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제품정보


저작권 침해, 시끌벅적 시장판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2009.04.26

사회적 합의와 노력 속에서 부모들의 인터넷 환경 이해 필요

우리나라 사람은 1년간 쓸 수 있는 정품 소프트웨어 5만원은 비싸다고 안 쓰면서 하룻밤 술값으로 수십만 원은 기꺼이 쓴다고 어느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한탄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지금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의 아이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아이들 생각은 자연스럽게 부모에 대한 생각으로 흐른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이야기는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여러 차례의 이사를 서슴지 않았다는 맹자 어머니의 이야기로, 아이의 지적 성장을 위해 환경의 중요성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알려준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우리 아이는 어떤 환경에 놓여 있다. 부모인 나는 이사를 해야 할 것인가, 아닌가.


지식 정보사회라는 용어가 등장한 그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많은 인터넷전문가들이 ‘정보=경제’라는 모토를 내세우면서 미래 청소년들에게 정보 접근 및 정보 이용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가 하면, 정부는 초등학교 학교교육부터 컴퓨터 사용을 적극 권장해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 ‘정보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나라 전체가 연령불문, 성별불문, 사회경제적 격차불문,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누구든 디지털 환경에 접근하도록 떠들썩했다.

실버를 위한 정보화교육이 추진되던 1998년부터 실버는 실버대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가수 나훈아의 노래 한 두곡 정도를 기본으로 배경음악으로 깔아놓는가 하면, 젊은이들은 젊은이대로 자신의 미니 홈피에 펌글을 자연스럽게 퍼다 날랐다. 또한 청소년들은 청소년들대로 음악파일을 다운받아 MP3나 휴대전화에 옮겨 담아 듣고, 영화파일을 다운받아 무료로 영화를 감상했다. 심지어 지난해 학부모정보감시단에서 추진한 ‘아버지가 만드는 가족 UCC’ 공모에서 참가자들은 멋진 배경음악에 이미지까지 손수창작물이 아닌 2차 창작물이거나 남의 작품을 옮겨다 놓으면서 자신의 UCC를 뽐내었다. 우리 모두 음악이나 영화파일을 다운로드받고 남의 창작물을 퍼다 붙이는 등의 행위가 인터넷 환경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행위로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의 지적 성장을 위해서는 아이가 인터넷 환경에서 노는 것이 더 없는 발전 기회라고 믿어 자녀가 어떤 행동을 하든 개의치 않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사회문제가 된 대표적인 저작권 침해 사례는 2000년 ‘소리바다’로 시작된 음원에 대한 불법다운로드이며 최근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 ‘워낭소리’가 불법 다운로드 사례가 있다.

‘소리바다’에서 ‘워낭소리’로

저작권 침해,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이해관계가 가장 깊은 곳은 경제계이다. 2008년 조사 자료에 의하면 국내 영화산업의 경우 불법시장 규모는 총 6,090여 억 원이며 이 중 온라인이 5,710여 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침해 금액만 무려 3,280여 억 원을 기록하여 전체 피해액의 97%가 온라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한다. 그림의 통계에서 확연히 볼 수 있듯이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영상, 음악분야에서 발생하는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경제적 손해의 정도는 실로 엄청나다.

BSA(Business Software Alliance)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4년간(2008년 ~2011년)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10% 절감시킬 경우 약 1조 1천 7백억 원의 국내산업 성장과 7,6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한 마디로 이 보고서에서는 불법 복제율 감소가 직업창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것은 지금 청소년들이 미래에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려면 지금 기성세대는 철저히 불법복제 근절에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정부가 불법다운로드, 저작권 침해자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에 정치계에서는 저작권법 개정안의 133조 2의 4항에 “게시판중 불법 복제물 등의 삭제 또는 전송 중단의 명령을 3회 이상 받은 게시판은 문화부장관의 명령으로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만들어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불법복제 방지 및 저작권 보호를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24시간 온라인 감시체계를 구축하며 단속 대상범위는 포탈, UCC 등으로 더욱 확대한다고 하니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서 불법다운로드, 저작권 침해자를 옥죄여 올 전망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부모로서 필자는 심각한 어지럼증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이 했던 이 모든 행위들이 이제는 불법이며 침해로 규정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어지러울 뿐이다.

규제·단속보다 사회적 합의·노력 필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저작권법 위반의 규제와 단속의 잣대만 들이댄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법자 양산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러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사회전체의 합의와 노력이 따라야 한다.

첫째, 정부는 저작권 침해 행위를 유도하는 자와 자의로 행하는 자를 근절하려는 실천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불량사업자들이 저작권법을 준수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업로드하여 미성숙한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미성숙한 행위를 탓하기 앞서  정부는 불량사업자 색출에 적극 임하여야 한다. 

둘째, 사업자들이 영리추구만을 앞세워 저작권침해의 위험성을 지적한다면 우리 부모를 설득하기 어렵다. 얼마 전 영화의 경우 2009년 2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DCNA(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가 합법화 합의를 진행하였으나 양자간의 이해득실에 매여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부모는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대신 사업자들은 합리적인 합법화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창의적 표현활동이 존중되듯 동시에 자녀의 리메이크 활동도 존중되는 환경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적 표현물에 대한 저작권은 보호하되 보호받은 내용물에 대한 추가 표현 또한 용이해야 한다. 사업자들은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 등 개방과 공유 그리고 참여의 웹2.0에 맞는 세이프 존을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확대시켜야 한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2002년부터 “창의적 공유재” 운동이 전개되어오고 있기도 하다.

셋째, 청소년·학부모 교육이다. 복제품사용과 불법 다운로드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과 동시에 정품 사용과 저작권보호 행위의 가치를 알려주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행히 얼마 전 학부모정보감시단은 2009년을 ‘청소년을 위한 저작권보호 홍보의 해’로 정하고 다국적 기업협회와 함께 저작권보호 존중 및 준수하자는 캠페인을 벌렸다. 또한 온·오프라인에서 청소년 캠페인과 학부모교육을 진행하려고 한다.

인터넷 환경에 대한 부모의 이해 선행돼야

우리 부모는 맹자의 어머니처럼 다시 한 번 자녀의 지적 성장을 위해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다. 단지 인터넷 환경을 알지 못하여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다운로드 행위가 무조건 다 불법행위는 아니다. 사적 복제 규정에 의해 어디에서는 합법이고 어디에서는 불법이라고 한다. 일례로 홈페이지나 웹하드에서 영화를 다운로드받으면 저작권침해행위에 해당되지 않지만 p2p프로그램을 통해 영화를 다운로드 받으면 저작권침해행위에 해당되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우리 부모는 지금 환경을 알고 싶다. 

시끌벅적한 시장판에서 우리 아이들은 건강한 지적 성장에 전념할 수는 없다. 저작권보호 존중과 준수, 불법다운로드 행위 근절에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맹자의 어머니와 같이 저절로 글을 익히고 예법을 배우도록 좋은 내용물이 많은 주위환경을 만들어 주는 지혜를 불법다운로드 근절의 회오리 속에서 발휘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글 : 이경화 (사)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katieceo@hotmail.com)> 


[월간 정보보호21c 통권 제104호 (info@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