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하루 커다란 회사의 CEO가 되어 보고서 느낀 것 | 2024.02.04 |
농담처럼 한 말이 현실이 되었을 때,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았던 역할을 실제 담당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의 전개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갑자기 CEO가 되었을 때도 아마 그럴 것이다.
[보안뉴스=재니스 로저스 부회장, Genesys] CEO가 되어볼 기회를 갖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6천 명 이상이 근무하는 기업의 CEO가 된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이자 경험이다. 그런데 어렵게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울 것 같은 이 일이, 의외로 별 거 아닌 일을 계기로 당신에게 찾아올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가 그랬다. ![]() [이미지 = gettyimagesbank] 필자가 제네시스(Genesys)라는 회사에서 팀빌딩 시간을 갖고 있을 때였다. 사회자가 필자를 향해 질문을 하나 던졌다. 조직 내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직책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거였고, 필자는 별 생각없이 CEO와 바꾸고 싶다고 답했다. 그 자리에는 당연히 CEO가 없었고, 우리끼리 하는 농담이었다. 그 말이 CEO인 토니 베이츠(Tony Bates)의 귀에 진짜로 들어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정말로 바꿔보자고 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필자는 정말로 CEO에게 불려갔고, 우리는 역할을 바꿔볼 하루를 정하느라 각자의 스케줄을 교차 확인했다. 거기에다가 CEO로서 기억해야 할 몇 가지 팁을 전수 받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기도 전에 필자는 갑자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미팅의 자리에 나서야 했고, 경영진 전략 회의 자리에 앉아서 진두지휘를 해야 했으며, C레벨 임원진들을 따로 만나 여러 사업 관련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처리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날 내가 배운 것들 CEO로서 업무를 시작하고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제일 먼저 깨달은 게 있다면, CEO는 변신의 귀재여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도 원래 필자의 자리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CEO가 바쁜 것은 필자와 같은 직원이 바쁜 것과는 결이 매우 달랐다. 이런 저런 회의들로 스케줄이 꽉 차 있었는데, 그 회의 하나하나의 주제가 심할 정도로 다양했기 때문이다. C레벨 임원진들과는 회사 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프로젝트들을 매우 깊이 있게 논해야 했고, 기획 팀과는 회사 사업 전략을 나눠야 했으며, 각 C레벨 임원과 1:1로 만나서는 그들 각자의 전문분야를 다뤘다. 사원 전체를 앞에 놓고 내부 담화 시간을 진행하는 것과, 특정 팀과 저녁 식사를 하는 것, 그리고 중간중간 강도 높은 업무 관련 회의를 하는 것 모두 너무나 달라서 필자는 한 사람이 이 모든 역할을 다 담당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이 분위기에서 저 분위기로 재빨리 변신하지 못한다면 버텨낼 수 없을 것이었다. 이런 유연성이 훌륭한 리더십의 가장 절실한 덕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려면 모든 주제를 다 깊이 있게 알고 있어야만 했다. 그 다음으로 느낀 건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허튼 말 한 마디 잘못 나갔다가는 CEO의 영향력이라는 것 때문에 겉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걸, 허튼 말을 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다.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말 한 마디 한 마디 뱉는다는 건 결국 전략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었다. 정립한 큰 전략 안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만 했다. 그러므로 더 멀리까지 내다볼 수밖에 없었다. 베이츠는 늘 ‘길게 보라’는 걸 직원들에게 요구해 왔는데, 하루를 CEO로 지내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길게’는 1년 뒤가 아니었다. 적어도 5년 뒤를 내다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당연히 스스로가 큰 틀 안에서 보고 말하고 행동하고 느껴야만 했다. 하루 하고 이 모든 걸 확실히 내 안에 장착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CEO가 되어보기 전보다는 ‘전략’이나 ‘큰 그림’, ‘장기적 안목’이라는 표현을 보다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는 CEO에게 24시간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베이츠가 일부러 이걸 느끼게 하려고 가장 바쁜 날을 골라 필자와 역할을 바꾼 게 아니라는 건, 그의 위치에서 살아보니 그냥 알게 됐다. 회의가 단순히 많기만 했다면 필자는 그런 의심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회의가 들어갈 때마다 너무나 격렬하게 진행됐다. 상상 이상의 밀도였다. 사업 전반에 걸친 이해와 사전지식, 별도의 탐구가 없다면 그렇게까지 회의를 이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스케줄을 일부러 바꿀 수는 있어도 이런 밀도들마저 가짜로 꾸밀 순 없었을 것이다. 이런 회의가 꼬리에 꼬리를 무니, 이걸 어떻게 버텨내는가 싶었다. 많은 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스타트업을 꿈꾸고, 자신의 기술로 세상을 뒤집고 싶어 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CEO가 된다는 건 단순히 어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거나, 사업 수완이 우수하다거나 하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회사의 모든 자질구레한 부분에까지 집중해서 신경 써야 하고, 강도 높은 헌신을 매일처럼, 쉼 없이 이어가야 한다. 살아 있는 모든 시간을 쏟고도 부족해 하루에도 몇 번씩 변신해서 여러 삶을 살아야 한다. 모두가 CEO가 되어서 성공하는 게 아닌 이유다. 기업 리더들에게 필자는 모든 기업의 리더들에게 직원과 역할을 바꾸는 날을 하루 정도 갖는 것을 권한다. 리더십 배양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한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리더십을 경험하면 시야가 넓어지고, 이는 퍼포먼스 향상으로 이어진다. 필자가 그랬다. 나의 업무에만 국한되어 있던 시각이 다른 곳으로도 틔었고,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일하니 전략성과 효율성 모두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 높은 곳에 오른 리더들이라고 해서 완벽한 건 아니다. 그들에게는 일반 직원의 경험이 부족하다.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필자가 CEO에 대해 배우는 동안 베이츠 역시 색다른 걸 배웠다고 한다. 일반 팀원 혹은 팀장의 자리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며, 이것이 사업 진행에 있어 풀리지 않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고 훗날 밝혔다. 체계를 잘 갖춘 조직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고착화 되면 자신의 역할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이 해내는 역할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다. 내가 제일 중요한 것 같고, 나 없으면 조직이 무너질 것 같다는 착각이 서서히 스며들고, 모두가 이런 생각 속에서 일하면 협조가 안 되고 조직 전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이럴 때 역할 바꾸기를 한 번쯤 시도해보면 분위기가 전환된다. 다른 사람의 역할이 나의 일과 어떤 식으로 맞물리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협업이 원활해지고 시너지가 나기 시작한다.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따라서 예상치 않은 적임자를 얻게 될 수도 있다. A라는 업무를 담당했을 때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심지어 본인도 일에 큰 재미를 못 느끼는 상황에서 B라는 일을 경험해보고 180도 바뀌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찾았을 때 직원 스스로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회사에도 큰 플러스가 된다. 한 번쯤 시도해 보시길. 글 : 재니스 로저스(Janice Rodgers), 부회장, Genesys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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