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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IP 인사이트] 약장사에서 빅파마로, 릴리 2024.07.28

자사 특허출원, 외부 로펌 아닌 자체 처리...전체 출원건의 86.4%
‘자가 출원’ 특허의 미국 특허청 심사 통과율 95.8%에 달해


[보안뉴스=유경동 IP칼럼니스트] 팬데믹 사태 이후, 최근 들어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의 매출 성장세가 일제히 꺾이는 양상이다. 하지만 코로나 특수에만 기대지 않고, 보유 특허 포트폴리오에 기반해 평소 차분히 신약 개발을 이어온 기업들은 여전히 매출과 주가 모두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현존 세계 제1의 빅파마(Big Pharma),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의 혁신을 그들의 특허를 통해 들여다본다.

[이미지=gettyimagesbank]


다국적 제약업체 일라이 릴리, 특허에 진심인 편
지난해 말 대비 30% 이상 큰 폭의 주가 상승세를 유지하며 독보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릴리는 한국을 포함해 총 18개국에 설립한 지사와 함께 미국에 본사를 둔 전형적인 다국적 제약업체다.

올해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릴리는 총 4,919건의 US 특허를 등록 및 보유하고 있다. 특이한 것이라면 시효소멸 특허 역시 4,048건이나 된다는 것이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제약사의 소멸 특허는 독특하고도 중요한 의미를 포함한다.

▲일라이 릴리사 로고[로고=일라이 릴리]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법적 소송이나 특허 심판 등에 연루된 건수가 다른 제약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심판의 경우 전체 보유 US 특허의 1%도 안 되는 37건, 법정 소송까지 간 특허 역시 46건에 불과하다. 각종 송사가 난무하는 미국 제약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IP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관리에 매우 철저를 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릴리는 자사 특허출원을 외부 로펌, 즉 특허사무소에 맡기지 않고 대부분 자체 처리한다. 그룹 내 직속 페이턴트 디비전(patent division, 특허실)이 이렇게 셀프 출원하는 비중은 전체 출원 건의 86.4%에 달한다. 이른바 ‘자가 출원’ 특허의 미국 특허청 심사 통과율은 95.8%일 정도로 매우 높다. 릴리가 특허에 얼마나 진심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3년간 릴리 신규 특허 vs. 전 기간 기존 특허 간 기술 키워드 비교[자료=윈텔립스]


특허, ‘R&D 트렌드’ 가늠자

▲‘연결된 주사 장치를 위한 상태감지 시스템’ 특허 대표도면[자료=USPTO]

최근 3년간 릴리가 신규 출원한 US 특허는 총 441건. 여기에 등재된 기술 키워드를 AI 분석으로 모두 발라내고, 이를 다시 출현 빈도순으로 도식화했다. 그 결과 기존엔 보이지 않던 ‘delivery’, 즉 약물전달 관련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이 기간 딜리버리 관련 특허는 총 104건 출원됐다. 그 중 하나다.

현재 미국 특허청에서 심사가 진행 중인 ‘연결된 주사 장치를 위한 상태감지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특허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 투입을 위해 피부 주입 등 다양한 약물전달법에 대해 주로 기술돼 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으로도 피부 접촉 센서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딜리버리 관련 특허는 암 등 각종 질병의 생체 표지자, 즉 바이오마커 분야 연구개발과 연관성이 크다. 대표적 기술 선행지표인 특허는, 이처럼 해당 업체가 은밀히 추진하고 있는 각종 신규 프로젝트를 파악하는데 있어 강력한 가늠자 역할을 한다.

주목! 특허만료
제네릭(Generic), 즉 복제약 시장의 선점을 노리는 국내 제약업계의 관심은, 결국 기한만료 앞둔 릴리의 주요 약물 특허 라인업. 그래서 살펴봤다. 의외로 현재 릴리의 주력 캐시카우 제품과 관련한 적잖은 특허들이 줄줄이 특허권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골다공증 치료제 ‘포르테오(Forteo)’ 제조에 적용 중인 릴리의 ‘스프링 구동 잠금 기능을 가진 약물 분배장치’ 특허는 당장 내년 3월에 특허권이 만료된다. 2010년부터 릴리의 대표적 캐시카우로 꼽히는 호르몬 대체요법제 ‘액시론(Axiron)’ 특허는 2027년 9월까지다. 원래 당뇨치료제로 개발됐다, 현재는 전 세계 다이어트 시장에서 가장 핫한 비만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마운자로(Mounjaro)’ 특허는 오는 2036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이밖에 편두통치료제 ‘레이보우(Reyvow)’, 유방암 치료제 ‘베르제니오(Verzenio)’ 등 릴리의 효자상품 모두 특허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료 예정 릴리 주요특허[자료=USPTO]


시골 약장사, 특허에 눈 뜨다
“모든 관계자분들께. 인디애나주 매리언 카운티에 사는 미국 시민 저 일라이 릴리는 ‘피하 주사기’ 관련 신규 개선사항 다섯 가지를 발명, 다음과 같이 설명드립니다.”

1915년 출원된 ‘피하 주사기’라는 특허 명세서 첫 도입부다. 지금과는 달리, 발명의 설명이 친근한 서간체로 시작한다. 이 특허 발명자란에 기재된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바로 릴리의 창업자다. 화학자이자 미국 남북전쟁 참전 용사였던 릴리 대령은 전후 1876년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딴 제약사를 차린다.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알던 릴리는 창사 이후 말라리아나 매독 치료제 등을 내놓으며 초기 입지를 다져 간다. 곧이어 발발한 세계대전 때는 페니실린을 전장에 공급, 지금의 글로벌 제약기업 기틀을 마련했다.

▲유경동 IP칼럼니스트[사진=유경동]

이 과정에서 주사기 특허를 포함해 자신이 직접 발명한 총 102개의 특허는 인디애나 어느 시골 이름 없는 약장사 릴리에게는 백만대군과도 같은 존재였다.

필자 소개_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매체 IP노믹스 초대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다. EBS 비즈니스 리뷰(EBR)와 SERICEO, 테크란TV 등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 코너를 진행 중이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글로벌 AI특허 동향 △주요국 AIP 동향과 시사점 △특허로 본 미래기술, 미래산업 등이 있다.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 英 IAM 선정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꼽혔다. ICTK홀딩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재직 중이다.
[글_ 유경동 IP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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