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色 업무 탐정 입맛에 맞는 역할은 뭘까? | 2009.01.26 |
한국의 공인탐정제도(5)
탐정의 역할과 업무범위 - 기업보안 영역을 중심으로
기업내부 부정비리 조사 탐정이 기업 내부의 부정비리를 조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탐정에 의한 기업내부의 부정비리 조사란 기업 경영활동의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비리 및 부정직성 리스크(Risk)에 관한 전문적인 컨설팅(Consulting)으로, 건전하고 투명한 기업문화의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부정과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고 방지할 수 있도록 기업의 내부통제 시스템(Internal Control System)에 대한 진단 및 컨설팅 업무 수행, 그리고 기업 임직원의 부정비리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비리 및 부정직성 리스크는 적기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면 막대한 경영손실과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최악의 경우 경영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으므로 리스크가 어디에 숨었는지, 또한 그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진단하여 고객이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주주의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최적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탐정의 기업내부 부정비리 조사를 위한 세부업무로 부정비리의 제보 시스템 구축, 리스크 자가진단 시스템 구축,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진단 및 컨설팅, 부정비리 조사업무, 내부감사 및 준법감시 리엔지니어링, 임직원의 윤리교육, 법정회계 업무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내용은 내부감사(Internal Audit)와 이를 수행하는 CIA(Certified Internal Auditor)의 업무내용과 의의를 준용하여 이것이 마치 탐정의 업무인 것처럼 설명한 것으로 사실상 이와 같은 업무는 탐정의 업무라고 볼 수 없다. 산업스파이 조사 일부에서는 탐정이 기업에서 개발한 첨단기술이나 영업비밀, 산업정보를 경쟁사에 유출하려는 산업스파이에 대한 조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에 대한 세부업무로 산업스파이에 대한 감시와 기업정보 유출에 대한 증거수집, 기업보안관련 시스템 구축 및 컨설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기업이 가진 정보의 가치가 증대되고, 특히 산업기술에 대한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산업스파이와 관련한 기업보안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바 이와 같은 주장은 일견 설득력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탐정이 산업스파이와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영역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산업스파이와 관련된 위험요소들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험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각 기업에서는 내부보안을 강화하여 산업스파이를 예방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한 기업정보보안 시스템 구축 등의 활동은 기업의 정보보호관리자와 보안관리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스파이에 대한 적발과 조사는 Security Investigator나 Security Auditor 등 보안영역의 조사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스파이 활동과 관련된 탐정의 역할을 굳이 꼽는다고 하면 산업스파이로 의심되는 직원의 사외활동에 대한 추적과 감시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개인의 사생활침해 가능성이 높고, 만약 산업스파이 행위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감시활동을 진행하다가 당사자가 이를 알아챌 경우 이것이 역으로 기업에 대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탐정업을 표방하고 있는 업체들 대부분이 산업스파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광고하고 있으나 실제 업무내용은 산업스파이로 의심되는 직원에 대한 추적, 미행, 감시가 주된 업무다. 기업에서도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하여 이들 업체에 산업스파이와 관련한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산업스파이 영역에서 기대되는 탐정의 업무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사이버(Cyber) 관련 조사업무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편승한 사이버범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즉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컴퓨터 시스템의 불법침입·파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테러, 음란폭력물의 게시·유통, 공공·개인정보 오남용, 인터넷이용범죄, 지적재산권의 침해, 컴퓨터바이러스 등 제작유포, 전자상거래 침해, 컴퓨터 통신이용사기, 통신을 이용한 명예훼손 등의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수 있는 공권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신뢰할 수 있는 민간단체(탐정)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탐정이 수행할 수 있는 세부업무로는 사이버상의 불법행위감시, 사이버상의 범죄증거수집, 사이버범죄 용의자 신원확인 및 주소지추적(IP 추적), 사이버범죄 예방 시스템 구축 및 방재 컨설팅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할 수 있다. 첫째, 컴퓨터범죄와 사이버범죄를 구별하여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컴퓨터범죄는 컴퓨터를 대상으로 한 범죄이고, 사이버범죄는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만들어진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는 범죄이다. 컴퓨터범죄와 사이버범죄의 구별의 실익은 컴퓨터범죄는 컴퓨터를 객체로 한 기술적 특성을 이용한 범죄임에 반하여 사이버범죄는 현실세계의 범죄가 사이버공간이라는 가상의 세계로 이동하여 동일한 형태로 일어난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컴퓨터의 파괴와 해킹, 바이러스 등의 악성코드의 유포 등은 컴퓨터 범죄로 분류되고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기, 스토킹, 아이템절도, 음란물의 유통, 명예훼손, 개인정보의 침해 등은 사이버범죄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 두 범죄는 범죄의 성격이나 형태에서 상이한 차이를 가지게 되므로 이를 같은 영역으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둘째, 컴퓨터범죄와 관련하여 해킹, 바이러스를 비롯한 악성코드 등 컴퓨터 범죄에 대한 예방과 대응에 관한 업무는 CISM, CISA, CISSP, SIS 등의 정보보호 전문가들이 수행하고 있는데 이를 탐정의 업무라고 주장하는 것은 관련분야와 해당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셋째, 컴퓨터 범죄에 대한 증거수집(Computer Forensic)의 경우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광범위하고 전문화된 지식과 경험을 요하고 있고, 디지털 증거의 조작가능성이라는 문제점 때문에 탐정업이 가장 발달했다고 평가받는 미국에서조차 이 분야의 업무는 탐정이 아닌 CCE(Certified Computer Examiners), CFCE(Certified Forensic Computer Examiner)와 같은 별도의 컴퓨터범죄 조사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바 이를 탐정업에 포함시켜 이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이버포렌식전문가협회’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인 CFP(Cyber Forensic Professional, 사이버포렌식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는 바 해당분야에 대한 높은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탐정 업무와는 다른 별도의 업무로 구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넷째, 컴퓨터범죄와 사이버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 경찰에서는 이에 대한 전담조직인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특히 사이버범죄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터넷 이용자들의 예방 및 대응활동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어 과연 탐정이 이 분야에서 적절한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을지 의심된다. 