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테크 산업, 살아남아 있긴 하지만 | 2023.10.20 |
이스라엘은 최근까지 테크 분야가 매우 활성화 되어 있던 곳으로 세계 IT 분야의 공급망에 적잖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팔레스타인에도 미약하나마 테크 분야가 활성화 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터진 전쟁이라 테크 분야가 여러 가지 영향을 받는 중이다. 미래에는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수많은 목숨이 허무하게 스러지고 있다. 또한 한동안 이 비극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전이 각종 테크놀로지 기술들을 동원한다는 사실을 생각했을 때 710억 달러 규모의 이스라엘 테크 산업이 전장에 투입된다는 것 역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이미지 = gettyimagesbank] 이스라엘혁신청(Israel Innovation Authority)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있는 기술 분야 연구 및 개발 센터들은 350개가 넘는다고 한다. 2022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 전체의 수출량 중 절반은 바로 이 테크 분야가 책임지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테크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전 세계 테크 분야가 요동을 치기 시작하면서 2023년 테크 투자가 급락했다. 투자 액수만 보면 2018년 이후 최저치가 기록됐을 정도였다. 이스라엘에는 국제적인 IT 업체들(IBM,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구글, 페이스북 등)이 적잖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의 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다는 건 세계 IT 분야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이스라엘 테크 시장에 투자 축소 정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 여파가 더 없이 커질 수 있다. 인텔의 경우 1974년부터 이스라엘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 1만 2800명의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은 이스라엘 토종 기업들에도 적잖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곳들이 모바일아이(Mobileye)와 그래뉼레이트(Granulate)이다. 또한 가자 지구로부터 40km 떨어진 지점에 새로운 공장을 세울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이 공장 신축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돈은 250억 달러가 될 예정이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이-팔 전쟁이 터진 것으로, 테크 분야 전체가 바짝 긴장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세계 테크 분야에 있어 이스라엘 시장의 비중이 상당히 큰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가자 지구 근처에서 공장을 짓기로 한 인텔의 경우에도 “직원들과 시설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하며, 지금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테크 분야, 현재까지는 평소 그대로 뉴욕의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 업체 사이에라(Cyera)의 CEO인 요탐 세게브(Yotam Segev)는 이스라엘 군 첩보 요원 출신으로 “지금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각종 참사가 벌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테크 분야가 한동안은 정상적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고객들을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 테크 분야는 서비스를 중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이 어려운 때임이 분명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전쟁에 직접적이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만, 테크 분야 전체의 일상적인 업무 수행이 중단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적어도 당분간은요.”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 테크 기업들이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다고 세게브는 지적한다. “전쟁과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사이버전에 대비해 데이터 보안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건 상식이고, 이미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물리적 전쟁도 벌어지고 있죠. 기업들이 일상 업무를 끊김 없이 계속 하려 한다면 각종 자산을 물리적으로 보호하고, 직원들의 안전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이란, 신체적 안전도 포함하지만 감정적인 안전도 말합니다.” 보안 업체 체크포인트(Check Point)의 경우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에 7천 명이 넘는 임직원을 두고 있다. 이곳의 글로벌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길 메싱(Gil Messing)도 세게브처럼 “전쟁이 벌어지고 있긴 하지만 2500명 이상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원격 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따라서 실질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일상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이버 공격이라는 것도 아직까지 감당하지 못할 것이 없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테크 분야 커뮤니티와 정치계 사실 이스라엘의 테크 분야는 전쟁이 터지기 전에도 마냥 순탄한 상황은 아니었다. 최근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그 행정부는 사법 체계의 권한을 줄이려는 시도를 했었고, 그러면서 온 나라가 들끓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시위에 나섰고, 테크 분야의 수많은 임직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업 차원에서 행정부의 그러한 움직임과 새로운 법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낸 곳도 200개가 넘었으며, 실제로 본부를 해외로 옮긴 곳도 적지 않았다. 비교적 이동이 쉬운 스타트업들의 경우 2023년 전반기 동안 상당 수가 이스라엘을 떠나기도 했다. 한 조사에 의하면 2023년 전반기 동안 260개 새로운 테크 분야 스타트업들 가운데 118개가 이스라엘 바깥에서 사업자를 냈다고 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스라엘 테크 기업들의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변하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전쟁이 터졌고, 테크 분야에 종사하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령을 받아 입대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펜테라(Pentera)와 아르미스(Armis)의 경우 이스라엘 지부의 직원 중 10% 이상이 전쟁터로 떠난 상황이라고 한다. 펜테라는 이스라엘 직원이 200여 명, 해외 인력이 350여 명인 회사이고 아르미스는 각각 220명, 670명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세게브는 많은 테크 분야 기업들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자원 입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전쟁터로 자원하여 나간 사람들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인원이 더 회사 업무 현장으로부터 이탈할 것이라는 뜻이다. “분명 이전까지 이스라엘은 정치적으로 매우 분열된 곳이었습니다. 당파에 따라, 세대에 따라, 개개인이 전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공통으로 보호해야 할 것이 생겼고, 공통의 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해결될 것들이 있을 겁니다.” 성장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테크 분야, 좌절하다 팔레스타인에서도 테크 분야가 성장하는 중이다. 물론 아직은 미약하다. 현재 팔레스타인 전체 GNP의 약 3%를 차지하고 있으며, 4억 9300만 달러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34%의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웨스트뱅크와 가자 지구 등에 있는 팔레스타인 대학들에서는 매년 테크 분야 새내기들을 2500명 정도 졸업시키고 있다. 그러나 테크 산업이 아직 이 인원들을 다 수용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대다수가 팔레스타인 밖에서 활동하는 걸 택한다. 이스라엘 회사에 채용되는 경우도 많다. 현 시점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테크 분야의 규모를 비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가자 지구와 웨스트뱅크에는 분명히 여러 테크 서비스 업체들이 존재하며, 심지어 미국 기업이 팔레스타인 시장에 진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회사들 중에는 미국인들을 파견 보낸 곳도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하리(Harri)의 경우 미국인 직원 211명이 팔레스타인 현지에서 거주하며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예루살렘의 소프트웨어 업체 테크리닉(Techlinic)의 CEO이자 창립자인 마무드 크웨이스(Mahmoud Khweis)의 경우 “웨스트뱅크와 가자 지구 모두에서 지부를 운영 중에 있고, 지금 전쟁이 발발한 후에도 사업부들은 여전히 정상 사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예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고, 직원들의 불안감도 상상 그 이상입니다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견딜 만합니다. 가자 지구의 다른 테크 기업들도 불안하긴 하지만 사업을 중단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가자 지구의 상황이 그런 상태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이스라엘이 육군을 가자 지구로 투입시킨다면 여태까지 사업을 중단시키지 않아도 괜찮았던 회사들이 잠시나마 문을 닫아야 할 지 모른다고 크웨이스는 말한다. “상황은 격화될 테지요. 그렇게 된다면 테크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특히 전기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테크 분야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겁니다.” 글 : 셰인 스나이더(Shane Snider),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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