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싱 공격자들이 노리는 건 거절하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 | 2023.12.15 |
사이버 공격은 심리 공격이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닌데 언젠가부터 그렇게 됐다. 보안 교육과 규정으로도 바꾸지 못하는 우리의 안전하지 못한 행동 패턴들을 바꾸려면 어쩌면 우리 마음에 대한 근본적인 앎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안뉴스=사라 니벤 칼럼니스트]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라면서 거절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계속해서 거절하는 건 무례한 것이며, 부탁이나 요청에 응하는 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므로 좋은 것이라고 배운다. 누구나 아이 때는 거리낌 없이 거절하고 ‘아니오’라고 답하는데, 어른들은 No라는 외마디 말 한 마디 뱉어낼 때마다 ‘나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가’를 끊임없이 검토하게 된다. ![]() [이미지 = gettyimagesbank]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귀한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No’라고 답을 할 줄 모르는 것은 타인을 돕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부터도 모든 면에서 승인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며, 사실 그렇기 때문에 선뜻 먼저 No를 하지 못한다. 나의 의견에 No라는 앙갚음이 되돌아올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마음 깊은 곳에 분노와 대결에 대한 공포를 쌓아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물을 품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인 ‘기분 맞춤 병 : 타인의 기분만 생각하는 증후군 고치기(The Disease to Please : Curing the People-Pleasing Syndrome)’의 저자 해리엇 브레이커(Harriet Braiker)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이 고치기 어려운 질병은 순수하고 정직한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진심으로 남을 격려하고 기쁘게 해 주려는 예쁜 마음으로 부탁을 들어 주고 동의해 주지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죠. 그러다가 이 선한 의도가 ‘항상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자라나고, 급기야는 스스로의 건강과 행복을 지불하면서까지 남들의 입장을 앞세우지 않으면 못 견디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정신적 증후군으로 발전하며, 깨닫고 보면 이미 육체적 건강과 마음의 건강 모두 손상될 대로 손상된 상태일 때가 많습니다.” 간단한 예로 우리는 사회생활을 통해 그 어떤 업무 지시와 요청에도 거절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그런 사람들의 책상은 어떤가? 하루가 다르게 일거리가 쌓여간다. 그런 사람들은 ‘능력자’일 때가 많은데, 그 능력이 발휘되는 속도보다 책상이 지저분해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가장 일찍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해도 매일처럼 들어오는 요청들 때문에 일이 턱 바로 밑까지 누적되고 그 사람은 숨만 겨우 내쉬는 상태가 된다. 이는 다른 무엇보다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 간과되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의 필요와 열망을 항상 억제하거나 뒤로 미루는 습관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그건 바로 ‘나라는 사람은 그 어떤 자격도 없습니다’이다. 이 메시지는 어디로 전파될까? 주변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다. 그리고 세상은 자격이 없는 자들을 악용하기 마련이다. 딱히 악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선택지와 반드시 들어주는 선택지가 있다면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 후자가 높은 확률로 선택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거절이라는 선택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원하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나 부모들은 이런 상황을 매일처럼 맞닥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사가 악하거나 아이들이 유별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자식의 요청에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상사의 지시에 잠깐 기다리시라고 말하는 게 가능한가? 외출 중인 줄 알았던 자녀가 갑자기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라고 긴급히 전화를 했다면, 그게 새벽 3시라고 하더라도 얼른 차를 타고 도우러 가지 “늦었으니 아침에 이야기 하자.”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금전적으로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야근 수당을 위해서라도 밤샘 근무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급한 상황이 아니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스케줄이 있는데도 놀러 나간 아이를 새벽마다 데리러 간다는 건 문제다. 