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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건강] CISO·보안담당자들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법 2023.12.18

사이버 공격은 심리 공격이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닌데 언젠가부터 그렇게 됐다. 보안 교육과 규정으로도 바꾸지 못하는 우리의 안전하지 못한 행동 패턴들을 바꾸려면 어쩌면 우리 마음에 대한 근본적인 앎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안뉴스=로라 미어스 칼럼니스트] 박테리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들이지만 환경이 급작스럽게 바뀔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유전자 사용 방식을 바꾼다. 시그마 인자라고 하는 분자들이 어떤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 어떤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킬지를 결정하고 제어한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식물들에게 있어 물 부족은 커다란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그런 상황에 처하면 식물들은 습기를 저장하기 시작한다. 빠르게 화학 신호들을 생성하고 퍼트림으로써 잎사귀의 구멍들을 닫는 것이 이 과정에서 관찰된다. 물고기도 다른 척추동물들과 비슷하게 스트레스에 대응한다. 즉, 뇌로부터 시작되는 화학 신호들을 몸 안에 순환시킴으로서 불필요한 기능들을 임시로 마비시키고 급한 기능을 극도로 발동시킨다.

새도 인간들처럼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생성해 스트레스에 대응한다. 높은 곳에 사는 새들일수록 더 많은 양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생성한다. 아무래도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는 만큼 추락의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인간 대신 실험의 대상이 되는 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일까. 최근 연구를 통해 쥐가 남자 과학자들에게서 스트레스를 극심히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자 과학자들에게서 나는 독특한 냄새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정되고 있다. 이는 각종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스트레스’라는 것을 처음 정의한 사람은 한스 셀리에(Hans Selye) 박사다. 한 번은 기자들과 모인 자리에서 스트레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말하는 스트레스란 ‘과도한 정서적 압박’을 말한다. 다시 말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 바로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불안과 염려가 엄습하고, 잠이 오지 않으며, 식습관에 급작스런 변화가 찾아오는 등의 증상을 경험한다. 갑자기 행동이 사납게 돌변하기도 하고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다 못해 근육통까지 나타난다. 이런 시기를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봤을 것이다.

시야를 넓혀서 생물학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생물학적인 시각에서 스트레스란 일상적이고 규칙적인 것이 갑자기 중단되거나 분열되었을 때 몸이 자동으로 일으키는 반응을 말한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을 때, 갑자기 날씨가 바뀌어 가마솥처럼 뜨거워지거나 북극처럼 차가워질 때, 음식을 도무지 구할 수 없을 때, 천적과 예고 없이 조우했을 때 생물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즉 몸의 특수한 반응을 경험한다.

아직 의학적으로는 스트레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호흡을 가진 모든 생물들은 이미 스트레스를 알고 있고, 그것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 평범한 일상이 가진 균형을 무너트리는 모든 위협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방어의 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자동 반응’이 없다면 우리는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없게 된다. 이 방어 기제가 얼마나 정교한지, 우리는 상상으로 만들어낸 위협들로부터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즉, 나름의 보호 장치를 가동시킬 수 있게 된다.

스트레스 받을 때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
몸이 일으키는 반응은 여러 가지다. 갑자기 혈류가 화학적 신호들을 대량으로 나르기 시작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 몸은 인지 능력이 강화되고(그래서 주변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바짝 긴장하게 되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며, 호흡도 가빠지고, 아픔을 덜 느끼게 된다. 오히려 극도의 희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동시에 긴박한 상황에서 만큼은 필요성이 떨어지는 신체 기능인 소화나 성장은 크게 둔화된다. 당장의 ‘생존’이 가장 큰 과제가 되면서 미래를 잠깐 보류해 두는 것이다.