현재 탐정업을 표방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 중에서 컴퓨터범죄나 사이버범죄를 다루는 곳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은 이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리스크(Risk) 조사, 기업의 인수합병(M&A)관련 업무 국내의 탐정과 관련된 민간단체 중 일부 단체에서는 탐정의 업무범위에 기업의 리스크조사와 함께 기업의 자산과 부실상황파악(회계감사), M&A 업무지원, 경영권방어 컨설팅 등의 M&A관련 업무를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말하는 리스크란 경영활동과 관련된 위험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조사와 평가, 대응책 마련은 CIA(Certified Internal Auditor), CPA(Certified Public Accountant, 공인회계사)를 비롯한 경영전문가들의 ‘경영진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M&A를 위한 경영실사(Due Diligence) 역시 CPA와 M&A 전문가들의 업무이다. 외국사례를 살펴보면 M&A 과정에서 인수대상 기업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탐정이 인수대상 기업과 경영진에 대한 평판조사 등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는 기업인수합병과정에서의 선택적이고, 부가적인 업무이지 이를 두고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한 주요 업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탐정이 기업 리스크를 조사한다거나 M&A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민간단체의 주장은 해당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탐정업무를 과대 포장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도피사범 소재파악 탐정의 업무를 해외도피사범의 소재파악 및 송환과 연계하여 설명하는 입장은 인터폴은 범죄에 대한 협력체계일 뿐이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협력을 요청한 국가가 적극적으로 협조에 나서지 않을 경우나 범인이 인터폴에 가입되지 않은 국가로 도주한 경우 그에 대한 검거는 여전히 난제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탐정이 가진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정보수집력을 이용해 해외도피 사범을 찾는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탐정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수임료를 지불해야 하는 바 경제적 능력이 없는 피해자는 여전히 탐정이 제공하는 이와 같은 서비스에서 소외된 채 국가제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탐정의 해외도피사범 소재파악 업무는 경찰업무의 대안이 아니라 보충적이고 선택적인 수단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법과학/전문분석/감정업무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탐정은 법과학(Forensic Science)의 영역에서 법정에 제출된 증거의 감정 업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부업무를 제시하고 있다.
② 법생물학 분야 : 유전자검사 및 감정, 정액검사 및 감정, 익사체원인규명, 사체의 사인규명 ③ 법물리학 분야 : 인영감정 및 분석, 교통사고의 역학적 분석, 총기사고의 역학적 분석, 음성감정 및 분석 ④ 법의학 분야 : 사인규명(부검), 정액체취검사, 두개골골절검사, 복부절개검사, 변사체의 신원확인, 친자확인 검사 또한, 우리나라의 탐정과 관련한 사설민간단체들은 이외에도 필적감정, 인장감정 등의 업무를 제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주장은 감정전문가와 탐정을 동일시한 것으로 해당 분야의 고도의 전문성을 고려해볼 때 위에서 나열된 업무들은 탐정의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 탐정은 이러한 감정업무를 직접 실시하는 감정전문가가 아니라 필요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전문감정인에게 감정을 맡기고 이 결과를 근거로 의뢰인이 맡긴 사건을 풀어나가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 수사기관의 실제상황을 살펴보아도 증거의 수집업무와 이에 대한 분석, 감정 업무는 분리되어 이루어지고 있어 현장전문가와 분석·감정전문가는 구별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탐정을 감정업무와 연결시켜 설명하려는 입장은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융관련 조사업무 일부에서는 탐정이 민사사건의 가압류·가처분 또는 강제집행 및 신용정보의 조사를 위해 이해관계의 개인 또는 기업이 의뢰한 조사업무를 위임 받아 수행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와 관련한 조사업무의 유형으로 ‘신용정보조사’와 ‘재산조사’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사실상 신용정보업을 탐정의 업무범위에 포함시킨 것인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정보업은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운영되고 있어 법률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고 금융감독원의 허가를 받으면 누구나 신용정보업을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탐정이 이러한 요건을 갖춘다면 신용정보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것이 탐정만의 고유한 업무는 아닌 것이다. 생각해 보건대 이러한 주장의 의도는 신용정보업의 세부 내용인 신용조회업무, 신용조사업무, 신용평가업무, 채권추심 업무 등의 성격이 탐정의 업무활동 성격과 유사함을 근거로 이를 탐정업무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용정보업이 이미 우리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뚜렷한 근거 없이 현재 논의단계에 불과한 탐정제도에 이를 편입시키려 설명하려는 시도는 후행 직군이 선행 직군의 업무범위를 부당하게 포섭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행 신용정보업과 탐정업은 개별적인 업무로 구분해야 할 것이고, 탐정의 업무는 신용정보업의 업무를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민·형사소송을 위한 사실조사와 증거수집 탐정제도가 가장 발달한 미국과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탐정의 실제 활동사례를 살펴보면 탐정의 업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업무가 소송과 관련한 사실조사와 증거수집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은 영·미 국가의 소송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영·미 국가의 소송구조의 근본이 되는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에서는 증거를 통한 사실의 발견이 유·무죄를 결정짓는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필요한 증거의 수집과 객관적 사실을 밝혀내는 전문가가 요구되었고, 이것이 탐정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기반이 되어왔다.