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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키 킬러’ 파문이 남긴 것 2006.02.20

제조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철회 결정에 부쳐…

 

[시큐리티 노트] 지난해 말과 올해 초를 뜨겁게 달구며 디지털 도어록 업계를 뒤흔들었던 ‘디지털 키 킬러’ 파문이 수습국면을 맞고 있다. 디지털 도어록이 ‘디지털 키 킬러’에 의해 쉽게 해정된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이 소문이 <시큐리티 월드>와 <보안뉴스>를 비롯한 언론의 집중취재로 사실로 확인되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된 지 두 달여가 지난 지금, 한국디지털도어록제조사협회(이하 제조사협회)가 제기했던 제조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전격 취하함으로써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디지털 도어록 업계는 초기의 공황상태를 벗어나 점차 차분함을 되찾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취재했던 기자로써는 일부 도어록 업체와 제조사협회의 대응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디지털 도어록과 업계 전체가 매도되던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보다 객관적인 기사를 담으려고 노력했던 기자에게 제조사협회의 제조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철회 소식은 뒤통수를 한 대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자가 이번 가처분 신청 철회 소식에 크게 실망했던 이유는 소식 그 자체보다는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은 대국민약속이므로 절대로 철회할 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던 제조사협회가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방침을 바꾼 것 때문이었다. 특히, 제조사협회를 주도하며 디지털 도어록 업계의 맏형 역할을 담당했던 아이레보가 그간 보인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

 

사실 이번 철회 결정이 내려지기 전부터 열쇠협회와 제조사협회 간에 제조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철회를 매개로 한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왔던 게 사실이다. 이에 기자는 협회 회장사인 아이레보와 협회 측에 이러한 소문에 대한 공식입장을 수차례 요청했고, 아이레보 측은 그때마다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해서, 상황이 변해 애초의 방침을 바꾼 것까지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철회 결정이 디지털 도어록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냐는 점에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제조사협회 측은 디지털 키 킬러에 대한 제조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열쇠협회와 경찰청에서 이를 책임지고 철저히 관리하면 불안감이 더 빨리 해소될 것으로 판단돼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2, 제3의 디지털 키 킬러가 제작됐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한 공개적인 의견수렴 절차나 협의 없이 철회가 결정되고, 이에 따른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소비자들을 위한 선택이었는지 얼른 수긍이 가지 않는다.

      

이번 파문을 취재하면서 아쉬웠던 또 한 가지는 일부 업체에서 이 사건을 타사 제품을 깎아내리고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기회로 철저히 이용했다는 점이다.

 

디지털 키 킬러 제품설명서에 기재된 해정 도어록 리스트에 자사 제품이 없었던 한 업체의 경우 자사 제품만이 전기충격에 안전하다는 식으로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다른 업체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 키 킬러 제작자인 김석기 씨를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해 문의해보니 해당 제품의 경우 디지털 키 킬러를 대보니 문이 열릴 뿐만 아니라 디지털 도어록 외형의 도금이 일부 녹아버려 향후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해정되는 제품 리스트에 아예 넣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을 정도였다.

 

디지털 도어록 업계의 존폐가 걸릴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기에 업계 전체가 똘똘 뭉쳐 대응책을 마련해도 시원찮을 판에 자기만 잘났다고 나서는 행태를 접하곤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디지털 키 킬러에 대한 제조 및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의 전격 철회 결정으로 열쇠협회와 제조사협회는 공생의 길을 모색하게 됐다. 대국민약속을 어기면서까지 제조사협회가 택한 이번 결정이 진정 소비자를 위한 결정이었기를 기자 역시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번 철회 결정에 대한 대답은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현명하게 판단해주리라 믿는다.

[권 준 기자(joon@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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