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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준다길래 인증번호 제공했더니 보이스피싱 악용... 피해자 ‘평등권’이 이겼다 2023.07.08

울산지검, 청구인이 신원불상자에 정보 제공...청구인 명의 계좌 개설 범죄로 기소
대법원, 울산지검의 기소유예처분 최종 취소...평등권과 행복추구권 침해 판결


[보안뉴스 김영명 기자]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최근 울산지방검찰청에서 SNS에서 수익을 부풀려준다는 말에 성명불상자에게 투자금을 주고, 성명불상자가 지시하는대로 인증번호 등을 알려줘 보이스피싱 범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청구인이 대가를 바랐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것을 최종 취소했다고 선고했다.

[이미지=gettyimagesbank]


헌재의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계좌개설용 인증번호 등을 전달한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사건>(사건번호 2021헌마1389)에 따르면 청구인은 인스타그램(Instagram) 광고를 통해 알게 된 낯선 사람으로부터 “투자금을 입금해 수익금이 발생하면 돌려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이 같은 제안에 청구인(피해자)은 낯선 사람에게 투자금을 입금한 후 수익금을 받기 위해 그가 지시하는 대로 인증번호 등을 성명불상자에게 알려줬지만, 결국 약속했던 것과 달리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낯선 사람은 피해자가 알려준 인증번호 등으로 피해자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했다.

이어 피해자는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인증번호 등 접근매체를 전달했다는 범죄사실로 2021년 7월 23일 울산지방검찰청(피청구인)으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청구인은 기소유예처분에 대해 본인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로서, 자신이 송금한 돈을 출금하기 위해 본인인증에 필요한 서류, 인증번호 등을 낯선 사람에게 보낸 것이지 계좌 개설을 위해서 보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전달한 것이 아닌데도 피청구인이 기소유예처분을 해 본인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판결의 취소를 구한다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진행된 최종 판결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인이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인증번호 등 접근매체를 전달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대가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관련법령에서 전자금융거래법(법률 제17354호) 제6조(접근매체의 선정과 사용 및 관리)를 들었다. 해당 법 제6조 3항에서는 “누구든지 접근매체를 사용 및 관리함에 있어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18조에 따른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양도 또는 담보제공을 위해 필요한 경우(제3호의 행위 및 이를 알선·중개하는 행위는 제외한다)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며 제2호 ‘대가를 수수(授受)·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들었다.

이어 제49조(벌칙) 제4항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를 언급하며, 제2호 ‘제6조제3항제2호 또는 제3호를 위반해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한 자 또는 보관·전달·유통한 자’를 근거로 댔다.

헌재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에서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이때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자는 접근매체 대여에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같은 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전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①청구인이 접근매체의 전달을 요구받은 시기는 청구인의 투자로 수익금이 발생했음을 고지받은 후이므로 접근매체의 전달과 수익금의 발생은 상관관계가 없는 점 ②접근매체 전달 전까지 청구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계좌 개설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들은 사실이 없는 점 ③청구인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로서 단지 자신의 투자금 등을 출금하기 위한 인터넷 사이트 본인인증 수단으로서 접근매체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접근매체 전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어떠한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청구인에게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전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로고[로고=헌법재판소]

헌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로 “피청구인이 2021년 7월 23일 울산지방검찰청 2021년 형제16506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해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결정과 관련해 헌재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하려면 전달에 대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하고, 전달자는 대가관계를 인식하면서 접근매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청구인은 성명불상자에게 속아 투자금을 편취당했고 그 과정에서 인증번호 등 접근매체를 전달했지만, 이는 투자금 등을 돌려받기 위해 본인인증을 하려는 의도로 전달한 것이었다”며 “이는 접근매체 전달에 대응하는 대가의 존재 및 이에 대한 청구인의 인식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해 이 사건을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김영명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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