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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성급한 도입으로 쌓여가는 기술 부채 2024.03.22

인공지능이 모든 시선과 이목을 잡아끌고 있어, 뒤에 남겨지고 버려지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 바 기술 부채라고 하는 것들이다.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해서는 만만치 않은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보안뉴스=셰인 스나이더 IT 칼럼니스트] 생성형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을 너도 나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기술 부채가 조용히 쌓여가는 걸 해결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속도와 효율을 잡겠다며 인공지능을 탐구하는데, 엉뚱한 곳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크런치베이스(Crunchbase)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내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투자금의 25%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업들로 들어갔다고 한다. 스타티스타(Statista)는 2023년 전 세계 인공지능 시장의 규모는 2080억 달러였는데, 2030년에는 2조 달러가 될 예정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인공지능의 앞날을 창창해 보이기만 한다. 그러므로 빠르게 합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는 각종 인공지능 프로젝트 속에서 기술 부채가 쌓인다. 이와 관련하여 데이터 보안 업체 루브릭(Rubrik)의 CIO인 에이제이 사블록(Ajay Sabhlok)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공지능과 기술 부채에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기술 부채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모두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을 살펴보고, 여러 플랫폼과 결합시키기 시작했을 때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다만, 모두가 ‘실험실 모드’였다.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을 손에 들고 규정과 표준부터 정하고 싶었던 사람은 없었다. 더 많이 실험하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성공 사례들이 단편적으로 공유되고 널리 퍼졌다. 정확한 근간이나 기준이랄 게 없이 기술의 표면적인 부분들만 탐구되었다는 것이다. 기술 부채가 쌓이기에 딱 좋은 상황이 저절로 연출됐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기술이든 지나치게 빠르게, 겉의 현상만 탐닉하며 발전시키다 보면 기술 부채가 쌓인다. 기술 부채는 다시 말해 전략 부족이라든가 기준 결여와도 같은 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야기한 기술 부채가, 다른 신기술들이 야기한 기술 부채보다 심각한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생성형 인공지능은 ‘광범위하다.’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져, 여러 가지 분야에 접목될 수 있다. 대기업에서 공식 도구 안에 탑재시켜 비싼 값에 판매할 수도 있고 개개인이 오픈소스를 가지고 집에서 식구들끼리 사용할 만한 뭔가를 만들 수도 있다. SaaS 업체들은 인공지능을 자신들의 소프트웨어에 탑재시켜 클라우드라는 인프라를 통해 퍼나르고 있으며, 그것도 모자라 온프레미스 버전까지 만들어 제공한다. 최근 나온 신기술 중 이처럼 확산력이 좋은 게 있었나 싶다.

그러니 기술 부채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느껴진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의 성급한 도입으로 인한 기술 부채가 쌓이고 있음을 인지하고, 정확히 어떤 부채가 어떤 부분에서 쌓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을 따로 배정해야 한다. 이미 배정된 IT 예산이 있다면, 그 안에서 기술 부채 해결에 쓸 것을 빼두어야 한다. 다른 사업적 필요 때문에 넉넉히 배정이 되지 않을 수 있고, 아예 할당 받는 것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 부채를 해결하는 것만큼 시급한 게 없다. 그러므로 예산 담당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게 시급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과거에 경험했던 수많은 기술 부채 문제와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 아닌가? 인공지능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게 없지 않나?
그럴 수도 있다. 지금 인공지능이 너무 빠르게 퍼지고 있어서 이걸 우려로 바라보는 쪽에서도 마음이 덩달아 조급해지고, 그래서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정확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봐야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인공지능이라는 기술 자체의 문제 때문에 기술 부채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그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가 유례 없을 정도로 급하고 빠르다는 게 문제의 근원이다. 그 어떤 신기술도 이렇게까지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성급하게 도입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는 인공지능이 야기하는 기술 부채가 이전과 다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없다. 기술 그 자체로만 보자면 ‘오버’일 수 있지만, 사람들의 열기를 보자면 아닐 수도 있다.

요는, 열을 좀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옹호론자든 회의론자든 너무 과열되어 있다. 잠깐 멈춰 서서 기준과 규정을 정하고 윤리 가이드라인도 마련하는 등 머리를 차분히 식히며 정말 필요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걸 사회 전체로부터 기대하기는 힘드니, 인공지능 도입을 위해 애쓰고 있는 각 기업들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열기를 식히고 기술 부채부터 해결하자고 했을 때 얼마나 받아들일까? 특히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1순위로 두고 있는 요즘인데, 기술 부채에 돈을 투자하려할까?
적절한 우려라고 본다. 많은 CIO들과 만나 이런 내용의 대화를 하고 있는데, 역시 예산 확보에서 많은 벽들을 느끼더라. 심지어 생성형 인공지능을 실험하는 데에 있어서도 의외로 기업들이 인색하다. 사람을 더 고용하지도 않고, 유료 모델을 적극 사서 비교해보지도 않는다. 이미 있던 근무자들이, 남는 시간에 무료 인공지능 모델을 받아 이리 저리 만져보는 게 대부분이다. 분명히 인공지능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이런 식이라는 거다. 그러니 기술 부채에 적극 돈을 쓰려하는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을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지금 당장은 CIO 개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 개인 시간에 예산도 없이 인공지능을 이리 저리 실험해보는 것처럼, CIO들이 모두가 마다한 기술 부채 갚기에 나서야 한다. 있는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프레임워크 안에서 설득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CIO들은 충분하다. 앞으로 직접 손을 쓰고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할 상황이 많아질 거라고 본다.

글 : 셰인 스나이더(Shane Snider),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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