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 범죄, 보건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 2023.07.27 |
사이버 범죄는 다각도로 피해를 일으킨다. 그런데 우리는 그 피해라는 것을 너무 ‘돈’으로만 생각해 왔다. 실상 잃는 것은 다른 쪽에서 더 많은데 말이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사기를 당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사기를 당할 뻔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사기를 미리 알아채고 방어하는 것은 물론 사건 후 마음을 추스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사기에 한 번 노출된 적이 있다. 돈도 잃고 마음도 잃고 감정도 상했다.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졌다. 수년이 지나서도 그 때 생각이 문득 나면 통제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돈을 되찾고 사기꾼이 감옥에 갔는데도 그렇다. ![]() [이미지 = gettyimagesbank] ‘사이버 범죄’라는 말이 생겨나기 전부터 범죄학자들은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사기는 단순히 돈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정신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대형 사건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사기 사건으로 인해 야기되는 ‘돈 외의 피해’를 정량화 하려 하는데, 아직 이론이 확실히 정립된 건 아니지만 ‘돈보다 더 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미 존재한다. 오늘 날의 사기꾼인 사이버 범죄자들이 저지르는 일들이 바로 이런, 돈보다 큰 일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필자가 언어를 순화해서 ‘큰 일’이지 사이버 범죄를 다루는 전문가들인 경찰, 사법 요원, 보안 전문가, 피해자 단체 등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치명적 위기’라는 표현들이 나오는 걸 알 수 있다. 사이버 범죄가 미치는 악영향을 표현하는 데 ‘치명적 위기’라는 수준의 말이 어울린다는 뜻이다. 굳이 사이버 범죄자를 추적하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여기에 굳이 반대하지는 않는 편이다. 최근 18세 이상 미국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사이버 기술을 통해 실행되는 사기 범죄가 치명적으로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는 데에 2/3 이상이 동의한 것이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범죄가 미치는 유형적이고 무형적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FBI의 인터넷범죄신고센터가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재정 손실 관련 보고서가 이 부분에 있어서는 현재로서 가장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사이버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피해액은 이미 2015년에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2년에는 100억 달러를 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천문학적인 돈도 작은 문제가 아닌데 사기 범죄 피해자들이 겪는 후폭풍과 고통을 생각하면 사이버 범죄자들이 미치는 악영향은 실로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치명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 2021년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삶에 대한 만족도’가 사기 피해 한 명당 매년 평균 3200달러 규모로 깎여나간다고 한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사기 모두를 계산했을 때 나온 값이다. 온라인 사기만을 계산하면 연간 4650달러로 올라간다고 한다. 금액의 정확성이야 그렇다치고 사기에 노출되면 ‘삶의 만족도’ 자체가 크게 떨어진다는 데에 이 연구의 의의가 있다. 사기 피해자는 심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덜 행복하고 더 불안한 삶을 살게 된다. 알아둬야 할 것은 위의 금액이 ‘인당’으로 계산되었다는 것이다. 사이버 범죄의 피해자들의 수(족히 수백만이다!)를 곱하면 이 금액은 금방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거기에 더해 실질적인 피해액까지 더하면 사이버 범죄의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 감이 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사이버 범죄가 단순히 IT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하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이건 거대한 보건 문제라고 해야 어울리지 않을까? 이렇게까지 심리적, 감정적, 생활적으로 수많은 피해자들을 피폐하게 만드는데 말이다. 물론 우리에게는 더 많은 자료와 방법론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있는 건 “온라인 사기가 정신 건강에 큰 피해를 끼친다”는 주장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고통은 사기 피해가 복구된다고 하더라 곧바로 완화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심지어 돈보다 더 큰 피해를 입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역시 보다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 필자는 보안 업계가 앞장서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사이버 범죄라는 ‘치명적 위기’를 보안 업계가 단독으로 다룰 수 없다. 팬데믹 기간 동안 보건 상황이 완화될 때까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야만 했다는 걸 기억하자.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그리고 마스크를 묵묵히 쓰고 다녔던 일반인들은 일반인대로 모두가 상황에 맞게 움직였다. 만약 이러한 협조 없이 의사들만 싸웠다면 우리는 지금 더 악화된 세상 속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같이 움직일 수 있었던 건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보건 사태가 선포되었기 때문이다. 피싱이나 각종 사기 기법은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치는 사람의 수가 지금 걷잡을 수 없이 많고, 많아지고 있다. 이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사회 전체의 아픔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이 사실을 정량적으로 표현하여 사회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사이버 보안은 중요하다’는 걸 설득해야 할 시기는 지났다. 다음은 ‘사이버 보안은 보건 문제다’의 차례이다. 글 : 스티븐 콥(Stephen Cobb), 독립 연구원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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