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간 이어진 할리우드 파업이 IT 업계에 던져주는 메시지 | 2023.11.02 |
할리우드가 지난 수개월 동안 파업으로 시끄러웠다. 인공지능의 약진을 우려한 작가들이 파업을 이어간 것이다. 그저 한 산업의 문제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닌 것은, 인공지능은 우리 모두와 관련이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가 올해에는 5개월이 넘는 파업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작가들이 시작한 이번 파업은 배우들의 조합으로까지 옮겨갔으며, 인간과 기술의 조화가 창작 산업에서는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세상이 알게 됐다. 인공지능이 발휘하는 놀라운 창작 능력이 파업의 핵심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발전 상황을 봤을 때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다른 창작 산업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어 보인다. ![]() [이미지 = gettyimagesbank] 파업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작가들이 우려했던 건 회사 측에서 인공지능의 창작 능력을 활용하여 작가들의 역할을 크게 줄이는 것이었다. 작가의 역할이 줄어든다는 건 인간이 보유한 예술적 역량의 가치를 낮게 본다는 것이고, 그건 곧 작가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했다. 이 때문에 작가들은 인공지능만을 활용해 대본을 만들거나 고치는 행위를 기업이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자 했고, 결국 성취했다. 창작은 오로지 인간 작가들만의 영역이라는 것을 확고히 한 것이었다. 다만 작가 개개인이 인공지능을 창작의 도구로 선택하는 건 가능한 일로 결정됐다. 인공지능의 힘과 업무, 생산성 인공지능이 강력한 기술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또한 아직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활용 잠재력도 무궁무진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뭔가를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일에 있어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은 지 오래인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젠가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번 할리우드의 장기 파업은 이런 우려가 단체 행동으로 이어진 첫 공식 사례가 됐다. 보안 업계는 이런 우려로부터 자유로운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피싱 탐지와 취약점 관리, 모니터링과 리스크 완화 등 자동화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는 보안 내 여러 기능들은 이미 활발히 발굴되고 있으며 그 성능도 더 이상 증명할 게 없을 정도다. 사람이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효과를 내는 사례들이 무서운 속도로 쌓이고 있다. 인간 분석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양의 데이터도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분석하여 패턴을 발견해 낸다. 기존 방어 체계로서는 알아낼 수 없는 위협을 인공지능은 탐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공지능 때문에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생겨나고 있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보안이 강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보안 담당자 자신은 해고를 불안해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보안 담당자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인공지능의 한계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뛰어난 면모를 보일 때가 있고, 아직은 전혀 쓸모를 발휘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는 걸 보안 전문가들은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을 위협이 아니라 도구로서 바라보고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 인공지능의 강력함에 두려워 떠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인공지능의 한계를 이해함으로써 일종의 도구로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갖추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기계적인 반복, 다량의 정보 처리, 패턴 발견이라는 부분에서 인간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하고, 감정선을 감지하고 제스처까지 종합해 소통을 이뤄내는 것에 있어서는 인간을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 그러므로 보다 복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야만 하는 인간 분석가들이 인간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에만 인공지능을 사용한다면 우리는 보안 전문가로서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럴 때 기술과 인간만의 능력은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과 인간 능력 간 균형 맞추기 장기간 이어진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과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려는, 앞으로 인류가 끝없이 해야 할 지난한 작업의 시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그 균형 잡기가 반드시 ‘파업’의 형태로만 이어질 것은 아니다. 인간은 집단으로 분노와 염려를 표출했고, 기업은 계약서를 통해 균형을 맞춤으로써 이 염려를 잠재웠다. 일단은 ‘화합’의 방법을 찾았다는 게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균형의 점은 미묘하게 바뀌겠지만, 지금 화합의 방법을 찾은 것처럼 그 다음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의 지점은 달라질지언정 균형의 커다란 맥락은 한 동안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이번 파업을 통해 인지해야 할 내용이다. 인공지능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결국 인간의 도구이자 파트너일 뿐,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작가들과 스튜디오가 합의한 내용 중 “스튜디오는 인공지능만으로 대본을 짤 수 없으나, 작가 개개인은 인공지능을 창작 도구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가 있다는 게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이 내용만큼은 모든 산업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더 강력해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가치와 능력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위대한 창작물과 예술 작품, 영혼을 울리는 이야기는 절대로 기계가 만들어낼 수 없을 것이고, 그건 인간만의 영역이다. 인공지능은 비슷한 것을 그럴 싸하게 흉내 내는 기술일 뿐일 것이다. 이런 인간의 고유 능력을 늘 기억해야 한다.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로 인간을 본질적으로 능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는 건,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총합적으로 인간보다 뛰어난 걸 만들어낼 재주가 없다.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고 동시에 다스리려면 우리 스스로에 대한 존중과 겸손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진정한 가치는 ‘도구로서’ 발휘되는 것이지, 도리어 주인이 되는 것으로서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야 한다. 글 : 데이비드 부이스제(David Vuijsje), 부회장, IRONSCALES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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