출근 30분 전에 내려온 업무 지시를 군말 없이 받아서 친구에게 ‘미안해, 오늘 못 나갈 거 같아’라고 전화하는 일이 자주 생기는 것도 문제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예의 바르면서도 강력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No라고 말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초 작업부터다. 스스로를 점검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는 하기 싫은 일에도 No라고 하지 못하는 건지를 자문하고 답을 찾아보라. No라는 답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핵심이다. 당신의 ‘소셜 서클’ 즉 주변인이나 무리들로부터 쫓겨나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가? 누군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두려운 것인가? 완벽하게 하고 싶은 일에 오점을 남기는 것인가? 나쁜 부모 혹은 나쁜 직원이라는 딱지가 붙을까봐 겁이 나는가?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만이 삶을 쉽게 사는 방법이라는 가르침을 받았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마음에 새길 것이 하나 있다. 자기 자신을 돌본다는 것과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의 문제와 상황을 내가 전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책임도 없고 많은 경우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를 통해 혹시 너무 낮은 자존감이 나를 Yes만 하는 앵무새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No에게 Yes라고 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필자가 제공할 수 있는 조언들은 다음과 같다. - 작게 시작하라. Yes부터 말하고 보는 건 일종의 습관이다. 어떤 습관이든 고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습관을 교정할 때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No라고 말하는 습관 역시 작게 시작하는 게 좋다. 사람들마다 No라고 말하기가 비교적 쉬운 상황이 있고 보다 어려운 상황이 있을 텐데, 자신에게 쉬운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서부터 No라고 말하기 시작해 보라. 이 장 끝에 있는 메모장에 쉬운 상황들과 어려운 상황들을 열거해 보라. - 스스로에게 시간을 허락하라. 자동반사적으로 Yes를 말하는 게 자신의 ‘기본 모드’라면, 그래서 단번에 No라고 말하는 게 힘들다면 ‘확인할 시간을 좀 달라’는 말부터 꺼내보라. 다만 이 말을 남발하다가 일을 미루는 습관이 자리 잡는 건 경계해야 한다. - 부정하는 대답이 가진 긍정적인 효과에 집중하라. 그리고 그런 대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생각하라. 정말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No라고 함으로써 우리는 정말로 Yes라고 할 상황에 힘 있게 Yes를 외치고 그 일에 온전한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다. - 갑자기 No라는 대답이 나오면 상대가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상대의 이런 반응이 당신을 두렵게 만드는 것이니 미리 각오를 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심지어 놀란 상대는 당신을 계속해서 공략할 것이다. 설득과 회유, 심지어 협박까지 있을 수 있다. 사실 당신이 무수한 Yes를 통해 훈련시켰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다.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끝까지 자세를 유지하되, 예의를 지켜야 한다. - No라고 말한 뒤에 부가 설명을 어물어물 이어가지 말아야 한다. “도와드리고 싶지만 선약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충분하다. 에티켓 전문가이자 상담가인 주디스 마틴(Judith Martin)은 No라고 말하는 걸 연습하려 할 때 지켜야 할 첫 번째 수칙으로 “조용히 입을 다무는 것”이라고 꼽을 정도다. 상대를 납득시키기 위해, 혹은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덧붙이는 불필요한 말들은 오히려 덫이 될 공산이 크다. - 사실 No의 훈련에 있어 가장 위험할 수 있는 건, No를 말하기 위해 No를 말하는 것이다. 무조건 No를 하라는 게 아니다. 받아들일 수 있는 거라면 Yes를 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혹은 다른 제안을 제공할 수도 있다. “오늘은 퇴근 시간이 다 되었으니 내일 와서 보겠습니다.”라고 말이다. 하기 싫어도 받아들이는 게 문제지 할 수 있는 것, 심지어 하면 도움이 되는 것에까지 No를 하는 건 건강하지 않다. 브라질의 유명 소설가인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상대의 요청에 도무지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Yes라고 말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마음을 활짝 열고 Yes라고 하십시오. No라고 말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두려움을 먼저 버리고 No라고 하십시오.” 글 : 사라 니벤(Sara Niven),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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