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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보보호와 낙하산 2008.12.26

낙하산, 정보보호 영역만은 안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자리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 구단주들은 16일 사퇴의사를 밝힌 신상우 총재 후임에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인 유영구씨를 추대하기로 했다. 자율적인 결의에 따라 야구발전에 기여할 인사를 KBO의 수장으로 삼으려 한 셈. 허나 이 계획은 곧 좌절되고 말았다.


감독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동을 건 까닭이었다. 정관상 최종승인권자에 불과한 문화부가 이 같이 무리수를 둔 이유는 뭘까?


답은 곧 나왔다.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과 함께다. 여권이 정가 출신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고 있음에 온 세상에 낱낱이 다 밝혀진 것이다.


비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구계의 분노는 컸다. 잠시 지나쳐가는 관선총재로 인해 야구계의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야구인들은 주장했다. 시민들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이들 바람대로 상황이 정리될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여당 의원까지 나서 “문체부의 조치는 시대착오적인 월권이 아닐 수 없다”라거나 “이명박 정부가 선진국 도약을 위해 할 일도 많을텐데 KBO총재 인선에 시시콜콜 관여하려고 하느냐”고 지적하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사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 정부는 출범 후 그들이 부르짖는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기 위해 자리부터 챙겼다. 내각에 ‘강부자’와 ‘고소영’을 앉힌 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각 부처 산하기관의 자리도 게걸스럽게 탐했다.


이 과정에서 임기를 다 채우지 않은, 참여정부가 임명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내몰았다. 이를 두고서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은 “정부산하 302개 공공기관 중 85개 주요기관의 장을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인사가 꿰찼다”고 실랄하게 꼬집었다.


인터넷 진흥원, 청와대 경호처 출신이 맡는다?


굳이 이 같은 비판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정권이 교체됐으니 대통령과 정부가 함께 보조를 맞춰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사회환경 전반이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방어막을 쳐주고 싶다. 단 거기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질서를 지켜가며 이런 환경조성에 나서라는 거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가 찾아오는 등 비상한 상황인 만큼 그 대처법도 달라야 한다며 반론을 펼칠 수 있다. 생존 그 자체가 중요하므로 다른 논란은 잠시 접어두자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아주 가까운 과거에 피땀 흘리며 만든 절차적 민주주의를 단숨에 무너뜨리자는 주장과 결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가 지나간 뒤 우리사회에 횡행할 약육강식의 논리를 무엇으로 제어하겠는가.


내용상의 문제도 있다. 제대로 일하기 위해 사람을 바꿔야 한다면, 더구나 이미 제도화된 절차까지도 무시하며 인적 교체를 단행해야 한다면, 특정 자리가 요구하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를 뽑아야 한다. 허나 현재의 상황이 어디 그런가.


얼마 전 KISA에 들렀을 때 그곳 관계자 한명이 최근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들려줬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3개기관의 통합으로 내년 상반기 중 출범할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청와대 경호처 출신이 수장으로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의아했다. ‘정보보호와 인터넷진흥 업무를 원만하게 잘 수행하려면 그만큼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할 텐데 청와대, 그것도 경호처 출신 인사라니…’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여 서슴지 않고 대꾸했다. “그런 일까지 생기겠느냐”고 말이다.


헌데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근거를 잘 모르는 소문에까지 마음을 줄 수밖에 없는 건 그간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태연하게 일어난 때문이리라. 그래서 더 걱정이 된다. 낙하산에 의해 정보보호의 성지가 짓밟히는 건 아닌지….

[최한성 기자(boan1@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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