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판] 인공지능과 지속 가능성 사이의 희망과 파라독스 | 2023.07.01 |
인공지능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탐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 기술이 환경 문제를 해결할 핵심 도구로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여러 희망적인 관측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파라독스도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얼마 전 1천 명이 넘는 테크 분야 지도자들이 인공지능의 개발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잠시 중단해야 한다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인간의 언어 구사 능력을 거의 똑같이 흉내 내는 기술을 윤리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며, 이 기술로 인해 빠르게 사라져 갈 직군들에 대한 사회적 고민도 더 있어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인공지능 기술이 가진 ‘환경적 영향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이미지 = gettyimagesbank] PwC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인공지능은 미래 지속 가능성을 논할 때 가장 핵심이 될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옳게만 사용된다면 현재 등장하고 있는 디지털 신기술들은 인공지능이라는 핵심 기술을 힘입어 현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두 기업은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인공지능이 전력망을 관리하여 재생 가능한 에너지만 유통되거나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거나, 도심지 내에서 이동할 때 인공지능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운영한다거나, 환경 관련 사안들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재난을 예측하여 대비하는 데에 디지털 기술들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도록 하자. 1. 에너지와 인공지능 에너지 분야에서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다. 특히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요즘에서는 이 변화가 특히 더 거세고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변화의 근간에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인간이 자초한 지금의 환란으로부터 미래를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에너지 산업 내 변화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대한 목표는 인공지능의 존재 덕분에 성취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인공지능과 관련된 보고서가 나왔었는데, 여기에서도 인공지능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이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했었다. 패턴을 파악하고, 시스템 성능을 강화하며, 복잡한 상황들이 얽히고 설켰을 때의 결과를 최대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했을 때 인류는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현재 체제에서 보다 깨끗한 에너지로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WEF는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WEF의 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로베르토 보카(Roberto Bocca)는 “이미 인공지능은 사회와 경제 여러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에너지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은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적극 도입이 되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도입이 돼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에너지 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른 고효율의 시스템이 구축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배출되는 온실 가스의 양도 줄어들 것이고요. 정부와 기업들이 이 부분을 적극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인공지능과 지속 가능한 곡식들의 재배 인류의 생존에 있어 농부들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은 실로 어마어마하며, 그 중요성은 말로 다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들이 있어 인류는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며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농부들의 귀중한 농업 활동도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농사에 적합한 토양을 만들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곡식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토질과 지형이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농업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농사를 짓고 농장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프로세스들의 효율성을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분석하다 보면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발견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부분만을 잘 다뤄도 추가적인 자원 투자 없이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즉 인공지능 활용만으로도 농업 활동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줄이면서도 같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각종 디지털 기술을 투입시킨다면 인간에 의한 실수나 부정확함이 제거되기 때문에 농산물의 양과 질 모두 향상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효과를 몇 가지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 자원이 낭비되는 패턴을 파악하고 최적화 방법을 알아낸다 - 외부 자원을 더 추가하지 않고도 생산량을 최대치로 뽑아낸다 - 현재 생산량에 필요한 비용을 낭비하지 않는다 - 이 모든 것을 합하면 이익이 극대화 됨을 알 수 있다 작물을 좀 더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인공지능의 강점이다. 주위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학습한다면 병충해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가장 적절한 약품의 사용법에 대한 내용까지 농부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농업을 훨씬 편리하게 만들어주며, 작물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3. 인공지능과 공급망 최적화 코로나로 인해 일반 대중들이 좀 더 친숙하게 접하게 된 개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공급망’이다. 기업들이나 관계자들만 친숙하게 접하던 개념이 이제 모두의 상식과 문제가 된 것이다. 