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제도는 직권주의와 조서주의의 색채가 강했으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개혁의 핵심은 공판중심주의와 당사자주의에 대한 강조임을 감안할 때 영·미국가들과 시기상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 이 분야에서의 탐정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사소송분야에서도 증거를 통한 사실의 발견은 재판의 핵심이 되고 있으므로 형사소송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에 있어서도 탐정의 역할이 기대된다. 탐정의 증거수집과 사실의 확인이라는 역할과 관련하여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탐정활동에 대한 긍정적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지적재산권 분야에서의 탐정의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상표권과 저작권에 대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재권 우선 감시대상국’이라는 국제적인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 이러한 침해에 대한 직접적 피해당사자인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위조상품에 대한 전문 조사원을 고용하여 시장을 감시하고 증거를 수집하여 이를 근거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볼 때 소송제도의 변화와 함께 앞으로 지재권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조사수요가 생겨날 경우 탐정이 조사전문가로서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훌륭하게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거조사 전문가로서의 역할, 정착 가능성 높아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탐정제도의 취지는 지금까지 우리국민 다수가 가지고 있는 탐정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탐정이 조사전문가로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탐정이라는 직업이 공식적으로 존재한 사례가 없어 바람직한 역할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기준을 찾을 수 없고 단지 탐정제도가 오래 전 정착하여 운영되어온 외국사례에서 그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탐정제도에 대한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는데 특히 탐정제도의 핵심이 되는 탐정의 역할에 있어서는 저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선행연구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그대로 준용하여 탐정을 설명하고 있기도 하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탐정이 수행할 수 있는 조사범위를 무한히 확장하여 조사와 관련된 영역은 모두 탐정의 업무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입장들은 대부분 탐정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지 않는 탐정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어 과연 우리사회에 탐정제도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가져오게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탐정의 역할을 설명하고 기대하는 것은 탐정을 ‘뒷조사 전문가’나 ‘음지의 해결사’가 아닌 보다 가치 있는 조사전문가로 설명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 탐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행연구와 민간사설단체들에서 주장하는 탐정의 역할은 그 역할의 과도한 확장으로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 중 현실성 있는 일부는 이미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다른 직업군의 업무영역을 침범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입법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탐정의 업무영역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향후 우리나라의 탐정제도 도입과 정착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탐정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진다. 국내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민간에서 설립된 몇몇 사설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탐정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들 단체에서 발급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탐정사무소를 열고 업무를 영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기존의 흥신소 및 심부름센터와의 차별성을 내세우며 자신들을 민간조사원, 민간조사관 등으로 소개하며 외국의 Private Investigator와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실재 업무내용은 여전히 불륜조사와 개인의 뒷조사에 머물러 있다. 또한, 기업관련 조사를 수행한다고 주장하는 업체 역시 의뢰의 대상이 기업일 뿐이지 업무내용은 개인에 대한 미행과 추적, 감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항간에서 주장하는 그럴듯한 탐정의 업무가 모두 실효성 없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이며, 우리나라에도 건전한 탐정제도를 도입할만한 사회적 수요와 기반이 갖추어졌다는 항간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탐정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져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탐정이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업무영역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법률분야에서 소송과 관련된 사실과 증거조사전문가(Fact finder)로서의 역할은 외국의 실례를 통해서 이미 검증된 업무분야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현실성 있게 논의될 수 있어 이 분야에서 탐정제도가 정착될 경우 탐정이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가치 있는 전문직업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결국 탐정이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에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탐정이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탐정 역할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 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업무분야를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업무분야는 다른 직업군의 업무영역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탐정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고유한 것이어야 한다. <글 : 공 도 환 | PRIS Consulting 대표이사(leminis@yonsei.ac.kr)> [월간 씨큐리티 월드 통권 제143호 (info@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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