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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직업’의 개념이 빠르게 바뀌면서 강조되는 개념은? 2023.07.31

특정 직업이나 일이라는 것이 점점 예전처럼 딱딱한 느낌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경력을 쌓아왔던지, 일단 지금 당장 발휘할 수 있는 스킬이 무엇인지가 더 중시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사업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중이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직업’이라는 개념이 근본부터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직장, 채용, 고용과 같은 개념들도 뒤흔들리는 중이다. 딜로이트(Deloitte)의 ‘2023년 글로벌 인적 자원 트렌드 보고서(2023 Global Human Capital Trends)’에 의하면 71%의 근로자들이 “내가 수행해야 하는 일 의외의 것들을 담당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81%의 임원진들 역시 “직무가 직급이나 타이틀이 아니라 실제 보유 스킬에 따라 배정된다”고 답했다. ‘일’이라는 것의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조사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기업들이 빠르게 깨달아가고 있는 건 바로 ‘직무를 기반으로 한 임무 수행과 조직 운영’이 점점 비효율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매일 처리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있어 그 일을 할 줄 알면 그만이지,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경력을 쌓아온 사람, 즉 직무에 어울리는 타이틀을 보유한 사람을 굳이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직무를 위한 공식 훈련 과정을 밟아 왔느냐’보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스킬이 무엇이냐’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이 채용의 모든 과정에 반영되고 있다.

직무를 기반으로 한 임무 부여, 점점 힘을 잃어
지난 수개월 동안 누군가에게 일을 준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보유한 외적 조건들이었다. 전공, 학위, 직책, 경력 등과 같은 요소들을 말한다. 이런 요소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일의 내용이나 성격이 정해지기 한참 전에 미리 정해지는 것들이다. 그 일이라는 게 전공, 학위, 직책, 경력과 잘 어울릴 가능성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일의 성격이나 특성, 내용이 빠르게 바뀌어가는 때에는 과거에 정해진 것들만 가지고 적임자를 찾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전산학과를 20년 전에 졸업하여 IT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사람이 가진 전문성이나 뛰어남은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최근 새롭게 생긴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어야 하는 일을 맡긴다고 했을 때 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 바 ‘긱 경제’라는 것이 점점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직무를 누군가에게 몇 년씩 맡기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별로 필요한 스킬을 보유한 사람과 단기간 협업하는 게 바로 긱 경제의 핵심이다.

실제로 이전의 ‘직무 시스템’이 아직도 효과적이라고 느끼는 기업 임원진은 19%, 고용인은 23%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조금 더 유연하고 유동성 많은 고용과 구직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필요한 사람을 그 때 그 때 빠르게 보충했다가, 프로젝트가 끝나면 흩어지는 걸 반복하는 게 지금은 선호되고 있다.

이 방법은 근로자들이 마음에 드는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더 높은 확률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하고, 기업들의 운영 비용을 낮춰주기도 한다. 게다가 평등성과 다양성 촉진에도 이러한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보유한 스킬을 기반으로 대우와 급여 등이 결정이 되는 것이니 외적 요소에 의한 차별이 행해질 가능성이 더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할 일을 누가 더 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어떤 대학을 나왔고, 어떤 경력을 쌓아왔는지는 점점 더 고려 요인으로서 가치를 잃고 있다.

스킬 기반으로 고용하기
실제 스킬을 기반으로 임무를 부여한다는 게 실제 기업들이 행하기에는 말처럼 쉽지 않다. 기존 경영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외적 요인을 기반으로 사람을 채용해 일을 맡기는 것의 비효율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더 많은 기업들이 ‘스킬 기반 고용’이라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온 당사자들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 개인이 보유한 고유성 또한 더 중요하게 고려하게 된다.

스킬 기반의 임무 부여 혹은 고용이 가진 장점은 여러 가지다. 가장 먼저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훨씬 효율성이 훨씬 높아진다. 현장에서 금방 성과를 낼 사람들을 배치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또한 전공과 경력이라는 과거 때문에 한 가지 일에만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실제 스킬만 가지고 있으면 다른 일에도 참여할 수 있어 일을 한다는 게 훨씬 풍요로운 경험이 되기도 한다. 이는 생산성은 물론 직업 만족도까지도 높여준다.

예를 들어 유니레버(Unilever)와 같은 경우 내부적으로 ‘탤런트 시장’이라는 플랫폼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에 따라 임무들이 생겨날 때마다 이 ‘탤런트 시장’을 통해 적임자를 찾아내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묻혀서 썩고 있는 재능들이 발굴되고, 결국 회사를 위해 발휘된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까지 더해 각 직원들을 관리하고 파악함으로써 점점 더 정확하게 임무에 맞는 사람을 찾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실제 보유한 스킬을 더 중시하는 기업들일수록 시장에서의 성적도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냐하면 이른 바 ‘능력자’라고 하는 사람들을 더 높은 확률로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력을 인정 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지금 가진 스킬을 발휘해 해낸 일에 대한 성과를 인정 받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그럴 때면 자신의 가치가 더 높다고 느끼며, 따라서 일에 대한 보람과 조직에 대한 애정이 쌓인다. 그러니 조직을 쉽게 떠나 다른 곳으로 이직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 보통은 경쟁에서 더 유리하다.

언젠가부터 모두가 해오던 말이 있다. “변화가 숨가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기술도 빠르게 변했고, 그러면서 일을 수행하는 방식도 빠르게 변했으며, 이제는 일이라는 것 자체가 계속해서 변하는 중이다. ‘일’이라는 것의 개념이 과거의 그것과 요즘의 그것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그 ‘일’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절차와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은 ‘스킬 기반’이 가장 적절한 방법론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언젠가 바뀔 지도 모르는 것이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러하다.

글 : 마이클 그리프스(Michael Griffiths), 인력 향상 부문 지도자, Deloitte Consulting
수잔 칸트렐(Susan Cantrell), 부회장, Deloitte Consulting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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