코로나가 가장 심각하게 무너트린 게 바로 이 공급망이었으니 그도 그럴 만하다. 내가 공기처럼 쓰던 물건들이 어떤 나라와 지역을 거쳐서 오고, 그러므로 그곳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나 역시 그 물건을 못 쓰게 된다는 개념이 강력하게 잡혀버렸다. 공급망과 유통 분야의 전문가 혹은 기업 운영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공급망의 리스크를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공급망의 경로를 분석하여 최적화 하고, 리스크 요인이 대두됐을 때 이를 예측하거나 미리 파악하여 새로운 공급망 경로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면 코로나 시대 때만큼 파괴적인 공급망 붕괴 현상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맥킨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마케팅, 영업, 조달, 기획 유통, 배포, 생산이라는 ‘공급망 전 영역’ 중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수요를 미리 예측하여 공급망을 운영한다면 어떨까요? 훨씬 원활해지겠죠. 공급망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하게 운영된다면요? 기업의 사업적 계획이 다이내믹하게 반영되고, 그에 따른 최적화 모델이 자동으로 산출된다면 어떨까요? 그런 공급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산이 되겠죠. 인공지능과 각종 디지털 기술 덕분에 이것은 꿈이 아니게 됐습니다.” 맥킨지가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4. 운송 분야의 인공지능, ‘초록빛’ 여행을 가능하게 운송과 교통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은 막대한 잠재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아직은 미래의 기술이지만 모두가 꿈꾸고 있는 자율주행 역시 인공지능이 있기에 가능하다. 각종 교통 관리 솔루션에도 인공지능이 접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교통의 흐름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들이 빠르게 정착하는 중이다. 교통이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건 에너지 소비가 적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켓데이터포캐스트(Market Data Forecast)에 의하면 2026년까지 교통 운송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시장의 규모는 3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연간 성장률은 15.8%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말이다. “교통을 보다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어 지속 가능한 도시나 마을을 구성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마켓데이터포캐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짚었다. “교통과 운송 분야는 현재 인공지능 기술을 가장 활발히 연구하고 접목하는 산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유가 있지요.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를 자동화 하는 것이 이 분야의 바로 다음 혁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으로 운전과 주차까지 해주는 기술에 대한 수요는 생각보다 높으며, 이런 식으로 인류가 이동한다고 했을 때 연료 활용의 최적화까지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5. 지속 가능성과 인공지능의 파라독스 이렇듯, 인공지능이 무너져 가는 환경의 마지막 구원 투수처럼 등판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시장 안에서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인공지능과 환경의 관계 속에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중대한 파라독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역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위에서 나온 온갖 희망적인 예측들은 한 여름 밤의 꿈이 되고 만다. 구글과 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에서 공동으로 연구 및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인공지능 기술 단 하나가 구글 전체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사용한 전기의 10~15%를 소비시켰다고 한다. 구글이라는 회사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절대로 적지 않은 양임을 알 수 있다. 오픈AI(OpenAI)의 GPT-3 기술은 어땠을까? 이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에만 1.287 GWh이 필요했다고 한다. 미국의 일반 가정 120곳에서 1년 내내 사용하는 전기와 비슷한 양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정말 전기를 많이 잡아먹을 때는 훈련할 때가 아니라 추론을 할 때다. 인공지능 모델 하나를 훈련시킬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최대 5대 차량이 폐차될 때까지 수년 동안 달렸을 때 배출되는 양과 비슷하다고도 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효율을 높이고 이익을 극대화 하며 각종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한다고 해도, 그 스스로가 이렇게나 많은 전기를 쓰고 있다면 무슨 소용일까? 스스로가 해결해 놓은 온실 가스 저감 문제를 스스로가 다시 악화시키는 꼴인데 말이다. 다만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해결할 문제와 야기할 문제의 셈이 완료되지는 않고 있으며, 그 누구도 총합이 어떻게 되는지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공지능도 탄소 발자국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보다도 더 투명한 공급망을 유지함으로써 명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데이비드 패터슨(David Patterson)은 “인공지능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짚는다. “인공지능은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기술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다만 탄소 발자국을 줄일 필요는 있고, 충분히 가능하기도 합니다. 이미 구글에서는 이를 위해서 여러 가지 내부 규정과 원칙을 실천해 가며 머신러닝 워크로드를 처리합니다. 인공지능이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환경을 지켜줄 만한 기술은 아니라는 겁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웨딘의 KTH로얄기술대학(KTH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의 부교수인 리카르도 비누에사(Ricardo Vinuesa) 역시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영향력만 골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목표 169개 중 79%를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으로 이뤄낼 수 있습니다. 즉 아직까지 우리가 알기에 인공지능을 통해 얻어낼 것이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다만 부정적인 영향도 지금으로서 충분히 예상되니 그 점을 고려해 가며 인공지능의 활용법을 익혀야 하겠습니다.” 글 : 셰인 스나이더(Shane Snider),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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