이 모든 걸 시작하는 건 뇌다. 감정과 공포를 조절하는 부위인 편도체가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부위인 시상하부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부터다. 이것으로부터 각종 전기 및 화학 신호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우리 몸은 ‘반응 준비 태세’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이 태세에는 몇 가지 종류가 존재하는데 가장 흔한 건 ‘투쟁 도피(fight or flight)’라는 것이다. 이름 그대로 위협에 맞서 싸우거나 위협으로부터 도망가도록 해 준다. 우리 몸의 내분비 기관인 부신에 많은 양의 아드레날린을 생산하도록 뇌가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신에서 다량으로 생산된 아드레날린은 혈류에 녹아들어 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지방과 글리코겐의 저장소들을 활성화시킨다. 이를 통해 잠들어 있던 에너지가 발산된다. 혈당이 증가하고 지방산이 배포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몸의 연료가 마련되는 과정이다. 혈당과 지방산이라는 분자들 혹은 연료들은 다시 혈류를 타고 근육과 뇌라는 연료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효율적인 배급을 위해 불필요한 부위의 혈관들은 수축되고, 심장은 더 빠르게 뛴다. 그러면서 호흡도 가빠진다. 감각기관이 예리해지고, 뇌는 비상사태 모드로 전환된다. 몇 단락에 걸쳐 길게 썼지만 사실 이 과정은 한 순간에 일어난다.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는지 의식을 담당하는 뇌가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 깨닫고 반응하기도 전에 모든 것이 완료될 때도 종종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리고 개인적 특성에 따라 이런 화학적 반응은 조금씩 달라진다.

싸울 수도 없고 도망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혐오 경계(aversive vigilance)’라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혐오 경계’ 반응이 일어나면 움직임이 멈춘다. 피부와 손발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고, 중심 내장 기관들로 피가 쏠린다. 즉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몸의 시동을 거는 것과 정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는 건데, 이로써 부상을 입었을 때 출혈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물론 현대에 와서 스트레스라는 것이 반드시 물리적 손상을 동반하는 건 아니지만 정신노동보다 육체노동이 현저히 많았던 과거에는 이 혐오 경계 반응이 꽤나 유용했을 것이다.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황과 개인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의 몸은 ‘투쟁 도피 반응’과 ‘혐오 경계 반응’ 중 하나를 선호하도록 ‘세팅’되는 경향이 있는데, 어렸을 때의 성장 환경과 경험들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속도’ 혹은 ‘즉시성’에 초점을 둔 반응도 있지만 ‘지속성’에 초점을 맞춘, 그래서 조금은 느린 반응이 나타날 때도 있다. 시상하부가 CRF(corticotropin-releasing factor, 부신겉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라는 분자를 방출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반응이다. 이 CRF는 생물들의 몸을 ‘생존 모드’로 전환시킨다. 이 CRF는 시상하부로부터 나와 혈류 속으로 첨벙 다이빙을 해서 뇌하수체로 건너간다. CRF를 받아들인 뇌하수체는 또 다른 화학 메신저를 배출하는데, 이것의 이름은 ACTH(adrenocorticotropic hormone,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다. 이 분자 역시 혈류를 타고 몸을 돌아다니다가 콩팥에 도달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의 반응을 준비한다.

콩팥 위에는 호르몬 공장이 하나 마련되어 있다. 부신이라고 하는데, 이 공장 안에는 부신피질이라고 하는 사무실이 있다. 이 사무실의 인원들(세포들)은 ACTH를 원료로 삼아 당질코르티코이드라는 걸 전담하여 만든다. 당질코르티코이드는 쉽게 말해 우리 몸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스테로이드라고 볼 수 있다. 이 스테로이드가 있어서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당질코르티코이드 중 가장 중요한 분비물인 코르티솔은 인슐린을 방해함으로써 혈당 수치를 높이는데, 이로써 우리 몸의 산도가 조절되고, 면역반응이 약화되며,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도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
위협에 대한 생물학적 자동 반응인 스트레스는 이처럼 몸을 비정상 상태로 만드는데, 스트레스 기간이 짧으면 우리 몸은 빠르게 원상 복구 된다. 원상 복구가 되려면 먼저 스트레스로 인한 비정상 상태가 유지되는 걸 중단시켜야 한다. 방금 언급한 코르티솔의 역할 중 하나가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콩팥에서 나와 신체 내에서 여러 가지 작용을 한 코르티솔은 뇌로 전달되고,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기능들이 전부 활성화 됐습니다’라고 보고한다. 이러면 뇌가 CRF와 ACTH의 생산을 멈춘다.

스트레스 기간이 길어지면 ‘비상 모드’가 유지되고, 이 때문에 중장기적인 문제와 고질병이 유발된다.
우리에게 허락된 지식 안에서 볼 때 인간은 매우 고유한 생명체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해 추상적으로 생각할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큼지막한 뇌 덕분인데, 이 뇌의 크기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다. 큰 뇌 덕분에 추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동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고민하고 걱정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자동으로 반응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스트레스가 긴 시간 이어지면 데미지가 서서히 축적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는 빨리 빨리 해소해 주는 것이 좋다.

