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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절 많은 것을 배운 IT, 배운 걸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2023.12.21

아는 것은 힘이 된다. 문제는 아는 것이 ‘비례적으로’ 힘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지식을 힘으로 변환하는 프로세스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보안뉴스=마틴 마스카렌하스 신사업 책임, Xalient] 아는 것은 힘이다. 하지만 아는 것만큼 ‘비례적으로’ 힘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그 아는 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현하느냐 혹은 반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알긴 알지만 실제 힘은 조금 증가할 수도 있고, 조금 알았는데 어마어마한 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식을 구현하고 반영하는 데 있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총체적이며 장기적 관점을 놓친다는 것이다. 새롭게 안 것을 당장 써먹고 당장 효과를 거두려 하는 게 일반적이며, 이는 지식의 진정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팬데믹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다. 팬데믹 초기 각 회사의 IT 담당자들은 재택 근무를 위한 망을 구축하며, 그에 따른 보안 정책과 기능들 역시 빠르게 도입하고 또 구축했다. 담당자들은 ‘집으로 가는 각 개인의 노트북에서 보안 경고가 뜨도록 한다면 회사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엔드포인트에서 보안 경고가 제깍제깍 떠도 회사는 안전하지 않았다. 각 집에서 뜬 경보를 회사 보안 담당자가 즉각 알아채고 조사를 진행하고 조치를 취해야만 안전해졌다. 그러려면 그 경보가 오탐에 의한 것인지 정탐에 의한 것인지를 빠르게 걸러야 했다. 엔드포인트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만큼 경보도 많이 울렸는데, 보안 팀도 그에 맞게 규모가 커져야 했다. 엔드포인트가 위험하다는 걸 알아도, 그것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어야 했던 것이다.

최근 철학자 알렉스 엡스타인(Alex Epstein)은 ‘화석 연료의 미래(Fossil Future)’라는 책을 통해 탄소 배출을 0으로 줄인다고 했을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에너지와 전력이라는 면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도 지적했다. 한 미국 의원이 이 책을 두고 “엡스타인은 철학자이지 과학자가 아니라 그의 주장은 허황되다”라고 비판했는데, 여기에 엡스타인은 “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반박했다. 과학자와 다른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그의 큰 자산이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엡스타인이 책을 통해 펼친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사고한다는 행위 자체를 그런 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야기를 다시 코로나로 돌려보자. 팬데믹이 종료된 지금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그 때 우리가 내렸던 결정들이 올바르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서둘러 재택 근무 체제를 완성시켜야 했던 그 때, 일분일초가 너무나 소중했던 그 때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더 나은 결정의 절차를 밟을 수 있을까? 필자는 사태가 한 풀 진정된 지금 이 질문을 모든 조직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을 지나가고 있는 자의 시선이 아니라 지나온 자의 시선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의 지점을 찾아내 책임을 물으라는 게 아니다. 위급 시 결정 프로세스가 조금 더 올바르고 정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가다듬으라는 것이다. 왜? 그것이 코로나를 통해 알게 된 것을 힘으로써 구현하는 길이니까. 이런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코로나를 통해 우리가 얻은 지식은 우리에게 미미한 힘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한다.

팬데믹 이후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상호작용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우리가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높아졌다. 디지털 기술로 구조가 짜여진 세상이 됐다. 개인이 내는 디지털 결과물, 개인이 사용하는 디지털 형식의 데이터, 개개인의 명확한 성과 지표가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제 이러한 요소들을 가지고 우리는 사고하고 작업하고 결정한다. 그러면서 협업이라든가 조직 전체의 결정 프로세스, 피드백 주고받기 등에 많이 어색해졌다.

개인의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재택 근무가 가진 장점이 많다는 걸 필자는 잘 알고 있다. 코로나를 통해 배우고 체감한 것이다. 필자 역시 출퇴근에 두 시간씩 매일 쓰는 것보다 집에서 일하는 게 훨씬 능률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의 생산성이 그렇게 극대화됐을 때, 개인이 얻는 지식 역시 많아진다고 본다. 하지만 그 지식이 조직 차원에서의 접목 없이는 큰 효용성을 갖지 못한다는 걸 짚고 싶다. 개개인의 지식이 조직의 가치를 높이려면 우리에게는 조직 자체의 논의, 피드백, 토의, 결정 프로세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필자는 재택 근무를 유지해야 한다거나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거나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아는 것을 가치로 전환하는 프로세스가 우리에게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몸으로 느끼며 배운 것들이 조직 전체의 힘이 되게 하려면 소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글 : 마틴 마스카렌하스(Martin Mascarenhas), 신사업 책임, Xalient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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