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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 의무화, 모욕적일 수 있는 글은 다 삭제하는 것 2009.02.27

인기협, ‘모니터링 의무화’ 조항 반대 입장 밝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월 25일 다수의 미디어 관련 법안을 직권 상정했다. 특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안의 개정안인 성윤환 의원안에는 모니터링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신설돼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 제44조 불법정보의 유통금지에 대한 조항을 살펴보면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하는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불법 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하여 불특정다수에게 공개되는 정보에 대하여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는 모니터링 의무화 조항에 대해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훼손하고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키며, 민간 사업자에게 판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행 불가능한 책임을 지우는 내용으로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는 국회가 해당 조항의 최종 처리 이전에 충분한 검토를 해줄 것을 기대하며 추후 심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바이다.


현실적으로 수행 불가능한 법 조항이라는 목소리 커져

주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하루 수백만 개의 게시물을 모두 모니터링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업자는 ┖Notice & Take Down(신고 후 처리·조치)┖ 원칙에 따라 게시물을 처리하며, 이용자나 권리침해 당사자가 신고해 불법정보 존재를 ‘Notice┖ 했을 경우, 게시물에 대한 조치(Take Down)를 취하면 이로 인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법적 책임이 감경되거나 면책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의 ’모니터링 의무화‘ 조항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로 하여금 수백만 개 게시물에 대해 신고가 없더라도 모니터링하고 ’불법정보’를 찾아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민간 사업자는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 제1항에 따른 ‘불법정보’의 불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법적 의무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모니터링’ 이라는 용어 자체도 법률적 용어가 아니며 ‘모니터링’이 게시물 사전 검열을 의미하는지, 삭제 등 처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인지도 불분명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러 기준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 조항

헌법재판소는 2002년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며 “표현매체에 관한 기술의 발달은 표현의 자유의 장을 넓히고 질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 또한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이 판결에 근거한다면 개정 조항은 위헌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08년 12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이용자 보호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이라는 현안보고서를 통해 모니터링 의무 부과 시 예상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또한 한미 FTA는 명백하게,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 대해 모니터링 의무가 없음을 규정하고 있는 상황. 비록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규정이지만, 어쨌든 모니터링에 대한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한미 FTA의 기본원칙이다.


한미 FTA 제30조 7항에서는 “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의 서비스를 감시하거나, 침해행위를 나타내는 사실을 능동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미국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 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DMCA)과 유럽연합(EU)이 회원국에게 권고하는 기준인 ┖E-Commerce Directive┖에서는 명시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모니터링 의무가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게시물에 대한 ‘Notice & Take Down’ 등 ISP에 대한 면책 요건을 규정하면서, ‘이것이 ISP에게 모니터링 의무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문화 하고 있는 것. 따라서 업계에서는 모니터링 의무화 조항은 국경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사라지게 만들 조항 될 수 있어

인터넷 사업자들은 모니터링 의무가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이 조항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적극적으로 수많은 게시물을 삭제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예상했다. 즉, 업계에서는 이 조항이 겉으로는 사업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사업자 규제 조항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인터넷이용자 규제 조항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모욕의 범위는 상당히 폭이 넓고 다분히 자의적인 것이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통해 이 법을 수행하려는 사업자가 ‘불법정보’ 관리, 즉 사이버 검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특히, 신설 조항의 ‘불법정보’에 포함된 ‘모욕’이라는 개념 때문에 불법성 판단이 어려운 사업자는 결국 법 해석을 폭넓게 할 수 밖에 없으므로 게시물을 과도하게 삭제할 가능성이 높다. 즉, 상대방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담은 게시물임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한 방조 책임을 우려한 사업자에 의해 삭제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는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터넷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하는 것도 사법부 판단 없이 행정기관의 자의적 결정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 조항이 통과될 경우 정보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민간 사업자가 미리 검열하고 판단하게 됨으로서, 더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많게는 수백 명 규모의 모니터링 조직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노출, 음란물, 욕설 등 명백한 불법 게시물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성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내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많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기업협회는 “국회는 규제 완화 흐름에 역행해 기업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상기 조항에 대해 합리적으로 처리해 주길 재삼 요청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병민 기자(boan4@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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