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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보호법 제정, 재시동 걸릴 수 있을까? 2009.02.20

국회 복지위, 건강정보보호법 제정 공청회 개최

‘제정 필요성’ 등 두고서 찬반양론 펼쳐져


개인의 건강정보를 보다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20일 국회에서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위원장 변웅전, 이하 복지위)는 이날 해당분야 전문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건강정보보호 관련법 제정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법 제정에 앞서 전문가 등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복지위 공청회에는 김소윤 연대 의과대학 조교수, 김옥남 대한의무기록협회장, 김주한 서울대 의과대학 부교수, 이은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이태훈 대한병원협회 병원정보관리위원장,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등이 나왔다.


이들은 장시간에 걸친 공청회에서 ‘건강정보 관련법 제정 필요성’, ‘정보화 촉진 포함여부 등 건강정보 관련법의 규율범위’ 그리고 ‘건강정보보호진흥원 설립 필요성’ 등의 주제에 대한 의견을 하나하나 차례로 국회의원들에게 제시했다.


“제정 필요하다” VS “과도한 의무부과”


먼저 건강정보보호 관련법에 대한 찬반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학계와 법조계를 대표해 나온 전문가들은 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나타냈으나 의료계 출신 인사들은 진료 주체에 과도한 의무를 지우는 거라며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김소윤 조교수는 “건강관련 정보가 전산화 되어감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 제정이 매우 시급하다”고 주장했고, 이은우 변호사는 “개인의 건강정보는 특수하므로 개별법으로 제정하는 게 좋겠다”고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전응휘 상임이사는 “의료정보를 생성하는 병의원 뿐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이나 심사평가원 등에서도 진료목적 외 다른 목적으로 개인의 정보를 다루기도 한다”며 “따라서 보다 스패시픽한(특정한) 법으로 다루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나 이태훈 위원장은 “어려움에 처한 의료계의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다.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 범법자 양산이 우려된다”며 “환자와 의료인의 권리 등을 약관으로 만들어 민감한 정보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주한 부교수는 과거 관련법안이 국가건강정보센터(현재 발의된 해당 법안의 건강정보보호진흥원을 지칭) 설립을 위해 추진됐다는 말로 입법 목적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에 관한 법이므로 의료법 개정안을 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건강정보 관련 법안의 규율범위를 두고서도 의견은 나뉘었다. 김옥남 회장은 건강정보보호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법률의 내용으로 의료기관 정보화 촉진에 관한 계획과 추진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해야 의료기관의 정보화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김소윤 조교수와 전응휘 상임이사도 김 회장처럼 규제(건강정보보호)와 진흥(의료기관 정보화 촉진)을 하나로 묶는 데 대해 이렇다 할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전 상임이사의 경우 “과거 정통부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규제와 진흥을 함께 추구했다”고 언급한 뒤 “그 결과 개인정보보호 부문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산업증진에 치중하게 됐다”며 일말의 경계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반면, 김주한 부교수는 “진흥한다고 해놓을 경우 건강정보를 대규모로 이용하려고 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보호법으로 만드는 게 좋다”며 “인권의 문제와 산업의 문제를 묶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상반된 입장을 전했다.


의원들도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건강정보보호진흥원 설립을 두고서는 각 전문가들이 미세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김소윤 조교수와 김주한 부교수는 각각 찬반의 대척점에 섰다. “별도의 전담조직 필요”나 “취급기관 무한증식 법안”이라는 주장으로 서로 맞선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전응휘 상임이사는 “일반 시민이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부 산하기관을 추가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허나 법안이 발효되면 건강정보 부문의 특정 기능을 다루는 기관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우 변호사는 “건강정보보호진흥원의 업무 성격이 모호하다”면서 진흥원 설립을 위해서는 그 성격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소윤 조교수는 이 같은 견해에 “법 통과 이후엔 담당조직이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재차 강조한 다음 “하지만 의료계가 반대한다면 진흥원 때문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공청회 자리에서 여야 보건복지가족위원들은 시종 진지한 모습으로 해당 법안을 둘러싼 쟁점 하나하나를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건강정보보호법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질문에서 드러내기도 해 보는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의사협회장을 역임한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전문가들을 상대로 건강정보 유출의 실제 사례들을 들어달라고 요청하며 관련 법 제정이 다소 부정적인 듯한 모습을 나타냈다. 같은 의사이자 변호사이기도 한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달랐다.


“법안의 문구 하나하나를 직접 정성들여서 만들었다”고 입을 연 그는 자신이 대표발의한 개인건강정보 보호법안을 두고 “공공기관과 사기업이 가진 건강정보를 보호하는 한편, 남용을 막자는 것”이라면서 입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또 다른 개인건강정보 보호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개인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대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모두에게 건강정보보호법의 범위 등 쟁점 사안에 대한 공통질문을 던져 답변을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한성 기자(boan1@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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