전쟁이나 방치, 부모의 이혼 등 스트레스 해소 능력을 갖추기 전인 유년기에 커다란 사건을 겪을 경우, 어른이 되어서도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년기는 인간의 뇌가 계속 자라나는 시기다. 장기화된 스트레스가 작용하면 뇌의 구조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고, 뇌의 구조 변경은 뇌의 기능이 발휘되는 방식을 바꾼다. 그렇다고 성인이 되어서 겪는 장기 스트레스가 괜찮은 건 아니다. 어른들의 경우 스트레스를 긴 시간 해소하지 못하면 심장과 혈관에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는 심혈관계 질환, 심장마비를 일으키거나 면역체계를 손상시킨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동안 면역세포들은 여기 저기 활기차게 돌아다니면서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한다. 그렇지만 이 효과도 오래 가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스트레스용 스테로이드(코르티솔)가 면역세포들의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역억제가 필요한 환자들의 경우 코르티솔로 만들어진 약을 처방해 주기도 한다.

스트레스의 신체적 영향
고질적인 스트레스는 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왜 그런가?’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일 수도 있으며, 그 외 다른 이유가 관여하고 있을 수도 있다.

2004년 미국의 한 연구 전문 팀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을 하나 발표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세포에 일어나는 일들을 탐구한 결과에 관한 것이었다. 각 염색체의 가장 끝 부분인 말단소체의 유전자 코드를 집중적으로 관찰했을 때, 세포가 오래될수록 말단소체가 짧아지는 걸 알 수 있었다. 텔로머레이즈라는 이름의 효소가 이 말단소체를 회복시키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58명의 여성들을 연구해 얻어낸 결과로, 스트레스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는 압박감이 크면 클수록 이 말단소체의 길이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라는 것이 다만 정신이나 마음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이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자체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장기화 된 스트레스의 악영향은 외부로부터 유입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심지어 환각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소모량도 평소보다 많아진다. 이런 것들은 우리 몸을 서서히 상하게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좋지 않은 습관에서 멀어지는데, 끊거나 줄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 오히려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그러면 술과 담배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좋은 스트레스가 있다?
스트레스의 창시자 셀리에는 생물학적 차원에서 스트레스를 40년 가까이 연구했고, 그 끝에 가서는 “스트레스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그의 연구가 있기 전에도 사람들은 정신적 압박과 생산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1908년 여기스(Yerkes)와 도슨(Dodson)은 “해소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생산성을 높여줄 정도는 되는 수준의 압박감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었다. 셀리에 역시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변화보다 개개인의 대응 방식에 더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년대 논문 발표가 있고서 40년이 지난 70년대에 셀리에는 2개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발표했는데 하나는 좋은 스트레스라는 뜻의 유스트레스(eustress)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스트레스라는 뜻의 디스트레스(distress)다.

이 글에서는 생물학적으로만 접근하긴 했지만 사실 ‘스트레스’는 수많은 뜻과 뉘앙스, 느낌을 포함하는 단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에서 제각각의 반응이 나타난다. 재미있는 건 이 ‘스트레스’라는 용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몸의 손상 정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의미하게 높다고 하는데, 모든 경우의 스트레스를 다 포함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이 스트레스는 나에게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해.’라고 믿는 경우에 특히 사망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연구에서 스트레스를 조금 받지만 가볍게 넘기는 사람과 스트레스를 못 느끼는 사람의 사망률은 낮았다.

‘스트레스’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신체의 손상 정도를 결정한다는 건 꽤나 놀라운 사실이다. 손바닥에 땀이 고이고, 심장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릴 정도이며, 숨 쉬기가 힘들어질 때 ‘이 나약한 놈!’이라고 스스로에게 호통을 치는 대신, ‘내 몸이 나를 살리려고 애쓰는구나.’라고 말하는 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더라도 혈관들이 어느 정도 이완되는 것만 하더라도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떨어진다.

