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달리는 호모 사피엔스’ | 2026.05.11 |
700만 년 전 사바나의 사냥꾼이, 지금 한강변을 달리는 당신에게
[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왜 우리는 이렇게 지치고, 외롭고, 불안한가” 진화생물학이 답하다. ![]() ▲달리는 호모 사피엔스 — 700만 년을 달려온 몸에 새겨진 진화의 설계[출처: 소금나무] 저자 배환국은 “한 동물의 모든 특징은 무엇을 먹고 어디서 사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라는 생태학의 가장 단순한 원칙에서 출발한다. 인간도 동물이라면, 우리의 본성 또한 같은 방식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700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맨발로 사슴을 쫓던 두 발 달린 사냥꾼으로부터 시작해, 새벽 한강변에서 러닝화를 신는 오늘의 우리까지 하나의 시선으로 꿰어낸다. 마라톤 선수는 왜 이어폰을 끼지 않는가 새벽 공원과 퇴근길 한강은 러닝화를 신은 사람들로 붐빈다. SNS에는 오늘 뛴 거리와 새로 산 운동화 사진이 넘쳐나고, 귀에는 어김없이 이어폰이 꽂혀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마라톤 선수들은 귀에 아무것도 꽂지 않은 채 42.195km를 달린다. 음악 없이 오로지 경쟁자의 발소리와 숨소리에 동기화하며 달리는 것이다. 저자는 이 장면을 단서 삼아, 인류가 본래 음악 이전에 함께 달리며 호흡과 발소리로 연결되던 종(種)임을 풀어낸다. 책에는 “오래달리기가 음악과 노래의 기원”이라는 흥미로운 진화 가설까지 담겼다. 발바닥 아치, 아킬레스건, 수백만 개의 땀샘 —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달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인간은 달리도록 태어났다”는 가설을 우리 몸 곳곳에 새겨진 증거로 차근차근 입증해 낸다는 점이다. 발바닥 아치는 스프링처럼 착지 충격을 에너지로 변환하고, 아킬레스건은 달리기에 필요한 에너지의 절반을 담당하며, 수백만 개의 땀샘은 지구상 어떤 동물도 따라올 수 없는 정교한 냉각 시스템을 이룬다. 저자는 이 증거들을 생물학 교과서처럼이 아니라 과학수사대(CSI)의 추리극처럼 펼쳐 보인다. 동물원 사자처럼, 우리도 우리 안에 갇혀 있다 저자는 동물원에서 좁은 우리를 맴도는 사자를 떠올린다. 타고난 본능대로 살지 못할 때 느끼는 공허함이 오늘날 우리가 겪는 감정과 닮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고, 깊은 관계 대신 짧은 접속에 익숙해졌으며, 몸을 쓰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진단 위에 책은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러너스 하이, 거울 신경, 마음이론 같은 최신 신경과학을 끌어와 “왜 움직이면 기분이 나아지는지”, “왜 누군가를 도우면 더 뿌듯한지”, “왜 이야기를 나눈 후에 마음이 가벼워지는지”를 한 발 한 발 짚어준다. 절망을 배울 수 있다면, 희망도 연습할 수 있다 책의 후반부는 한층 더 멀리 나아간다. 사냥한 고기를 나누는 행위가 어떻게 최초의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냈는지, 모닥불 곁의 대화가 어떻게 공감 능력을 키웠는지, 신과 종교는 왜 우리 뇌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이야기인지가 차곡차곡 쌓인다. 특히 “희망도 훈련할 수 있다”며 제시되는 ‘뇌의 희망 회로 5단계 ABCDE 기술’은 이 책이 단순한 진화 교양서를 넘어 자기성찰서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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