 막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서도 “그러나 신차정보 유출시 입게 되는 직접적인 금전적 손실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손상과 대외신인도 추락 등 피해규모가 워낙 막대하므로 적극적인 보안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체의 보안담당자도 “같은 차종에서는 신차가 보통 5년 주기로 나오기 때문에 해당시기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신차출시를 매우 고대하게 되고,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전에 신차정보가 유출돼 버리면 막상 출시된다 해도 신차라는 느낌이 덜하기 때문에 판매에 매우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신차정보가 너무 미리 알려져 버리면 현재 판매되는 자동차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차에 대한 기대심리로 기다려보자는 인식이 확산된다는 것. 이 때문에 신차보안에 있어서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보안대책 수립이 중요하다는 게 자동차업계 보안담당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차개발 단계에 적합한 보안 프로세스를 개발하라! 둘째, 연구소와 조립공장, 구매본부, 영업지점 등 각 부서의 성격과 진행단계에 따라 보안에 있어 주안점을 두어야 할 부분이 차별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차 디자인이 결정되면 부품과 엔진 등을 설계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조립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성능 및 드라이빙 테스트를 실시하며, 판매전략을 수립하는 등 일련의 신차개발 단계에 적합한 보안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가령, 연구소의 경우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는 시설보안이 우선시되고, 이를 통해 외부인원은 물론 카메라 폰 등의 반입을 원천 차단하는 등 신차 디자인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또한, 조립공장에서는 부품업체나 협력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인력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구매본부에서는 고객들의 신상정보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며, 인사본부에서는 퇴직자 및 내부직원 관리 등에 주력해야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물론 각 부서 모두 인력보안, 시스템 보안, 문서보안, 시설보안 업무 등이 원활히 진행돼야 하지만 각 단계별로 특히 강조되는 보안업무가 있고, 이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축해 놓느냐가 신차보안의 핵심이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보안담당자는 “신차보안에 있어서는 연구소, 조립공장, 구매본부 등 모든 부서에서는 물론 운송보안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에서 조립공장으로, 조립공장에서 본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신차 외관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거나 행여 사진이 찍히기라도 한다면 인터넷이나 입소문을 통해 신차정보가 급속하게 전파돼 그동안 신차개발에 쏟았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덜’ 알려주고 ‘더’ 얻어라! 마지막으로 신차정보의 유출은 거의 대부분 회사직원이나 협력·부품업체 직원들에 의해 발생되기 때문에 자동차업체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력보안을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품업체나 협력업체 직원들이 연구소나 조립공장에 출입할 때 이들에 대해 보안서약서를 받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퇴직자나 인사·연봉문제로 불만을 갖은 내부직원에 의해 경쟁업체나 외국업체에 신차정보가 제공되는 일도 있으므로 각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중요도별로 분류, 보다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보안서약서 양식을 만들고, 체계적인 보안규정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업계의 또 다른 보안담당자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우 각 부서나 직원별로 체계화·구체화된 보안규정을 마련해 시행하는 업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현재 이러한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려고 하는데,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부품·협력업체 직원과 회사 직원들이 서로 친해지다 보면 보안서약서나 보안규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온정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내부직원들에 의해 신차정보가 유출되는 사례 가운데서는 경쟁업체에 일부러 자사의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각 업체마다 경쟁업체의 신차정보나 시장상황을 조사·분석하는 부서가 있는데, 여기서 타사의 신차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자사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체의 한 보안담당자는 “경쟁회사들끼리도 어느 정도까지는 신차정보를 공유하게 되는데, 여기서 얼마나 자사의 정보를 얼마나 덜 알려주고, 타사의 정보를 많이 얻느냐가 신차경쟁에 있어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차출시 봇물, ‘보안’이 경쟁력 자동차업계의 보안담당자들은 크게 앞서의 세 가지 측면으로 ‘신차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특히 직원들의 보안의식을 향상시키는 일과 보안절차의 체계적 관리를 첫손에 꼽았다. 신차개발에 있어 각 부서의 책임자는 부서별·개발단계별로 취약점을 찾아 이를 분석하고, 보안담당자는 이를 바탕으로 보안계획과 규정을 수립하며, 보안책임자는 CEO에게 이를 보고하는 동시에 보안업무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인지시키는 일련의 보안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게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신차정보가 유출됐을 때는 외부에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정보유출자를 찾아내 내부직원일 경우 퇴사처분 등 엄중하게 조치하고, 신속하게 법적대응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차정보가 유출될 경우 회사가 입게 되는 유·무형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혹자는 신차개발비용에 버금가는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하고, 혹자는 이러한 금전적인 피해 못지않게 받게 되는 기업이미지 추락은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라고도 한다. 이 때문에 신차의 연이은 출시를 앞둔 자동차업계는 신차정보를 서로 뺏고, 뺏기지 않기 위한 전쟁상태에 접어든 느낌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차분하고 철저하게 ‘신차보안’에 주력해야 한다. [권 준 기자(joon@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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