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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속의 게임기술 2009.02.06

컴퓨터 게임기술 유출의혹 사건

컴퓨터 게임은 더 이상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컴퓨터 게임이 여가생활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지 오래기 때문이다. 덕분에 게임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블리자드 사가 2007년 매출을 약 1조 1,500억 원이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게임시장의 크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법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업체 간 기술경쟁은 과열을 넘어 ‘혼탁(混濁)’에 이르는 상황까지 도달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극화한 것임을 밝힙니다.


“자네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어? 만약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없었다면 한국의 IT 산업이 이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설 말이야.”

컴퓨터게임 개발업체인 A사에 근무하는 박종윤(가명·37세) 부장이 일에 몰두하고 있는 김 실장의 어깨를 툭 치며 던진 말이다. 그래픽 작업을 점검하던 김창민(가명·34세) 개발실장은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행위를 멈추고 의자를 돌려 박 부장을 쳐다봤다.

“잘 생각해보라고.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PC방 창업이 유행처럼 퍼져나갔고, 또 배틀넷이라는 네트워크 서버로 이뤄지는 스타크래프트를 하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인터넷망이 필요하게 됐지. 이러한 인터넷망은 결국 현재 IT 산업의 기초가 됐고 말이야. 어때 근사한 추론이지?”


변화를 모색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김창민 개발실장은 박 부장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음을 느꼈다. 사실 그에게 게임산업의 매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남들이 어린아이 장난 같은 산업이라고 비웃었을 때도, 그는 게임산업이 언젠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게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김 실장은 자신의 자동차가 잠시 신호에 걸린 사이 빨간색 신호등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게임산업의 팽창과는 달리 그의 여건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고된 야근은 필수였고, 그렇다고 해서 남들보다 많은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즉, 선택은 옳았으나, 그가 처한 현실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만 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겐 뭔가 변화가 필요해.” 그는 또 다시 중얼거렸다. 마침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그의 자동차는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손살같이 달려갔다.


인연의 끈

“퇴직을 하겠다고?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A사의 김홍집(가명·53세) 대표는 김 실장의 갑작스런 사직서 제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A사는 김 실장이 개발에 성공한 물리엔진이 서든브레이크(가칭)라는 게임에 장착되면서 큰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히 차후 진행되는 게임 업데이트나 패치 등을 위해서는 김 실장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던 셈이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이런 말씀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김 실장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홍집 대표는 한숨을 푹 쉬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김 실장의 손을 잡았다.

“자네의 뜻이 정 그렇다면, 더 이상 잡지 않겠네. 그동안 고마웠네.”

김창민 실장과 A사는 그렇게 인연의 끈을 서로 놓았다.


기술유출이냐? 인력유출이냐?   

김창민 실장은 그 뒤 곧바로 A사의 경쟁사인 B사로 입사했다. 서든브레이크 게임에 삽입되는 물리엔진을 개발했던 경력은 그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뛰게 만들었고, 그런 몸값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B사가 김 실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김 실장은 B사에 입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든브레이크에 삽입되는 물리엔진을 그대로 개발해내는데 성공했다. 거의 모든 기술 자료는 그의 머릿속에 있었고, 또 A사에서 물리엔진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그였기에 또 하나의 물리엔진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에게 있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경쟁사인 B사의 게임에 자사와 비슷한 물리엔진이 탑재된 사실을 확인한 A사는 B사가 기술유출을 통해 게임 개발을 했다는 의심을 했고, 그 배경에 김창민 실장이 있자 그런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었다.

현재 A사는 B사에게 기술유출과 관련해 약 65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접수한 상태이다.


이 사건은 아직 최종판결이 나지 않았다. A사와 B사 양측의 입장은 서로 대립되고 있다. B사는 김창민 실장이 A사에서 게임에 필요한 물리엔진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그와 관련된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든 상태이기 때문에 기술유출이 아닌 인력유출이라는 설명이다. 참고로 인력유출은 기술유출과는 달리 적당한 처벌기준을 제시하기 힘들고, 또 그 근거도 모호하다는 특징이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렇듯 산업기술의 유출범위는 일반 제조업종의 핵심기술에서부터 IT 기술자료, 더 나아가 인력으로까지 갈수록 광범위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유출에 대비하는 국내 기업들의 보안수준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글 : 김 용 석 기자>


[월간 시큐리티월드 통권 제144호 (inf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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