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 공격은 심리 공격... 사람들의 방어기제를 논하다 | 2023.12.19 |
사이버 공격은 심리 공격이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닌데 언젠가부터 그렇게 됐다. 보안 교육과 규정으로도 바꾸지 못하는 우리의 안전하지 못한 행동 패턴들을 바꾸려면 어쩌면 우리 마음에 대한 근본적인 앎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안뉴스= 찰리 에반스 칼럼니스트]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 편안히 소파에 누워 창 밖에서부터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을 평안하게 듣고 있는가? 아니면 한창 일이 넘치는 사무실 한 가운데에서 5분도 어깨를 펴지 못해 구부정하게 앉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가? 어쩌면 당신은 행복하고 슬플 때, 혹은 화가 났을 때나 마음이 편안할 때를 구분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없다고 여기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하루에도 수많은 종류의 감정의 순환 속에서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명확히 구분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 [이미지 = gettyimagesbank] 감정을 느낀다는 건 그리 간단하고 뻔 한 경험이 아니다. 무언가를 느낄 때마다 우리의 몸은 생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화학물질이 배출되고, 그에 대하여 우리는 행태적으로 대응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몸에서는 다양한 과정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발생하는데, 당신의 주요 장기들은 물론 신경 전달 물질들과 둘레계통들까지도 여기에 전부 관여한다. 둘레계통은 뇌에서 가장 원시적인 부분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신경 연결 통로들로 가득하다. 이 신경 연결 통로들은 자극에 반응하여 각종 감정들을 야기하며, 자율 신경계를 통해 투쟁 도피 반응을 제어한다. 이러한 반응은 감정들을 기초로 하여 결정을 내리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이 아드레날린으로 차오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대응의 준비를 마치게 된다. 그러면서 저기서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곰에 맞서기 위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릴 때 느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평상시에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밀린 설거지를 하지 않았고, 이걸 누군가 발견했을 때 우리 몸은 투쟁 도피 반응을 일으킨다. 아드레날린이 넘쳐나기 시작하며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호흡도 가빠지고, 때에 따라 팔에 나 있는 얇은 털들이 곤두서기도 한다. 그 자리에 남아서 호통 치는 자와 대면하기로 결정을 하거나 침실로 도망가 문을 잠그기로 했을 때, 손이 축축하게 젖기도 한다. 감정들에 대한 반응으로 나오는 생물학적 감각들은 어떤 감정들에서 비롯되든 서로 비슷하다. 지금 당신의 볼은 상기되어 있고, 손에서는 땀이 배어나오고 있다고 치자. 심장도 빠르게 구르고 있어 그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다. 어떤 상황일까? 치과 검사를 받기 바로 직전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직전의 모습일 수도 있다. 심한 긴장이나 설렘 모두 같은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감정의 해석이라는 것은 논리를 담당하는 뇌가 이러한 반응들을 감지하고 합리화 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여기에 외부 상황과 사건의 맥락도 고려 요소로서 포함이 된다. 하지만 환경의 갖가지 요소들은 우리 몸에서 다른 화학물질의 배출을 야기하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환경과 사건에 대하여 다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같은 신체적 혹은 감정적 과정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동일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마 회의 시간에 상사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듣고 있는 가운데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꽤나 비극적인 소식을 듣는 와중에도 꼿꼿한 자세와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같았으면 눈물을 흘리거나 같이 고함을 지르며 받아쳤을 텐데...’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반응이 나오는 건 우리의 신경망이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경험과 유전학적인 성향이 뇌의 화학작용에 영향을 주고, 이 때문에 생리학적 반응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들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 따른 다양한 반응법을 갖게 된다. 누군가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펑크’를 냈을 때, 예기치 못한 반가운 손님이 집 문을 예고도 없이 두드렸을 때,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는 건 참 흥미로운 일이다. 가끔은 감정이 변덕스럽게, 전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그렇게 무작위로, 질서 없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태고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뇌는 항상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이런 감정들과 반응들을 제어해 왔다. 그것은 바로 ‘생존.’ 뇌의 단 하나의 목적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감정은 좋고, 저런 감정은 부정적이라는 식으로 분류를 하고 있지만 사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생존의 도구’라는 중립적 개념의 ‘필요’에 도달하게 된다. 소통의 수단으로서, 사회적 상호 작용을 보다 원활케 하는 도구로서, 그러므로 주어진 환경을 보다 안전하게 탐험하게 하는 것이 각종 감정과 그에 대한 반응의 역할인 것이다. 즉 감정은 우리의 보호막과 같다. 공포라는 감정은 잠재적 위험 요소들로부터 우리를 멀찍이 떨어트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거미와 뱀들의 경우 이런 부분이 잘 발달되어 있다. 역겨움은 어떤가? 우리 몸에 위험할 수 있는 음식이나 물질들에 대해 경고해 준다. 그 외 우리가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무리의 일원이 되게 하는 감정들도 존재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성을 가진 존재들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협력함으로써 생존해 왔다. 음식을 찾을 때나 거주지를 마련할 때도 우리는 함께 일했다. 사회적 위협이 다가올 때나 지배력의 신호가 왔을 때 우리는 분노를 느끼고, 자존감은 사회적 지위를 지켜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부끄러움은 공동체 내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좁게 만들며 이를 통해 사회적 균형이 유지된다. 이 균형 속에서 지도자가 결정되기도 하고, 믿고 따를 만한 사람이 발견되기도 하고, 사랑할 사람을 찾기도 한다. 개인의 차원에서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은 거의 대부분 슬픔과 행복이다. 상실에서 오는 슬픔은, 그 상실을 복구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을 발동시킨다. 그래서 길을 잃은 아이가 엄마를 찾는 데 집중하고, 직장을 잃은 아빠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궁극의 지점에 있는 감정은 행복이다. 우리 모두 결국에는 행복하기 위해 움직이고 생각한다. 이걸 그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캠프파이어를 잠시 상상해 보자. 시골 한적한 곳, 가까운 지인들과 맛있는 음식들이 함께하고 있는 그곳, 따끈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 볼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행복은 우리 뇌에 있어 일종의 ‘보상’과 같은 것이다. 위협이 전혀 없는 환경에 도착했을 때, 그러므로 생존에 대한 임무를 뇌가 완수했을 때, 뇌는 그 보상으로 행복이라는 감정을 얻게 되고, 우리는 그걸 감정적으로 느낀다. 그것을 기억하는 건강한 인간의 뇌는 사회적 연대가 끊겼을 때 슬픔을 느끼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정의 요동을 제어할 수 있다. 공항에 갈 일이 생긴다면 시간을 내서 출발 라운지에 앉아 주변을 관찰해 보라.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찾아보라. 작별을 고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오랜만이 재회로 기쁨을 감추기 힘든 사람들 등 뇌가 만드는 각종 작용들을 보라.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이 전부 우리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라. 그런 감정들과 느낌이 있기에 우리는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기도 하다. 글 : 찰리 에반스(Charlie Evans)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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