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 다양성은 새로운 사업의 방향을 제시한다 | 2023.06.30 |
ESG가 강조되는 시대이지만 생물 다양성이라는 개념 만큼은 아직도 낯설다. 하지만 낯선 그 대로의 상태가 오래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곧 대세가 될 단어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미리 알아두고 익혀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지속 가능성 추구와 탄소 저감이라는 인류 전체의 과제가 모든 사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 행위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당연한 것처럼 누려왔던 공급망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어떤 식으로 변경시켜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에 집중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 [이미지 = gettyimagesbank] 지속 가능성 부문의 컨설팅 업체 레소넌스(Resonance)의 창립자 스티브 슈미다(Steve Schmida)는 “사업적으로 이 ‘생물 다양성’이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례는 많지 않으나, 최근 들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특히 식품, 제약, 농업과 같은 분야에서 이 개념이 높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생물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직접 사업적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고도 할 수 있지요.” 지난 2~3년 동안 생물 다양성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됐고, 때문에 생물 다양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생소해 하는 기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UN 회의를 통해서도 각국 정부들이 환경 보호와 기후 보존 차원에서 멸종 위기 생물들을 보호함으로써 생물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성명서까지 공동으로 마련하기도 했었다. 그러므로 이 생물 다양성이라는 것이 최소한 ‘어디서 들어본 말’ 정도는 된다. PwC의 ESG 부문 총괄인 리차드 길크리스트(Richard Gilchrist)는 “앞으로 기업들은 내가 공급 받는 자재들이 어디서부터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배송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산 방식이나 재료, 운송 방법 등에 사용되는 각종 기술들이 어떤 식으로 기후를 변화시키고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친환경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수밖에 없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기 ‘생물 다양성’이라는 것은 절대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전 세계 표층 토의 1/3이 이미 사라졌으며, 85%의 늪지대는 지난 50여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는 동안 척추동물에 속하는 종들의 60%가 개체수 급감을 경험했다. 과학자들과 환경 전문가들은 재앙과 같은 숫자라는 데에 입을 모으고 있다. 더 최악인 것은 지금 인간의 생활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앞으로 수십 년 안에 100만 이상의 동물과 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생물 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면 인간들은 각종 자원 고갈에 시달리게 된다. 식량으로 삼을 만한 것들과 약품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이 없어지면서 제일 먼저는 농업과 식품업, 제약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악영향은 빠르게 다른 산업으로도 퍼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를 공급받지 못하는 의류 산업, 각종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하게 변하게 되는 중공업 쪽에서 앓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 전 세계 대형 기업들 중 85%가 자연 환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업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논의들은 아직까지 학술 보고서 차원에서만 나오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생물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의 위험성을 크게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그래서 뭐?’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영국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기업들 중 오직 10개에서만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인간의 노력은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영국 그리니치대학의 천연 자원 경제학 부교수인 파멜라 케이틱(Pamela Katic)은 “생물 다양성 보호라는 것은 전 지구적인 운동이 되어야 효과를 볼 텐데, 특히 기업들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종의 생물이 사라진다는 건 기업의 경제 활동에 직접적인 피해를 미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게 기업이라는 것이죠. 더 나아가 인간의 수많은 활동 중 경제 활동이 가장 크게 위험해질 거라는 뜻이 되기도 하고요.” 생물의 멸종을 막지 못할 경우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입을 피해는 각종 비용 상승과, 그로 인한 수익 절감일 거라고 케이틱은 예측한다.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그러면서 수익 내기도 힘들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그에 따라 보험금도 더 많이 내야 하겠지요. 소비자 물가는 오르겠고, 그로 인해 경제의 악순환이 시작될 겁니다. 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큰 기업이라도 순식간에 멸망하는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봅니다.” 길크리스트는 “지금은 생물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조금은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일반 대중들 사이로 편만하게 퍼져나가며 위기 의식을 만들어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예견한다. “그러니 기업들은 마케팅과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론을 사업 절차에 투입시키는 것이 안전할 겁니다.” 가시성이 중요하다 슈미다 역시 “기업의 사업 행위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만드는 게 ESG의 핵심”이라고 설명하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장 전체가 ‘당신 기업이 자연 환경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요구하는 시대가 곧 온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만이 아니라 투자자들과 파트너사들까지도 이런 부분의 데이터를 요구할 겁니다. 어쩌면 입사 지원자들 역시 그런 부분을 기업으로부터 요구한 후에 입사를 결정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런 때 테크놀로지의 역할이 지대하다. 예측 분석, 머신러닝, 디지털 트윈, 블록체인, 사물인터넷과 같은 최신 디지털 기술 모두 ‘기업이 자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투명하게 나타내고, 표면의 현상 기저에까지 이르는 통찰을 갖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틱은 “아무리 도구들이 좋아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강조한다. “기술 발전 그 자체로만 신을 내는 것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국면에 어울리는 것이 되어야죠. 시대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용자들을 돕는 것이어야 합니다.” 케이틱이 말하는 ‘도움’이란, 사업 전략과 매일의 운영에 생물 다양성이라는 것이 깊숙하게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들에 힘입어 기업들이 생물 다양성을 진정으로 추구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나 글로벌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Global Biodiversit Framework) 등을 보다 잘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런 기술들의 역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 여러 환경 점수 시스템이나 규정 등을 구현하는 데에도 새 IT 기술들이 담당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겁니다.” 길크리스트는 “이미 환경 보호와 관련된 새로운 규정들이 여러 가지로 생기고 있어, 기업들로서는 이를 하나하나 다 파악하고, 해당 지식을 최신화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신 디지털 기술들을 가지고 이 부분을 보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경우 250명 이상의 직원들을 보유하고 2천만 유로 이상의 대차대조표를 보유한 기업들의 경우 2025년부터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호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세부적인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더 엄격한 요구 사항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준비를 해야겠지요.” 글 : 사무엘 그린가드(Samuel Greengard),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