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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인정보 보호의 후퇴 안 된다 2009.02.05

늘어나는 감시망… 개인정보 보호도 고려해야


최근 블랙박스를 단 택시가 늘어나고 있다. ‘차량운행 영상기록장치’로 불리기도 하는 이 기기는 운전 중 생기는 모든 일들을 기록한다. 기록 범위엔 주행속도,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의 움직임, 그리고 위치정보 등이 포함된다. 차량 전방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동영상으로 기록됨은 물론이다.


블랙박스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찰나에 벌어지는 사고를 두고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블랙박스를 통해 관련한 동영상을 확보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도로를 막고 큰소리를 내지 않아도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과실이 있는지 쉽게 따져볼 수 있다는 얘기다.


각 택시업체는 이런 유용성을 보고 앞다퉈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또한 지금도 많은 업체가 블랙박스 장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인택시를 모는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허나 한편에서는 블랙박스 확대에 적극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떤 이유가 그 배경에 숨어있을까?


문제는 차량 내부를 향한 카메라에 있다. 최근에 나온 블랙박스는 택시에 탄 승객들을 동영상으로 찍고, 그들의 목소리까지 녹음한다. “기사와 승객 간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설치하는 것”이라고 택시업계에서는 설명한다. 그러나 택시 이용객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택시가 사적 공간은 아니나 승객들은 여기서 사적 업무를 본다. 화장을 고치는 아주 사소한 일은 물론이고, 거래처 관계자와 밀담을 나누기도 한다. 이런 하나하나가 나도 모르는 사이 기록된다는 게 승객들은 부담스럽다. 관련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칠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이에 한 시민단체의 활동가는 “택시 블랙박스에 승객의 동영상과 목소리 등을 저장하는 건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성의있는 답을 내놔야 할 택시업계나 이들을 감독해야 할 행정당국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규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방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사회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들로 인해 큰 충격을 경험했다. 당시 적잖은 사람들이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새기며,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만큼은 잘 고쳐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는 뜻이 거기에 담겨있을 게다.


최근 그 뜻이 충분히 존중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택시 블랙박스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엽기적 살인 행각을 벌인 강호순으로 인해 곳곳에 폐쇄회로 TV가 늘어나고, 위치추적 서비스에 가입하는 이가 증가한다는 소식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한참 후퇴하는 건 아닌지 궁금증은 더 커진다.


블랙박스 등 타인의 삶을 엿보는 장치들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인 논의나 합의과정 없이 확장되는 이 같은 감시망이 우리 모두의 일상을 옥죌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사회안전망 확충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개인정보 보호란 걸 다시금 되새길 때다.

[최한성 기자(boan1@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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