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여당 정보보안 법안에 ‘줄줄이 브레이크’ | 2009.03.04 | |
“‘인권위 축소’ 정부 방침의 영향?” 궁금증 일어
인권위는 4일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나경원 의원 대표발의)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안’(이철우 의원 대표발의)에 대해서도 국가에 의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면서 같은 뜻을 나타냈다. 지난달 27일 인권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안’(이한성 의원 대표발의)을 두고 인권침해의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수정과 보완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문제로 삼은 부분은 사이버모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점.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이 경우 피해자의 명예가 실제 훼손되었는지에 관계없이 행위자를 입건할 수 있다”며 비판적 입장을 전했다. 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안과 관련해선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보’에 관한 업무로 직무범위를 정한 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자칫 직무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 사생활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두고선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위치정보를 추가한 점과 통신사실 확인통지 의무를 민간 사업자에게 부여한 점 등을 한꺼번에 꼬집으면서 국회의장에게 직접 수정·삭제 의견을 제시한 바 있기도 하다. 정부와 인권위의 불편한 관계, 법안 제동에 영향? 세 법안에 대한 인권위의 반대 입장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위원회와 현 여권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현행 5본부 22개팀을 1관·2국·10과로 축소하고, 인원도 208명에서 146명으로 줄이라고 지난달 인권위에 통보했다. 이에 위원회측은 “인권위는 헌법 정신을 따른, 법률에 의한 독립기관”이라며 “지난 8년동안 업무가 훨씬 더 많이 늘었는데 조직을 줄이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즉각 거부입장을 밝혔다. 정부 지침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학계는 물론 시민사회도 “인권위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경우 주제네바 대표부를 통해 인권위 정원 축소가 위원회의 활동과 위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해오기도 했다. 최근엔 전 국가인권위원들이 “인권위 조직이 축소되면 인권보호 기능이 위축되고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정부 방침의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 이런 우려를 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은 요지부동이다. 인권위 정원 30% 감축 방침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원 축소는 이미 결정난 상태”라며 인권위 조직과 정원 축소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양측 간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권위가 한나라당의 정보보안 관련 쟁점법안들에 대해 의도적으로 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측의 공격에 인권위가 역공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인권위 “법 따라 의견을 표명했을 뿐” 물론 인권위는 “그런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인권관련 법안에 대한 입장을 냈을 뿐이라는 게 위원회의 설명. 지난 2001년 5월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는 “인권에 관한 법령(입법과정 중에 있는 법령안을 포함)·제도·정책·관행의 조사와 연구 및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관한 권고 또는 의견의 표명”을 위원회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의 조영호 홍보팀장은 “국회나 정부가 의견 요청을 하는 경우나 인권위법 19조에 해당하는 경우 위원회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며 “우연히 직제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서 의견이 나왔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세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면 우리 위원회가 이런 의견을 내놓을 필요도 없었을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뒤 “보는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순 있지만 두 사안을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견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비록 현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인권위가 당이 발의한 주요 쟁점법안들을 잇따라 반대한다고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한나라당은 인권위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그 내용을 해당 법안에 반영하는 데 있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철우 의원실의 박수용 보좌관은 “인권위가 낸 의견이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다”라며 이런 입장을 표시했다. 나경원 의원실의 김태혁 보좌관도 “인권위 발표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그쪽 시각이 워낙 달라서”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최한성 기자(boan1@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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