또 하나 스트레스와 관련하여 기억할 만 한 건 옥시톡신이라고 알려진 자궁 수축 호르몬이다. 옥시톡신은 ‘포옹 호르몬’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사랑을 느낄 때나 누군가가 안아줄 때 뇌에서 분비된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옥시톡신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지지와 응원을 갈구하게 된다. 또 옥시톡신은 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혈압을 낮추고 심장이 건강해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누군가에게 안아달라고 말해보라. 그리고 누군가의 포옹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라. 따듯한 품을 잠깐 허락하는 것이 상대의 생명을 연장시킨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보다 구체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스트레스 분자들 차단하기
시상하부는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적 대응을 최초로 시작하는 부위다. CRF를 생성하는 것으로부터 이 대응은 시작된다. CRF는 호르몬으로, 시상하부에서부터 출발해 가까이에 있는 뇌하수체에 도착한다. CRF를 받은 뇌하수체는 ACTH를 생성하기 시작한다. ACTH는 콩팥에 스트레스 스테로이드인 코르티솔을 생성하라는 명령을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자 중 하나가 CRF1이다. CRF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탐지하는 뇌하수체의 파수꾼이라고 볼 수 있다. 2013년에는 이 CRF1 분자의 모양이 밝혀지기도 했다.

CRF1은 뇌하수체 표면에 있는 세포들이지만 몸의 다른 기관에서도 발견된다. CRF1은 그 위치에서 CRF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침내 기다리던 CRF가 도착하면 CRF1에 이를 자기 몸에 딱 붙여서 그 뒤로 이어지는 분자 단위에서의 반응들을 촉발시킨다. CRF1의 모양이 2013년 드러나면서 제약사들은 이러한 CRF1의 반응을 둔화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호르몬이 CRF1의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는 것을 막으면 스트레스의 강도가 줄어들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였다.

스트레스 관찰하기
요즘 전자기기의 발전이 눈부시다. 이런 기기들 중 심장 박동과 호흡량, 피부의 전도도, 혈중 산소량 등을 파악해 스트레스 수준을 파악하는 것들도 시중에 나와 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그때 그때 깨닫게 된다면 ‘내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인지하게 되고, 따라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를 신봉하는 건 아직 이르다. 아직 이런 기기들이 뱉어내는 정보들의 전정한 의미를 온전히 해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장 박동 사이사이의 시간이 평소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사실 이건 기본 좋게 흥분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단순히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것이 ‘스트레스 측정’의 원리라면, 해당 기기가 ‘당신의 현재 스트레스 지수는 00입니다.’라고 알려줘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주변 환경과 지금 처한 상황을 통해 종합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분이 나쁜 건 분명하다. 그럴 때 기분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식으로 대체하라.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각종 반응들은 삶의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극복해 갈 수 있도록 우리 몸이 저 깊은 안쪽에서부터 내는 우렁찬 응원의 소리라는 지식 말이다. 우리의 가장 열렬한 지원자이자 친구는 이미 우리 안에 있다.

나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
1) 자기 신체에 신뢰 주기 : 스트레스는 ‘이 스트레스는 나에게 악영향을 준다’고 믿을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내 몸은 이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라고 믿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2) 가볍게 운동하기 : 투쟁 도피 반응은 결국 우리 몸이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움직여 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갑자기 응축된 에너지가 해소된다. 운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엔도르핀이 분출되며 기분이 좋아진다.

3) 이야기 나누기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도 그냥 누가 공상으로 지어낸 허구가 아니다. 실제 옆에 누군가를 둔다는 건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4) 다른 사람 돕기 : 스스로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게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상하게 도움이 된다. 특히 시선을 바꾸고 목표를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때가 많다.

5) 스스로를 돌보기 :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파괴적인 행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주로 스스로를 학대하는 결과를 낳는다. 니코틴, 알코올, 음식 등에 중독되다시피 하는 건 아주 잠깐 기분을 좋게 해 줄지는 모르지만 스트레스의 근본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6) 계획 세우기 : 뭘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현실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마냥 헛된 일은 아니다. 적어도 그렇게 몰두하여 해결책을 찾는 시간 동안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드니까 말이다.

7) 명상과 묵상, 기도 : 종교적이지 않더라도 명상, 묵상, 기도 등을 하면서 잠시 하던 일을 멈추면 생각과 기분이 전환될 때가 있다. 분명한 줄 알았던 생각과 접근 방식 등이 뒤바뀌기도 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8) ‘스트레스 일기’ 쓰기 : 위와 비슷한데 일기를 써가면서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다음에 올 스트레스를 누그러트리거나 심지어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글 : 로라 미어스(Laura Mears)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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